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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계란 두 개'가 불러온 역풍
2014-09-19 11:30:01 2014-09-19 11:34:24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농담인 줄로 알았다. 지난 4일 오전 안상수 창원시장이 새 야구장 건설부지를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바꾼다고 발표한 후 취재원들과 "이러다 안 시장이 계란 맞을 수도 있다"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했기에 더욱 그랬다.
 
상대는 집권당 당대표를 지낸 정치계 거물급 인사고, 창원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입지 변경을 지지하는 상황이었다. 수많은 연구·통계 자료도 입지변경을 권했다.
 
이런 상황에서 극렬한 반발은 되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농담처럼 생각하고 지나간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것도 일반 시민도 아닌 시의원에 의해 일어났다. 이제 나이 일흔인 3선 시의원이다. 
 
계란 투척은 많은 후폭풍을 몰고왔다. 입지 변경 반대파는 그간 쌓아온 명분을 잃고 말았다.
 
안상수 시장은 다수가 만족할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정치적 판단인지 연구 용역에 따른 사심없는 결정인 것인지 몰라도 아무튼 그랬다. 나온 결론은 야구장을 다수가 원하는 대로 마산권에 배치하되 진해구에는 그보다 경제효과가 더욱 큰 대체시설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실제 알려진 대안은 상당한 규모다. 재료연구소 제2캠퍼스, 소재부품 혁신센터, 금형 시제품 제작소, 차량부품 혁신센터, 전기추진시스템 연구개발 특화센터, 문성대 제2캠퍼스 등 초기의 투자금액만 5000억원에 달한다. 이후 경제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진해지역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는 반발 분위기를 이어갔다. 중앙삼거리, 태백삼거리, 3호광장교차로 등 거리 곳곳엔 '진해시민 무시하고 기만하는 안상수는 자폭하라'는 섬뜩한 문구의 현수막도 붙었다. 
 
계란 투척은 이같은 반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해당 시의원은 "전국에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를 지지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야구에 무관심했던 많은 사람들도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상황이며, 진해 서부권에 주기로 했던 대체 시설을 회수해야 한단 말까지 나온다.
 
진해에서 태어나고 예순 가까운 나이까지 공무원을 했으며 시의원을 역임한 진해 지역 원로라, 화가 많이 났을 법 하다. 혹자가 말하는 재무적인 문제가 아닐 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과연 계란 투척을 해야만 했을까? 그동안 세 번이나 해당 의원을 선택해준 유권자가 바란 방법일까?
 
새 야구장 논란은 그동안 진해 서부 지역에 달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발전이 거의 중단된데다 교통도 불편한 지역이란 이미지를 씌웠다. 이런 가운데 터진 이번 사건은 더욱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과연 지역정치인과 여론주도층이 진정 희망하는 '지역발전'이란 무엇일까. 근본적인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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