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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은퇴포럼)시니어의 지갑을 열려면
[기획특집]즐거운 은퇴 <4부>고령친화산업의 현주소와 대응전략
"고령자 소비여력 끌어올리고, 시장 활성화 나서야"
2014-09-17 17:22:18 2014-09-17 17:26:51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소문난 시장·초라한 음식·가난한 소비자." 
 
국내 고령친화산업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로 '실버 이코노미'가 오래전부터 블루오션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고령자의 부족한 소비 여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시장이 국내 고령 소비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외국 제품을 따라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버 이코노미가 온다..고령자 소비여력 확대가 '우선' 
 
고령화는 고령자가 소비의 중심이 되고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 되는 '실버 이코노미'로 전환하는 기회다. 고령친화산업은 그 첨병이다.
 
실버 이코노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사적연금제도 개선, 의료비 부담 경감 등을 통해 고령자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1인당 의료비 1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65세 이후에 쓴다. 공적연금 수준도 열악해 지난해 1인당 국민연금 평균 지급액은 36만9000원에 불과하다.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의 자산 구조 또한 실버 이코노미의 활성화를 제한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실버 이코노미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 독일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50플러스(+) 고용 정책을 통해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했고, 리스터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도 소득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독일의 65세 이상 고령층은 순소득의 80% 이상을 소비해 청·장년층보다 소비 성향이 높다. 독일 개인 소비는 2007년 1조2000억달러에서 2030년 1조6000억달러로 확대되는데 55세 이상 고령자의 소비가 전체 소비 성장의 86%를 기여할 것으로 보스턴컨설팅은 분석했다. 독일이 고령화 시대에 적절히 대응한 덕분이다. 독일 사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탈리아와 일본이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과 비교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실버 이코노미에 대한 대응은 국내 고령화 대비뿐만 아니라 일본 실버 시장만 10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을 준비하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고령층이 되는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등의 소비 여력을 높이기 위해 연금 확대, 의료비 감소 등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어르신이 물건을 사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고령 소비자 수요 다양.."시장 분석·개발 필요"
 
고령자의 소비 여력이 확대되더라도 소문난 시장에 먹을 게 없다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고령자에 특화된 상품 시장 개발과 연구·개발(R&D) 투자, 관련 인력 육성이 요구된다"고 주문한다. 앞으로 고령자가 될 인구는 소비 수요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국내 고령 소비자의 수요는 '다양' 그 자체다. LG경제연구원의 '한국 시니어 세대의 소비패턴' 보고서를 보면 고령화 관련 소비 품목의 2007~2012년 세대별 소비지출을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가구가 전체가구 대비 많이 소비한 분야는 주택유지·수선, 해외·국내여행, 애완동식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나뉘어 뚜렷한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
 
고은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 집단을 소득 수준과 50·60·70대 등 연령대·소득 수준별로 분석하면 소비 성향이 모두 달라 시니어 시장에 대한 세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경우 자동차 구입, 60대는 애완동식물·건강기능식품·가사서비스·화장품, 70세 이상은 주택유지와 수선·해외여행·국내여행·건강기능식품·애완동식물 등에 대한 소비가 많았다. 또 자동차 구입이나 해외 여행 등의 품목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지출 비중이 높았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애완동식물 관련 품목은 저소득층일수록 많이 소비했다.
 
고급화도 요구된다.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니어 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자신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품위 있으며 신체적 불편을 보완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고령친화산업의 사례. (자료=전영수 한양대 교수)
 
◇고령화 선진국 일본에서는 '이렇게'
 
'고령화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디즈니랜드는 시니어 할인제도를 도입하고 노인 세대의 추억 명소와 관련한 이미지 마케팅을 벌였다. 노래방 업체인 다이이치코쇼는 노인을 대상으로 회비 제도를 도입해 80개 레슨과 건강식을 제공하고 치매·혈압 등 건강 관리 프로그램과 손자용 놀이시설도 겸비한 노래방을 선보였다. 도요타자동차는 보유 부담을 줄이는 초소형 자동차 코무스를 선보였다. 노인전용 택시가 도입됐으며 독거 노인을 위한 여행 상품, 짐을 택시까지 배달해주는 백화점도 나왔다. 노인을 지원하는 로봇이나 인형도 등장하는 형편이다.
 
최첨단 산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후지츠는 노인 전용 스마트폰인 라쿠라쿠를 내놓고 일본 시장을 강타했다. 후지츠는 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 2012년 800만대에서 올해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피어스 와이어리스가 보도한 바 있다. 야마모토 마사시 후지츠 대표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시장은 정점을 찍었으므로 외국으로 시장을 확대해 판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시장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는 다양한 실버 상품이 나와 있으나, 예상보다는 시장이 크지 않고 있다. 이는 소비 욕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베이비 붐 세대 또한 대량소비와 불황도 겪어 확신이 없으면 지갑을 열지 않으므로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버시장과 시니어를 읽을 수 있는 항목으로 ▲유희 ▲ 여행 욕구 ▲이동 수요 ▲생활 밀착 ▲가족 연대 ▲무병장수 ▲평생학습 ▲밥 ▲노인 장난감 ▲농촌 부활 등을 꼽았다.
 
고령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더군다나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사는 인구의 증가로 고령자는 시장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400만명에 달하는 기존 60대 인구 외에도 40대 820만여명, 50대 650만여 명이 10~20년 사이 노인이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에 시장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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