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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크린에선 다른 삶을 사는 젊은이, 빅뱅 탑
2014-09-05 13:59:59 2014-09-05 14:04:20
◇영화 '타짜-신의 손'의 주연을 맡은 빅뱅의 탑.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은 데뷔 9년차를 맞은 베테랑 가수다. 국내를 대표하는 남성 그룹의 멤버로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외에서의 활동을 통해 K팝 팬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에선 또 다른 삶을 산다. 지난 2010년 개봉한 ‘포화 속으로’를 통해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동창생’의 주연을 맡았다. 지난 3일 개봉한 ‘타짜-신의 손’은 그의 세 번째 영화 출연작. 아직 영화계에선 잔뼈 굵은 베테랑은 아니지만, 재능 있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타짜-신의 손’의 개봉에 맞춰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탑을 만났다. 오랜 시간 동안 연예계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겪어왔기 때문일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관은 확실했고, 자신의 생각을 억지로 예쁘게 포장하려 하지도 않았다. “다음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감독은?”이란 질문에 히죽 웃으며 “히딩크 감독?”이라고 말할 땐 9년차 연예인으로서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했다.
 
"새 영화 출연을 앞두고 부담은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는 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탑이 자신의 세 번째 영화 출연작인 '타짜-신의 손'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출연 결정 앞두고 수 개월 고민..극 중 캐릭터 보며 카타르시스 느껴
 
‘타짜-신의 손’은 지난 2006년에 개봉했던 ‘타짜’의 속편이다. 당시 ‘타짜’는 600만명을 훌쩍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타짜’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는 조승우였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조승우의 바통을 이어 받아 전편 못지 않은 흥행 성적을 올려야 했던 탑으로선 이래저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을 터.
 
이에 대해 탑은 “여러 가지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커다란 리스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못하겠다고 얘기도 하고 몇 개월 동안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강형철 감독님이 ‘승현씨가 해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셨어요. 그 애정에 감사드렸고, 다음에 다시 시나리오를 봤는데 이유 모를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탑은 ‘타짜-신의 손’의 주인공인 대길 역할을 썩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삼촌 고니(조승우)를 닮아 남다른 손재주를 가진 대길은 사채업자 장동식(곽도원), 전설의 타짜 아귀(김윤석) 등과 목숨을 건 승부를 펼치게 되는 인물이다. 장난기 있으면서도 능청스러운 대길의 캐릭터를 표현해 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평소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주로 보여줬던 탑으로선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야 했다.
 
“나이가 들고, 사회 생활을 하면 겁도 많아지고 말도 걸러서 얘기하게 되잖아요. 촬영을 해보니까 내가 어렸을 때 갖고 있었던 성향을 다시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어렸을 때의 나였어요. 대길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아요.”
 
◇'타짜-신의 손'에서 고니(조승우)의 조카 대길 역을 연기한 탑.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가수? 배우? 내 직업은 탑"
 
많은 가수들이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탑은 "두 가지 일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진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마다 다른 표현을 하고, 주어진 느낌에 따라 표현을 만들듯이, 배우도 진심을 담아서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가수고 배우고 차이를 두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서 처음엔 두 가지 활동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음악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영화를 한 번 찍고 나면 음악 작업에 적응하는데 두 세달이 걸리더라고요. 그러다가 다시 영화를 찍으면 항상 첫 작품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왜 내가 이걸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감성으로 하는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가진 직업인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일은 가수나 배우라기 보다는 그냥 ‘탑’이라는 직업인 거죠.”
 
그는 “사람들이 다들 나를 탑이라고 부르는데 영화를 할 땐 최승현이란 본명을 쓰고, 가수를 할 땐 탑으로 활동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탑은 '타짜-신의 손'의 촬영이 끝난 뒤 음악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지금 공격적으로 음악 작업을 해놓지 않으면 이러다가 언제 또 영화 작업에 들어가게 될 지 몰라서 지금은 겁 없이 막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뱅의 새 앨범과 탑의 솔로 앨범을 애타게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빅뱅이 팀으로서 새 앨범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2년에 발매된 'Still Alive'가 마지막이었다.
 
이에 대해 탑은 “기다려준 팬들을 생각하면 솔로 앨범을 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서 앨범 발매가 늦춰지는 것 같다"면서도 "100% 마음에 안 드는 노래들이 들어가는 앨범을 내는 건 내 욕심상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다른 멤버들이 해외 활동을 하고 있어 빅뱅의 앨범 작업은 못하고 솔로 앨범을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타짜-신의 손'의 강형철 감독(오른쪽)과 탑.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빅뱅 멤버들은 '타짜' 마니아.."나는 팬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 사람"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생활해 누구보다 탑에 대해 잘 아는 빅뱅의 멤버들은 탑의 이번 영화 출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줬을까.
 
탑은 “‘타짜’의 첫 번째 편이 개봉했던 연도와 우리가 데뷔했던 연도가 같다”며 “다섯 멤버 모두 ‘타짜’의 마니아다. 힘이 들고, 한창 혈기왕성할 때 그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성공할 수 있구나’를 생각했다. 의미가 남다른 영화”라고 밝혔다.
 
“처음에 제가 대길이란 역으로 출연을 한다고 했을 때 멤버들이 안 믿더라고요. ‘부담스럽겠다’는 얘기도 했고요. 영화를 보고 나서 지드래곤을 포함해서 제 주위의 10명 중 8명은 술 먹었을 때나 나오는 제 모습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그랬어요.”
 
연예계 데뷔 이후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고, 상도 많이 받았다. 가수로선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또래 중 탑 만큼의 랩 실력과 음악성을 보여주는 랩퍼는 드물다. 하지만 탑은 최고란 말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특정한 목표를 두면 활동을 하는 동안 그것만 바라볼 것 같아 그러질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저는 어릴 때 상을 받을 때 단 한 번도 기뻤던 적이 없어요.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오히려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두려움도 없는 것 같아요. 실패해도 속상할 것 같지 않고, 성공해도 기쁠 것 같지 않고요. 제가 생각했던 기준치에 못 미치면 아쉽겠지만, 성공과 실패에 대한 야망은 없는 것 같아요.”
 
“팬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는 그는 “그런데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을 영원하게 만드는 건 나에게 달린 것 같다. 팬들에게 뭘 바라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내 스스로 단단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나는 팬들을 즐겁게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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