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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팬택, 법정관리 초읽기..향후 전망은?
2014-08-11 21:00:34 2014-08-11 21:05:09
[뉴스토마토 곽보연 기자] 앵커: 스카이와 베가 시리즈로 유명한 휴대폰 제조사죠. 팬택이 이르면 내일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지금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상태에 있는 기업인데,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법정관리까지 가게 됐습니다. 출입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IT부 곽보연 기자 나왔습니다.
 
곽 기자, 아무래도 지금 팬택의 상황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팬택의 상황 어떤가요?
 
기자: 팬택은 이번주 중으로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를 신청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입니다. 이동통신사들이 채권 상환기간을 유예해줬음에도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팬택의 기업개선작업이 개시됐지만, 200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을 만기일 전에 갚지 못하게 되자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통사에 13만대 규모의 단말기 구매를 요청했지만 이통사들은 현재 기존에 보유중인 재고물량과 시장상황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팬택이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팬택은 이미 두 차례의 기업개선절차를 겪었습니다.
 
기업개선절차는 부실기업에서 정상기업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업을 회생시키는 작업으로 워크아웃이라고도 하는데요, 기업과 금융기관이 서로 협의해서 진행하는 구조조정 과정을 의미합니다.
 
팬택의 첫 번째 워크아웃은 2007년 4월 시작됐습니다. 2009년 팬택이 팬택엔큐리텔과 합병을 거치는 등 기업 구조를 리모델링 하면서 첫번째 워크아웃은 4년만인 2011년 12월 종료됐습니다.
 
이후 팬택은 2007년 3분기부터 20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는데요, 2012년 11월부터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2014년 3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 겁니다. 하지만 팬택이 채권을 계속해서 연체하자 채권단이 팬택 법정관리를 고민하는데요, 이통사가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면서 워크아웃이 그나마 연장될 수 있었습니다.
 
앵커: 팬택 채권단이 팬택의 워크아웃 연장을 위해 내걸었던 조건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팬택 채권단은 이통사가 매출채권을 출자전환해 주는 것을 전제로 워크아웃 연장을 약속했습니다. 현재 이통사가 보유하고 있는 팬택의 매출채권이 약 1800억원 수준인데요, 이를 팬택 주식으로 맞교환 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하지만 이통사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됐던 건데요, 한번 도와주는 것으로 팬택 사태가 과연 끝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매출채권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지만 이통사는 추후에도 계속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었던 팬택은 이통사에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데요, 돌아오는 채권의 상환기간을 유예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통사는 고심 끝에 팬택 채권을 2년 동안 유예해주기로 결정했고, 채권단은 지난달 이를 받아들여 팬택의 워크아웃을 연장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연장해줬음에도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워크아웃을 지속하기 위해서 팬택은 자금 확보가 필요합니다. 당장 어제 만기되는 채권이 200억원 규모였는데요 팬택은 현재 이를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팬택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야 하는데요,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을 판매하는 한국의 유통구조에서는 팬택도 손 쓸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팬택은 이달 초 이통사에 재고물량 13만대를 구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장 돌아오는 어음 만기를 막기 위함이었는데요, 이통사는 현재까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통사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쪽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해가 가는데요, 이통3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팬택 재고물량이 약 50만대 입니다. 시장에서 팬택 제품을 찾지 않고 있는 상황에, 여기에 13만대 재고를 추가로 더 구입하는 것은 이통사 입장에서도 무리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이통사 입장에서도 참 난감하겠군요.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는 어느 정도 규모지요?
 
기자: 올 1분기 기준으로 보면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5009억원 규모인데, 부채는 9907억원 정도 됩니다. 부채가 자산의 2배 가량이 되는 겁니다. 자산 중에서도 유형자산의 규모는 998억원에 불과합니다.
 
앵커: 법원에서 팬택의 법정관리를 결정하게 되기까지는 어떤 과정들이 필요합니까.
 
기자: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7일 이내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개시 전까지 팬택에 대한 금융권 대출은 물론 이통3사의 상거래채권 등 모든 채무가 일단 동결됩니다.
 
팬택 입장에서는 당장 돈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금이 묶이는 셈입니다.
 
법원은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30일 이내에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개시로 결정날 경우 이후 자산·채무 실사를 거쳐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계산하고, 4개월 내에 회생 혹은 청산 여부를 판단하게 될 전망입니다.
 
앵커: 가장 궁극적으로 던져봐야 할 질문은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면 과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이냐는 겁니다. 시장논리에 따라 팬택이 사라지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정부나 이통사가 어떻게 해서라도 끌고 가야 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해봐야 할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팬택을 살려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또 누가 살려야 하는가를 두고도 공방전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휴대폰 제조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팬택 3개 업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팬택은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벤처신화로 불리며 23년을 존속해 온 겁니다. 그런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회생 가능성이 낮아 도산하게 된다면 국내 휴대폰 제조시장에는 대기업만 남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 팬택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살려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국내 시장에는 책임을 지려고 뛰어들 사업자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기술 확보를 위해 팬택을 넘보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데요, 국내 기술력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 역시 안된다고 합니다.
 
팬택이 도산한다면 팬택과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7만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직계가족으로만 따져도 30만명에 이르는 규모인데요, 팬택의 도산이 국내 제조시장에 가져올 여파를 생각한다면 누군가 나서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팬택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놓인 200억원 상거래 채권을 비롯해 앞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는 채권을 계속해서 갚아나가야 합니다. 정부도 이통사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의무가 없기 때문에 나서지 않고 있는겁니다. 시장자율에 맡긴다면 부실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맞겠지만, 과연 팬택이 없어지는 게 맞을지는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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