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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운업 지원 시동..실효성은 '글쎄'
2014-07-29 17:28:15 2014-07-29 17:37:4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수년째 적자 기조에서 허덕이고 있는 해운업 지원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4일 해양수산부는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을 내년까지 연장해 2조원 추가 발행함과 동시에 해운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중고선을 매입하는 선박은행을 조성키로 했다.
 
P-CBO 지원과 선박은행 조성은 대부분 기존 지원 대책을 연장하는 것으로, 향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지원 대책에 대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내놓고 있어 공염불이 될 소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라도 정부가 국내 해운업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하는 태도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해운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정부의 지원 대책이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금년 말로 종료 예정이었던 P-CBO 지원을 내년까지 1년 연장하고 발행규모를 2조원 더 늘린다. P-CBO는 만기 회사채 차환을 지원해주는 제도로, 선사들은 회사채 만기 도래분의 20%만 상환하고 80%는 신규 발행해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신청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사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P-CBO 도입 이래 지금까지 해운업계는 총 269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발행된 시장안정 P-CBO 총액이 2조889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해운업계 지원금액은 이중 단 3.0%에 불과하다.
 
이에 해운업계와 선주협회는 P-CBO 편입 요건을 중견 해운선사의 경우 신용등급 BB- 이상을 B- 이상으로 완화하고, 중견 및 중소선사의 부채비율 및 연매출액 대비 총차입금 기준 또한 완화해 줄 것을 꾸준히 건의했다.
 
특히 해운업은 업종 특성상 선박을 도입할 때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해 업종별 편입 기준에 예외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1조원 규모의 중고선을 매입하는 선박은행도 조성할 계획이다.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사들이 중고선을 선박은행에 매각하고,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선박은행은 선박운용회사가 연기금 등 외부 투자자를 통해 모집한 자금으로 선박투자회사(선박펀드)를 설립하면 선박투자회사는 후순위 대출을, 금융기관은 선순위 대출을 특수목적법인(SPC)에 제공한다.
 
특수목적법인(SPC)은 선박투자회사와 금융기관의 대출을 제공받아 선사의 중고선박을 매입, 선사에 유동성을 제공한다. 이후 선사와 용선 계약을 맺어 선박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료=정부 201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참고자료)
 
민간선박펀드의 경우 화주가 있고 선령이 낮으며 영업흐름이 좋은 벌크선, 탱커 등을 위주로 지원하고, 캠코선박펀드는 중소선사가 보유한 컨테이너선을 위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는 선박은행 규모가 너무 작고, 중고선 매각을 할 수 있는 대형 선사의 경우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선사들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이 적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연비를 절감할 수 있는 에코십 기술이 적용된 선박이 늘고 있고, 규모도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중고 선박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벌크선과 탱커의 경우 컨테이너선에 비해 업황 회복세가 빨라 선박 수요도 늘고 있는 상황. 때문에 한 척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 몇 척이면 정부가 조성한 1조원 규모의 자금도 금세 바닥이 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상위 선사들의 경우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거치면서 각각 벌크선사업부와 LNG운송사업부를 매각했고, 컨테이너선의 경우에는 중소선사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혜택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늘고,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세월호 수습에 올인하고 있어 연내 설립 목표인 해운보증기구도 설립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설립된다 하더라도 민간에서 자본금의 50%인 2800억원을 조달해야 해 출자방안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지원대책이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탁상행정으로 추진되고 있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책과 현실 간 괴리는 여전하다. 그 사이 해운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P-CBO 연장, 선박은행 조성 등 해운업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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