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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괜찮은 데 없어요?"..IT벤처에 몰리는 투심
2014-07-27 10:45:57 2014-07-27 10:50:00
[뉴스토마토 기자] #1. 인터넷업계 실무자로서 적지 않은 경력을 쌓은 A모씨. 이제 독립을 해도 좋다는 판단에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팀 스펙은 감히 '최고'라 표현해도 좋은 상황. 회사설립을 막 마쳤을 때 평소 알고 지내던 투자 심사역이 "초기 성과는 물론 그 어떤 아이템이라도 상관없으니 당신 경력만 보고 시드펀딩(초기투자)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2. 한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가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자 관련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말이 돌았다. 성과 대비 평가 기업가치가 터무니없이 높았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수익모델이 없어 매출을 내지 못하는 데다 트래픽도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전망만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를 두고 업계 한 종사자는 "펀더멘탈이 아닌 스토리만 보고 투자한 전형적인 사례"라 꼬집었다.
 
최근 IT벤처업계에 투심이 급속히 몰리고 있다. 중기청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조3845억원의 벤처투자금 중에서 소프트웨어, 모바일 등 IT 분야 기업에 대한 비중이 35.2%를 차지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20%대에 머물고 있었던 사실을 염두하면 매우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정부가 "IT강소기업을 대거 육성해 경제를 살린다"는 이른바 창조경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수 펀드가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심사역은 "미래부와 중기청이 IT창업을 독려하면서 대기업과 공기업이 관련 벤처펀드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며 "통상 펀드 하나당 매년 최소 수십억원의 자금을 소모해야 하는 터라 투자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SoLoMO(소셜·로컬·모바일)' 열풍으로 대변되는 신기술 등장과 함께 여러 벤처스타가 나왔다는 점도 IT벤처업계에 유동성이 넘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네이버를 이어 인터넷업계 2위 업체로 성장했으며,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직원수 1000명이 육박하는 중견회사가 됐다. 그리고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선데이토즈, 네시삼십삼분 등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펀더멘탈 대비 자금이 몰려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심사역은 "우량기업을 발굴하는 일이 어렵다. 투자할 만한 곳을 찾으면 이미 경쟁펀드에 선점된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성과와 상관없이 창업자 경력이 좋거나 시장성만 인정 받아도 대규모 투자금 유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 펀드조성 외 유능한 인재가 대거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벤처에 대한 전반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 최근 벤처창업 사례 중 가장 높은 사업성과를 이뤘다고 평가받는 카카오톡 (사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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