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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연기금 의결권행사 더욱 강화돼야
2014-07-24 14:51:08 2014-07-24 14:55:27
최경환 2기 경제팀이 출범과 함께 내수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배당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 소비확대를 유도하는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기업배당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발생하는 이익금에서 배당이나 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쌓아두는 유보금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한편 이사회의 배당 결정 내역을 주주총회에서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배당주가지수 산출방식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개편해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들의 배당을 늘리기 위해 연기금의 주주권리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안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는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경영참여목적의 투자로 취급돼 단기매매차익 반환과 지분변동공시를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배당확대를 위해 연기금의 의결권을 활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유보금에 대한 과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항은 적으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묘안으로 받아들여 진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대기업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기력했던 연기금의 의결권이 본격적으로 행사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비록 의결권 행사가 배당과 관련된 주주권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추가적인 규제완화나 연기금 정책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와 투자자 이익을 위해서라도 주주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연기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26조원의 기금에서 84조원(19.6%)를 국내 주식에 투자했으며,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달한다.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도 143개나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거수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학연금이 올해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사에 대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335건 중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은 2건에 불과했다.
 
공무원연금도 올해 111건의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반대 의견은 하나도 없었다. 국민연금의 경우 주총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은 전체 2813건 중에서 226건(8%)으로 다른 연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았지만,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한다.
 
연금 수급자인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적정한 배당을 요구하거나 문제가 있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등 연기금의 주주권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캘퍼스)가 경영실적이 나쁘거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모아 '포커스 리스트(Focus List)'로 관리하면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고 있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다만 캘퍼스가 미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한 데 비해 국민연금의 증시비중은 7%에 육박하고 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어서 독립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금을 나눠 관리하는 자산운용사들을 통한 간접적인 의결권 행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정부의 개입 여지를 더욱 축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동시에 가입자들의 이익도 보전하는 순기능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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