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간 과장연비..제조사 혐의 입증 어려울 듯
2014-07-22 07:00:00 2014-07-22 20:03:06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과장연비 피해자 수천명이 집단소송에 돌입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자동차 제작사의 연비 과장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원화해 관리했던 연비검증체계 때문에 제작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논거가 상당부분 희석됐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가 고의 또는 과실을 범했다는 불법 혐의가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피소 당사자인 현대차와 쌍용차는 산업부가 독자적으로 연비를 검증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 고시 연비에 대해 적합 판정을 받았고, 이러한 이력은 '고의'와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유력한 법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뒤늦게 연비검증에 뛰어들어 연비 부적합 판정을 내렸던 국토교통부의 결정만을 갖고 '뻥연비'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달 정부부처의 자동차 연비 합동 브리핑에 앞서 "(연비 과장 논란은) 싼타페 자체의 문제나 당사 개발 과정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연비 인증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국토부가 연비 시험 장비, 시험 조건 등의 차이 때문에 상이한 연비 결과를 발표한 건"이라면서 과장연비 논란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정부 탓으로 돌렸다.
 
이처럼 과장연비를 입증할 법적 논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얼마만큼 능력있는 변호인단을 꾸릴 수 있느냐에서도 피해자들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소위 가장 잘 나가는 로펌을 선정해 맞대응 할 것이 뻔한 대기업의 특성상, 자본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중소규모 로펌이 이들을 상대하기에는 벅차다는 게 변호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공통된 견해다.
 
대기업에게는 연비 측정 방법 등 기술적인 문제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법률전문가들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닐 뿐더러, 적어도 수년 이상의 긴 법정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로펌이 자금 압박을 견뎌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가장 많은 피해자를 모아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예율의 경우에도 소규모의 변호인단으로 구성된 비교적 중소형의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사례로 미국에서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던 현대·기아차의 행적이 국내 피해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술적 견해가 풍부한 상대 측이 제작사의 명백한 연비 측정 방법의 오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정부부처가 제각각 연비검증을 실시하는 무책임한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현대·기아차가 충분한 반박을 내세울 수도 없었다. 따라서 연비 소송에서 국내 피해자들이 패소할 경우 여론의 비난은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부처간 상이한 결과를 발표하고 혼란을 조성해 소비자들은 물론 자동차 제작사들에게도 명백한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연비 사후검증 체계가 국토교통부로 일원화된 현재까지도 제조사와 정부부처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가 행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의준 보리움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연비소송은 수많은 소비자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이라며 "대기업과 대형로펌의 전문가팀을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연비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얻고 연비측정과 관련한 전세계 모든 자료를 분석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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