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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이병기 인사청문회' 야당자료 '도촬'..정회 소동
국정원 직원 '일시 취재증' 얻어 촬영
망원렌즈까지..野 취재증 제시에 불응
2014-07-07 14:13:49 2014-07-07 14:25:2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국정원 직원의 인사청문회 촬영 문제로 한때 정회된 후 속개됐다.
 
정보위 소속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오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국정원 직원이 자꾸 제 뒤에서 저와 박지원 의원, 문희상 의원의 자료를 카메라로 찍고 있다"고 항의했다.
 
박 의원은 "국정원 직원 카메라가 인사청문회에 들어올 수 없다"며 김광림 정보위원장에게 "당장 퇴청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정원이 댓글 공작을 하던 곳인데 정보위원회도 마음대로 와서 국회의원을 감시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정회 후 "지금껏 국정원이 일시취재증을 달고 정보위를 촬영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회 후 곧바로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앉아있던 또 다른 국정원 직원에게 신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직원은 카메라 촬영 받침대와 카메라 망원렌즈 등을 가방에 지니고 있었다. 해당 직원은 "공식적으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하는 활동"이라고 해명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려 했다.
 
곧바로 박영선·박지원·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이 다가와 해당 직원에게 '일시 취재증'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며 거세게 추궁했다. 해당 직원은 끝내 일시 취재증 제시를 거부했다.
 
대치가 계속되는 와중에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 간사가 장소를 옮겨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에 동의해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과 함께 옆 사무실로 옮겨 해당 직원과 국회사무처 등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했다.
 
김광림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경위를 파악한 결과, 국정원이 그동안 관례적으로 국회사무처에 '취재 요청'을 한 후 청문회를 촬영했던 것을 확인했다 사무처가 '출입기자 등록 내규'를 근거로 4명의 취재 인력에 대한 일시 취재증을 발급 해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박지원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취재 명찰을 패용하고 야당 의원들의 책상에 놓인 질의자료를 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된 국정원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News1
 
회의 속개 후, 야당 의원들은 이러한 '기존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경민 의원은 "출입기자 등록 내규를 갖고 정부의 기관들, 특히 정보기관이 와 있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회의실이 넓지가 않은데 국정원이 망원렌즈까지 동원한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도 "일시 취재증을 신청하고 발급받는 것은 언론에만 한다"며 "언론도 아닌 국정원에서 관행이라고 해도 일시 취재증을 갖고 있는 것은 정보 활동을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아울러 국정원 직원이 촬영한 영상을 국회 전문위원과 여야 추천 인사들이 확인할 것으로 김광림 위원장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자료의 존안을 위해 국정원이 정식 협조 요청을 해서 국회에서 허가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민식 의원은 야당을 겨냥했다. 그는 "마치 국정원 직원이 신성한 인사청문회 장소에서 뭔가 불법적인 사찰 활동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력한 의심이 들게 하는 분위기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광림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News1
 
한편,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이병기 후보자는 정치자금 불법 전달 문제에 대해 거듭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차떼기' 연관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이인제 당시 자유민주연합 의원 측에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데 대해 "한 번의 실수였다"며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렸다. 일생일대의 실수라는 뼈 아픈 마음을 갖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인제 의원 측에 돈을 전달했던 것은 단순히 '경복고 동문'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의원이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패한 후 자민련 부총재로 간 후, 충청권 보강을 위해 그에 대한 영입을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차떼기' 연루 의혹에 대해선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차떼기나 밭떼기는 차를 갖고 가서 직접 모금하고 분배하는 것에 관여했으면 인정할 것"이라며 자신은 돈을 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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