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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뻥연비 논란, 불신과 피해만 낳았다!
2014-06-27 18:34:54 2014-06-27 18:39:04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자동차 연비 검증을 둘러싼 혼선에 시장의 혼란만 배가됐다.
 
당초 '뻥연비'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조차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의 덤터기를 쓰게 됐다.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이른바 ‘뻥연비’와 관련해 산업부는 ‘적합’을,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해당 제조사에 과징금을 청구했다.
 
‘한 지붕 두 가족’ 식의 정책 혼선 탓에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과 함께 집단소송 위기에 처해졌고, 소비자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애꿎은 차량만 탓하게 됐다.
 
부처간 정책이나 의견조율 등을 위해 ‘경제부총리 제도’를 5년 만에 부활시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우선 현대차와 쌍용차는 과장연비 논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3년부터 산업부가 자동차 연비에 대한 측정 및 검증을 도맡아 왔고, 제조사들은 이 기준에 맞춰 연비를 표기해 왔다. 지난해 국토부가 산업부와는 별개로 자동차 연비 조사에 나서면서 제도 자체가 뒤흔들렸고, 제조사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혼선을 겪었다.
 
부처간 서로 다른 기준과 검증 방법을 통해 각기 다른 결과가 발표되면서 기업들은 그 때마다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만 했다. ‘뻥 연비’ 논란에 휘말린 차량은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해당 차량을 생산한 브랜드 이미지는 급격히 추락했다.
 
집단소송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미 지난 24일 현대차 싼타페 소유자 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현실화되고 있다.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피해자이 늘어날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와 기업 간 불신의 장벽만 높일 공산이 크다.
 
소비자들 역시 피해자다.
 
지난 10여년간 산업부가 자동차 연비를 사후 검증했지만, 단 한 차례도 부적합 판정을 내린 적이 없었다. 미국 등에서의 연비 논란을 감안하면 산업부가 철저한 기준을 마련해 자동차 연비를 조사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를 부풀려도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과징금이 최대 10억원에 불과한 데다, 소비자 보상은 아예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개인이 거대기업을 상대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에 나서고, 승소해야 그나마 보상 받을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자동차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연비 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 지난 2012년 현대차는 미국에서 싼타페 연비 과장으로 90만여명의 소비자에게 총 4200억원을 보상한 바 있다. 소비자가 손해 보는 기름값에 대해 폐차 때까지 보상해 주고 벌금도 내야 한다.
 
역차별 받는 국내 소비자만 봉인 셈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 같은 혼란을 없애기 위해 부처간 다른 연비 검증기준을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자동차 업체가 연비를 부풀릴 경우 소비자에게 손해액을 보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국제기준에 부합한 철저한 연비 검증과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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