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지원을 위해 자본확충펀드를 수혈받는 은행들에 대해 지원 기여도에 따라 차별화된 금리를 적용키로 했지만 아직 금리차등화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감독당국이 여론과 정권을 의식해 ‘성과내기’용으로 일단 질러보자는 식으로 경쟁적으로 정책을 내놓은 결과다. 은행들 역시 몸사리기에 들어가면서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든 가계와 중기에 자금이 제 때 투입되지 않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4개 은행이 1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신청을 완료하면서 실물경제 지원과 기업구조조정 등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당초 감독당국은 은행들이 자본확충 펀드를 수혈받도록 유도하기 위해 외화자금 조달실적, 중소기업 지원 실적 등에 따라 자본확충펀드가 매입할 은행의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 채권)의 금리를 차등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차등화한다는 금리와 관련된 가이드 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다. 외화자금조달 및 중소기업 지원 실적, 시장금리 상황 등을 포함해 금리가 산정될 것 같다는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화조달과 가계 및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할 은행들도 눈치만 보고 있다.
비난이 큰 것은 가이드 라인을 만들지 못한 이유가 과도한 경쟁에 따른 성과내기식 정책 때문이어서다.
당초 금융위와 금감원은 경기부양정책과 관련해 동일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와중에 금융위가 먼저 중기 100% 만기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뒤처진 금감원이 다급하게 들고 나온 정책이 바로 자본확충펀드를 받기 꺼리는 은행들에 대해 마이너스 통장 형식의 수혈과 금리차등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일단 질러놓고 봤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준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뒤늦게 가이드 라인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하루하루 운영자금에 목이 메이는 중기나 가계입장을 볼 때 성과주의식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은행들 역시 경영권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혹여나 하는 생각에 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해 놓고도 유상증자 등 자체적인 자본확충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보증을 통한 적극적인 외화조달 요구에도 불구, 조달금리와 정부간섭을 우려해 달러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각 은행들이 이사회를 통해 약정서 내용 의결을 마무리 짓는 이번 주 중 자본확충펀드의 채권 발행 금리 결정과 주간사 등을 선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12조원 중 40%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을 후순위채 매입에, 나머지를 하이브리드 채권 및 우선주 등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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