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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의 가요별점)거미의 컴백과 ‘실력파 가수’를 위한 변명
2014-06-10 17:07:50 2014-06-10 17:12:15
◇새 미니앨범을 발표한 가수 거미.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수 거미가 10일 새 앨범을 내놨습니다. 지난 2010년 발매된 '러브리스'(Loveless) 이후 처음 발표하는 미니앨범이니 참 오랜만이죠.
 
거미는 국내를 대표하는 ‘실력파 가수’로 통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들만 나갈 수 있다는 MBC ‘나는 가수다’에도 출연했었고, 또 다른 경연 프로그램인 KBS ‘불후의 명곡’에선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까지 했죠. 거미의 노래 실력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 음악팬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국내에선 ‘실력파 가수’들에 대한 선입견이랄까요 아니면 오해랄까요, 그런 시선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거미는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열었던 쇼케이스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대중들이 내 음악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음악을 발표해도 곡이 어렵다고 느끼신다.”
 
거미의 노래가 다른 가수들의 노래들에 비해 특별히 어려운 코드 진행을 사용하거나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가면서 노래를 감상하는 것도 아니죠. 선배 가수에게 “애국가를 불러도 어렵게 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가수 이은미도 비슷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대중들의 입장에서 거미나 이은미와 같은 실력파 가수들의 노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의 독특한 음색과 창법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미의 소울풀한 목소리 속에선 드라마가 느껴지고, 폭발적인 가창력을 주무기로 하는 거미는 자신의 노래에서 화려한 고음 애드립을 선보이기도 하죠. 그런 이유에서 사실 알고 보면 어려운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어려운 노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흥얼거려 보면 쉬운 멜로디고, 쉬운 가사”라는 거미의 이야기처럼 선입견 없이 실력파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되면 실력파 가수들이 대중들에게 좀 더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우리 음악 시장의 스펙트럼도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거미가 신곡 '사랑했으면 됐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그런 점에서 거미의 이번 앨범은 대중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거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앨범인 것 같습니다. 거미는 자신의 장기라고 볼 수 있는 R & B 소울 대신 발라드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힘을 빼고 차분히 가사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1번 트랙의 ‘놀러가자’가 대표적인 곡인데요. 경쾌한 레게 장르의 노래입니다.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놀러가자고 얘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상큼 발랄한 멜로디와 힘을 뺀 창법이 거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소속사 식구인 JYJ의 박유천이 이 노래의 내레이션과 피처링에 참여했는데요. 박유천의 파트가 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두 사람의 호흡이 연인의 설레는 감정을 잘 살려낸 것 같습니다.
 
2번 트랙의 ‘지금 행복하세요’는 가수 휘성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입니다. 강렬한 비트가 인상적인 네오 소울 장르의 노래인데요. 총 6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 중 거미의 진한 소울이 가장 잘 묻어나는 노래입니다. 거미의 소울풀한 음색을 좋아했던 팬들에겐 가장 매력적인 곡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3번 트랙의 ‘사랑했으니 됐어’입니다. 휘성이 작사를 맡았고, 작곡가 김도훈이 작곡을 했습니다. 이별의 슬픔에 대해 노래한 곡이지만, 거미는 감정을 절제하면서 담담하게 곡의 분위기를 표현해냅니다. 그러다 절정 부분에서 감정을 터트리면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줍니다. 10일 발표된 이후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거미표 발라드’ 또는 ‘거미표 이별 노래’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4번 트랙의 ‘혼자이니까’는 이별 후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낸 발라드곡입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는 거미는 “배불리 먹고 마시고 열 시간 넘게 자봐도 그래도. 시리는 가슴을 안고 더운물에 샤워를 또 그래도”와 같은 현실적인 가사를 통해 이별에 대한 감정을 애절하게 표현해냈습니다.
 
5번 트랙엔 거미의 자작곡인 ‘사랑해주세요’가 실렸습니다. 거미는 결혼식 축가 섭외 1순위 가수죠. “그런데 내 노래 중엔 이별 노래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만든 노래로 축가를 해보고 싶어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것이 거미의 설명인데요. 곡을 이끄는 아름다운 선율과 거미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돋보이네요.
 
6번 트랙엔 거미와 랩퍼 로꼬가 호흡을 맞춘 ‘누워’가 있습니다. 가수 화요비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요. 올해 초 씨스타의 소유와 가수 정기고가 함께 부른 ‘썸’이란 노래가 큰 인기를 얻었었죠. 남녀가 연인 관계로 발전해가는 단계로 따지면 ‘누워’는 ‘썸’의 다음 단계랄까요.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에서 ‘내꺼’가 되는 바로 그 순간쯤에 대해 노래한 곡이 ‘누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워’는 ‘썸’에 비해 좀 더 은유적이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남녀의 관계에 비해 그려냈습니다.
 
거미는 "이번 활동은 방송이든 공연이든 좀 많이 하고 싶다"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습니다. 다음달 19일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엽니다. 오랫동안 거미를 기다렸던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네요.
 
< 거미 미니 2집 '사랑했으니 됐어'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대중과 한 발 가까워졌으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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