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욱의 가요별점)피프틴앤드, 15년 뒤 기대되는 '여자 플투스'
2014-05-27 13:53:25 2014-05-27 13:57:51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 피프틴앤드의 박지민(왼쪽)과 백예린. (사진=JYP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2년전 일입니다. 2012년 4월 29일. 15세와 16세의 소녀가 SBS ‘K팝스타’의 결승 무대에 섰습니다. 지금은 프로가수가 된 박지민과 이하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방송 내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었죠. 우승은 결국 박지민의 차지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두 소녀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박지민은 JYP, 이하이는 YG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는 가요계 데뷔 이후에도 이어졌는데요, 지난 2년 동안 이하이가 조금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2012년 발표한 데뷔곡 ‘1, 2, 3, 4’에 이어 다음해 발표한 ‘It's over'와 ’로즈‘로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면서 승승장구했습니다. 이하이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그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곡, YG의 영리한 프로듀싱 등이 더해진 결과였습니다. 그 사이 박지민은 동갑내기 멤버 백예린과 피프틴앤드(15&)를 결성해 활동을 펼쳤지만, 이하이 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상황이 달라질 듯합니다. 피프틴앤드가 지난 26일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을 통해 이하이 못지 않은 음악적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죠. 
 
1번 트랙에 담긴 ‘Star'는 이번 앨범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특히 이 곡을 10번 트랙에 실린 ’I Dream'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입니다. ‘I Dream'은 지난 2010년 10월 발표됐던 피프틴앤드의 데뷔곡인데요. 첫 번째 정규 앨범이 나오면서 함께 실렸습니다.
 
'Star'와 ‘I Dream'의 주제는 똑같습니다. 가수를 꿈꾸던 두 사람이 무대에 올라 꿈을 펼친다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이제 열 일곱이 된 두 소녀의 자전적인 노래인 셈인데요.
 
주제는 같지만 노래를 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I Dream'은 차분한 발라드곡이지만, ’Star'는 그루브가 느껴지는 R & B 곡입니다. ‘I Dream'에서 꾸밈 없이 쭉 뻗어 소리를 냈던 피프틴앤드는 ’Star'에선 좀 더 소울이 느껴지는 창법을 보여줍니다.
 
JYP 측은 이번 앨범의 발매를 앞두고 피프틴앤드가 본격적으로 R & B 소울을 시작한다고 선언을 했었는데요. 자기 색깔을 잘 찾은 것 같습니다. 발라드를 부르는 피프틴앤드도 매력적이지만, 두 멤버의 강점인 가창력을 좀 더 확실하게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R & B 소울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타이틀곡은 2번 트랙의 ‘Sugar'입니다. 설탕가루를 사랑을 부르는 마법가루에 비유해서 사랑에 빠진 상태를 표현한 곡인데요. 두 소녀의 소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K팝스타'의 우승자인 박지민 뿐만 아니라 SBS '스타킹'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백예린도 노래 실력면에선 이미 인정을 받은 상황인데요.
 
박지민이 ‘K팝스타’에 출연했을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진영이 이런 얘기를 했었죠. “박지민의 안엔 40대 중반의 데뷔 20년 차인 흑인 여성이 사는 것 같다. 박지민이 노래할 때 가끔 ‘그 분’이 오신다.”
 
흑인 가수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던 소울과 리듬감이 박지민에게도 있다는 극찬이었는데요. 박지민과 백예린은 'Sugar'에서 마치 ‘그 분’이 오신 것처럼 신들린 듯 리듬을 타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3번 트랙의 ‘Shy Ma Boy’는 백예린의 달콤한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백예린은 힘을 빼고 감미롭게 멜로디 라인을 이끌어갑니다. 자신에게 먼저 고백을 하면 내가 너를 선택하겠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인데요.
 
피프틴앤드의 데뷔를 앞두고 백예린보다는 박지민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워낙 높은 인기를 얻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백예린 역시 박지민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소녀 가수입니다. 특히 박지민의 파워풀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백예린의 음색이 참 매력적인데요. ‘Shy Ma Boy’를 통해 그런 백예린의 매력을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4번 트랙의 ‘Oh My God'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곡입니다. 피프틴앤드의 소녀 감성을 잘 살린 노래입니다.
 
“아무리 어리게 보여도 알건 알아요. 마냥 귀엽게만 보여도 사랑에 빠진걸요. 그런게 무슨 사랑이냐고. 웃으면서 쉽게 얘기 말아요”와 같은 가사가 풋풋한 느낌을 줍니다. 두 사람은 순수한 느낌을 풍기는 목소리로 이 노래를 적절히 잘 소화해냅니다.
 
5번 트랙엔 흘러내리는 눈물을 비에 비유한 ’Rain & Cry’가 있습니다. 피프틴앤드는 앨범 공개와 함께 이 곡을 라이브로 부른 영상도 공개했었는데요. JYP가 앞으로 피프틴앤드를 어떤 느낌의 팀으로 성장시키려고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라이브 영상은 노래 실력만 놓고 보면 피프틴앤드가 또래 가수들 중 가장 뛰어난 팀이란 것을 잘 보여줍니다.
 
 
슬로우 템포의 R & B 곡을 부르는 피프틴앤드의 모습을 보니 R & B 듀오로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떠오르네요. 데뷔 15년을 맞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최근 오랜만에 낸 앨범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내면서 이제 가수로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는 피프틴앤드는 15년 뒤가 더 기대되는 팀입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와 마찬가지로 먼 훗날 국내 R & B 계의 중심이 돼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6번 트랙엔 자신을 떠난 옛 연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Not Today Not Tomorrow’이 실렸습니다. 두 소녀가 부른 노래를 듣고 있으면 능수능란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불과 17세가 된 소녀들은 목소리와 리듬을 가지고 놀 듯 자유자재로 감정을 표현해냅니다. 박지민과 백예린의 소울풀한 목소리는 ‘Not Today Not Tomorrow’와 같은 빠른 템포의 노래에도 잘 어울리네요.
 
7번 트랙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편한 동네 오빠가 어느 순간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담긴 ‘Silly boy’가 있습니다. ‘Oh My God'과 마찬가지로 피프틴앤드의 소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노래인데요,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라면을 끓여먹다가도 차마 국물은 마실 수가 없어. 안젤리나 졸리보다 더 예뻐질꺼야”와 같은 현실적이면서도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8번 트랙과 9번 트랙엔 ‘Somebody'와 ’티가 나나봐‘가 실렸습니다. ’Somebody'는 지난해 4월에 피프틴앤드가 이미 발표했었던 노래인데요, 사랑에 대한 풋풋하고 애교 넘치는 기대감에 대한 곡입니다. ‘티가 나나봐’는 지난달 발표됐던 이번 앨범의 선공개곡이죠. 사춘기의 첫사랑의 떨리는 감성을 노래한 R & B 곡인데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올해 들어 악동뮤지션, 에디킴, 이천원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데뷔를 했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었죠. 피프틴앤드가 이번 앨범을 통해 "우리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네요. 
 
< 피프틴앤드 정규 1집 'Sugar'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자기 색깔 찾은 R & B 소녀들의 성공적 첫걸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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