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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양극화 심화..업황 살아나도 답이 없다!
2014-05-27 15:43:51 2014-05-27 17:17:5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해운업의 양극화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선사와 국내 선사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이익을 나눠갖기 어렵게 됐다.
 
국내 선사들이 운임 하락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선사들은 운임을 낮추고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선박을 활용한 비용절감 덕에 운임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을 물동량으로 상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선사인 한진해운(117930)현대상선(011200)은 올 1분기 영업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4년째 적자행진이다. 재무구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다만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손실폭을 그나마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위안이다.
 
이에 반해 컨테이너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157% 증가한 64억6000달러, 5억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4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2억400만달러와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7.7%에 달했다.
 
특히 1분기 컨테이너 평균 운임이 5.1% 하락했음에도 영업비용을 9% 줄이면서 성장세를 유지했다. 업황에 좌지우지되는 국내 선사들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지부진한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상대적으로 물동량이 많은 항로의 의존도를 높이고, 1만8000TEU급의 초대형 선박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면서 단위비용이 낮아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 올 1분기 머스크의 단위비용은 한진해운에 비해 무려 28% 낮았다.
 
1위 선사인 머스크가 초대형 선박으로 비용절감에 성공하자 글로벌 주요 선사들도 적극적으로 단위비용을 낮추기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문하고 있다. 조선업이 여전히 불황에 시달리고 있어 발주가도 대폭 낮출 수 있는 호기다.
 
여기에다 평균 1만3000TEU급 선박을 갖춘 P3의 출범으로 G6와 CYHKE에서도 초대형 선박의 확보가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흐름에 현대상선이 포함된 G6는 1만9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 20척의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리서치 회사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평균 1만300TEU급 선박을 보유한 P3가 공유할 선복량은 650만TEU에 이르는 반면 평균 82000TEU급인 G6가 공유할 선복량은 315만TEU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로 인한 운임의 하락세다. 글로벌 상위 선사들을 중심으로 초대형 선박 확보 경쟁이 가열되면서 컨테이너 운임은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초대형 선박으로 단위비용을 줄일 수 있는 폭이 확대되면서 물동량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아시아-북유럽 항로의 경우 운항선박의 평균 규모가 올 1월 1만1000TEU, 2월 1만1050TEU, 3~4월 1만1230TEU로 증가한 반면 운임은 1월3일 TEU당 1765달러에서 4월25일 1084달러까지 하락했다.
 
초대형 선박을 확보하지 못한 선사들의 경우 물동량 경쟁에서 자꾸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국내 선사들의 경우 초대형 선박을 확보할 자금 여력이 없어 향후 국제 해운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초대형 선박 확보 경쟁으로 그동안 주춤했던 선박 공급 과잉이 다시 불거질 경우 해운업황 회복 시기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은 1억6050만TEU로 2008년에 비해 채 20%도 증가하지 못한 반면 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40% 이상 증가했다. 선박공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보다 크게 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까지는 업황이 좋을 때 머스크 등 대형선사가 운임 인상을 주도하면 다른 선사들도 따라 올리면서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비용을 줄여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라며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머스크의 전략은 앞으로 모든 해운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또 "초대형 선박이 부족해 단위비용을 줄일 수 없는 선사들은 운임 인상이 절실한데,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운임 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신조 선박 건조가 늘면서 규모가 작은 컨테이너선의 해체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컨테이너 해체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21만2000TEU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4000~5000TEU급 선박들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 들어 이미 4000~5300TEU급 컨테이너선 43척이 해체됐는데 이는 2012년 13척, 지난해 18척에 비해 2배가 넘는 규모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해체량은 50만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선사와 국내 선사 간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초대형선박을 활용해 운임을 낮추고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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