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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유럽의회 선거 극우정당 '득세'..정치권 지각 변동
극우·극좌 정당 '인기'..프랑스·영국 제1당 차지
"EU 통합 저해될 것"..긴축·이민법 변경 가능
2014-05-26 16:08:34 2014-05-27 08:21:0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반(反)유럽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극좌 정당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치권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탈퇴와 유로화 사용 금지를 내건 극단주의 정당들이 대거 유럽 의회로 진출하면서 통합과 긴축을 강조하던 기존의 정책과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극우·극좌 정당의 약진으로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극우·극좌 정당 '약진..부채·이민 문제로 반유럽 정서 확산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들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연합 (EU) 통합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프랑스 영국, 그리스 등에서 선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22~25일까지 실시된 제8대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극우·극좌 정당은 전체 751석에서 129석을 차지해 제3의 정파로 부상했다. 이는 유럽 의회의 약 17%를 점유하는 수치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은 211석을 얻어 28.1%의 득표율로 제1당 자리를 고수했고 제2당은 24.5%를 차지한 중도좌파 사회당 그룹(PES)에 돌아갔다.
 
제3당이었던 자유민주당 그룹(ALDE)은 극우·극좌의 약진에 4당으로 밀려났다.
 
이처럼 의회에 소속되지 못했던 극우·극좌 정당들이 제3당으로 한번에 도약하자 정치판에서는 "정치적 지진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실제로 반유럽을 기치로 내건 극단주의 정당들은 그전까지 단 한 번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할 만큼 세가 적었다.
 
7개 회원국 이상에서 25명의 의원을 확보해야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유럽 시민들의 지지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민 제한과 통합 약화, 유로화 사용 중단 등 EU의 창립 정신에 반하는 반유럽 성향의 정책이 인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유로존 부채위기가 이어진데다 최근 들어 경기침체(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불거지자 EU 통합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만성화된 저성장과 역대 최고치의 실업률 또한 반유럽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유럽 각국이 경제난에 몸살을 앓고 있을 무렵 남유럽 국들은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긴축 정책을 단행한 탓에 더욱 허약해졌다.
 
ANZ뱅크뉴질랜드 분석가들은 "유럽 재정부채와 구조적 문제는 미봉책으로 가려져 왔을 뿐 실제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며 "금융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프랑스·영국, 반유럽 지지 '쇄도'..극우·극좌 제1당 '차지'
 
부채위기로 유로존을 탈퇴할 위기까지 겪은 그리스의 반유럽 분위기는 이번 선거에 수치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독일 주도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 성향의 시리자가 이번 전국 단위 선거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것이다.
 
6개 여론조사 기관이 출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리자는 26.5~29.5%를 기록해 23~26%에 그친 집권 여당인 신민당(ND)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NF)도 25%란 기록적인 지지율로 가장 많은 표수를 확보했다. 국민전선의 반이민·반EU 정책이 유럽의 환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약해진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국민전선은 프랑스 의석 74석 중 3분의 1수준인 23~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다. 1972년 창당 이후 최고의 쾌거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NF) 대표는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단 하나"라며 "프랑스를 위한 프랑스에 의한 정치"라고 말했다.
  
◇나이젤 파라지 독립당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로이터통신)
부동산 경기 호조로 살아나기 시작한 영국도 반유럽 돌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동안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던 극우성향의 독립당(UKIP)이 개표가 4분의 3가량 진행된 가운데 29%를 얻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면 영국 내 최다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당은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마르코 인써티 유럽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번 선거로 기존의 유럽 집권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미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와 기독교사회당(CSU)가 36%의 지지율로 제1당 자리를 고수해 집권 정당의 체면을 살렸다.
 
그러나 유로화 통용을 반대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6.5%의 지지율로 원내 입성에 성공할 것이란 소식은 독일 또한 반유럽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탈리아 신임 총리인 마테오 렌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ANSA통신사는 렌치가 이끄는 민주당이 41%의 득표율로 최다 득표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EU, 통합 저해 전망..장-클로드 융커, EC 위원장 후보로 부상
 
전문가들은 반유럽 정서를 전면에 앞세운 극우파들이 의회에 다수 입성하면 EU의 통합이 저해될 것으로 내다봤다.
 
극단주의 정당 간의 원내교섭단체까지 만들어지면 역내 자유로운 이민을 제한하는 법안이 마련되거나 유로화 탈퇴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유럽 정서를 공유하는 정당 간에 연합이 이루어지면 국가 간 이민을 허용하는 법안이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EU의 통합을 반대하는 움직임은 유럽 은행권을 포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신문 '글로브 앤드 메일'은 유럽에 극우 정당이 득세하면 유럽 통합은 저하될 것이라며 유로본드와 공동의 예금보험 논의 등이 쏙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긴축을 반대하던 정당들이 대거 유럽 의회에 입성하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던 긴축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반면, ECB의 행보뿐 아니라 각 회원국의 재정·이민 정책에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국민당그룹 대표가 출구조사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유럽 의회 제1당이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그룹(EPP)이라는 점에서다. 비록 예전보다 의석수를 잃긴 했지만, 이 당은 여전히 유럽의회 제 1당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집권당이 메르켈이 이끄는 보수 연합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독일은 유럽 내 재정·통화 정책을 수립하는데 강한 입김을 낸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회 1당의 대표인 장-클로드 융커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위원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C는 유럽 기구 중 유일하게 정책을 제안하는 입법부의 역할을 담당한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국민당그룹 대표는 "우리가 유럽의회 선거에 승리하면서 EU 집행위원장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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