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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현빈 "'양아치' 역할 안 어울린다고요? 모르죠"
2014-05-15 12:56:04 2014-05-15 13:04:56
◇현빈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현빈에게는 신사라는 평이 많다. 그와 같이 작업을 해본 사람들은 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바른 인성과 성품,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의리까지 현빈을 향한 칭찬은 다양하다.
 
그런 현빈을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타이밍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영화 '역린' 인터뷰 때문에 만난 자리다. 하지만 '역린'은 언론의 혹평을 얻어맞은 작품. 그 작품의 주인공이 현빈이다.
 
언론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인터뷰를 마다할 법도 한데, 얼굴을 마주하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신중하게 답했다. 가벼운 질문에도 진지하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 멘트 마디마디에는 겸손함이 담겨 있었다.
 
"드라마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를 외치던 방송국 PD에서, 이혼하자는 아내의 짐을 싸주는 남편, 스턴트우먼과 사랑에 빠진 재벌 2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던 현빈이 군대를 다녀오고 곤룡포를 입었다. 약 3년 만에 마주침. 그 사이에 현빈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궁금했다.
 
◇현빈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왜 '역린'을 택했는가
 
현빈이 '역린'을 택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관심은 폭발했다. 충무로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현빈을 거쳐가는 와중에 택한 작품이 '역린'이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고보니 의아한 지점이 많았다. 멀티캐스팅이다 보니 정조에 대한 주목도가 다소 떨어진다. 극 후반부에는 정재영과 조정석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다. 원톱 영화든 투톱 영화든 더 주목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 분명 많았을텐데, 왜 '역린'을 택한걸까.
 
현빈은 "중화권 팬미팅 중에 이 시나리오를 봤는데, 상책이나 살수 역할도 탐이 날정도로 캐릭터가 골고루 살아있었다. 정조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조와 그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군 제대 후 복귀작이라 부담감이 컸다. 멀티캐스팅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편하게 선택했다"고 밝혔다.
 
MBC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의 첫 영화 '역린'이다. 현빈은 단 한 번도 이재규 감독을 본 적이 없었다. '역린'에서 처음 만났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현장. 감독도 스태프도 모두 다 새로운 첫 현장. 현빈은 그 낯설 수 있는 공간을 '놀이공원'이라고 표현했다.
 
"행복했고 설렜다"고 말한 현빈은 "첫 현장을 가는데 어린아이가 놀이공원을 갈 때 느낌이었다. 기다렸던 순간이었고 남다른 느낌이 있었다. 같이 촬영한 박성웅 선배가 '보기 좋았다'고 하시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찍었다. 최선을 다해 상의했고, 최선을 뽑아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달 배우들은 영화를 보지 못했던 상황에서 영화를 먼저 본 취재진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대다수가 "영화가 좋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작품을 시작하면 다른 시나리오를 검토도 하지 않고 그 작품에 모든 걸 쏟는 현빈은 당시 어떤 심정이었을까.
 
현빈은 "영화를 못 본 상태에서 기사를 먼저 접했는데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을 진행해가는 과정에서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영화를 보게 됐다"며 "관점의 차이가 있으니까 '무조건 좋아요'라고 할 수는 없다. 쓴소리에 대한 서운함은 있지만, 그래도 모든 분들이 안 좋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지점에서는 당당함이 있었다. 자신의 작품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나오는 자신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눈빛에 담겨 있었다.
 
◇현빈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현빈은 양아치 캐릭터가 어울릴까?
 
인터뷰 하는 내내 자세 한 번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했다. 이틀 째 강행되는 인터뷰가 지겨울 법도 한데 집중을 놓지 않았다. 여러 번 들어봤을 질문인데도 생각을 거듭하며 진솔함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바른 청년의 이미지가 1시간 내내 엿보였다. 올바르고 기품있게 자라온 삶이 느껴졌다.
 
현빈과 근 10년을 함께한 소속사 관계자는 "워낙에 주변사람들을 잘 챙긴다. 정이 깊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봐도 대부분 다 오래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군대에 간 사이 소속사는 큰 변화가 있었다. 다른 회사에 인수됐고, 대부분의 배우들이 인수된 회사로 소속을 옮겼다. 그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현빈은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 한 사람들을 선택했다.
 
그래서 "현빈은 의리가 있는 남자 같다"고 말했다.
 
돌아온 대답은 "자신을 위해서"였다. 겸손함이 느껴졌다.
 
이어 "제대를 했을 때 다시 일을 시작해야 되는데 그러면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 내 주변의 모든 시스템이 바뀌고 다른 세상이 돼 있으면, 연기만 신경쓰지 못할 것 같았다"며 "워낙 내가 일하는 패턴이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계속 이들과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현빈은 대부분 선한 역할을 맡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드라마국 PD였고, '시크릿가든'에서는 다소 까칠하지만 매력이 넘치는, 그러면서 진심으로 사랑에 빠진 재벌 2세였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서는 이혼하자는 아내를 위해 이삿짐을 싸주는 남편이었다. 모두 다 공감이 가도록 연기했다. 현빈이라는 인물의 심성이 그랬기 때문에 공감을 준 것이라 생각했다.
 
"바른 청년 이미지가 강하다"고 다시 한 번 칭찬했다. 그는 "싫지는 않다. 호감적인 표현이지 않나. 하지만 그런 이미지에 국한되고 싶지는 않다. 다양해지고 싶고, 다양한 면을 펼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에게 가난한 캐릭터는 어울리지 않고, 불량 청년 역할은 더욱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양아치 역할은 정말 안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양아치요? 하하. 모르죠. 엄청 잘할지도"라며 생긋 웃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자신의 미래와 과거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고 고민했다는 현빈. 한층 진득하고 깊이 있는 어른으로 돌아온 듯했다. 다양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다는 현빈. 말 나온 김에 완벽한 '양아치'로 변신한 현빈을 보고 싶다. 연기력이 풍부하고 캐릭터 파악능력이 뛰어나기에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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