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에 출연 중인 2NE1의 박봄. (사진=SBS)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예능 초보’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2NE1의 박봄은 지난 4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SBS ‘룸메이트’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슈퍼주니어-M의 헨리 역시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끄는 주역이다. 두 사람 모두 예능 출연 경험이 많지 않은 '예능 초보'지만, 방송 후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예능 초보’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대선배인 신성우의 수염을 자르고 있는 박봄. (사진캡처=SBS)
◇틀을 깨는 행동으로 색다른 재미.."호감형 4차원"
'룸메이트'는 홈쉐어(Home share)에 나선 11명의 연예인들의 모습을 그린 프로그램. 박봄은 '동안 미스트'를 들고 다니며 얼굴에 수시로 뿌리거나, 대선배인 신성우의 수염을 깎게 하는 등의 행동으로 눈길을 끌었다.
헨리는 연예인들의 군대 생활 체험을 다룬 '진짜 사나이'에서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돌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신병교육대에 입소하면서 선글라스나 요가매트 등 군 생활과 전혀 관계 없는 물품을 당당하게 들고 오거나, 훈련을 받던 중 교관의 볼에 뽀뽀를 하는 식이었다.
두 사람 모두 기존의 상식을 깨는 행동을 보여주고, 이런 ‘4차원 행동’들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룸메이트’를 연출하고 있는 박상혁 PD는 이 두사람에 대해 "호감형 4차원"이라고 표현했다.
박 PD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연출 중이던 프로그램 ‘강심장’을 통해 헨리를 처음 예능에 캐스팅하기도 했다.
그는 "엉뚱하고, 4차원이고, 말도 희한하게 하는데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엉뚱함 너머에 있는 착한 심성도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착하기 때문에 엉뚱해도 다른 출연자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헨리도 이상한 애인 것은 분명한데 굉장히 착하더라"고 덧붙였다.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슈퍼주니어-M의 헨리. (사진=MBC)
◇톱MC 중심 예능에서 관찰 예능으로.."카메라 신경 안 써"
국내 예능계는 오랜 기간 동안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특급 MC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높은 인기를 얻었고, 특급 MC들을 섭외하기 위한 방송사간의 캐스팅 경쟁도 치열했다.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포맷은 이들의 역량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맞춰졌다. 한 명의 MC가 중심이 돼 전체를 이끌어가는 방식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한 방송 관계자는 “유재석, 강호동 등이 여전히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식상한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포맷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방영 중인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KBS '1박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룸메이트' 등의 주말 예능엔 특급 MC라고 할만한 출연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관찰 예능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에선 박봄이나 헨리와 같이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가 더욱 돋보이게 된다.
박상혁 PD는 "카메라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두 사람의 매력"이라며 "박봄의 경우 현장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녹화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헨리는 군 입대를 하면서 선글라스, 요가매트 등을 챙겨와 눈길을 끌었다. (사진캡처=MBC)
◇실력 인정 받는 가요계 아티스트..의외의 모습으로 재미 줘
엉뚱하게만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사실 박봄과 헨리는 가요계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들이다.
박봄은 대표적인 실력파 걸그룹인 2NE1에서 리드 보컬을 맡고 있다. 2NE1은 지난 2012년 걸그룹 최초로 월드투어를 진행하는 등 해외에서도 실력과 인기를 인정받았다.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중국계 캐나다인 헨리는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광둥어를 포함해 6개국어를 할 줄 아는데다가 버클리음대 출신이다. 수준급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각종 방송에서 선보여 '음악 천재'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음악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지닌 두 사람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캐릭터의 의외성은 예능 프로그램의 캐스팅 기준 중 하나다.
박상혁 PD는 "처음에 박봄을 캐스팅할 때 재밌는 친구라는 건 알고 있었다"며 "YG의 연예인들이 다른 회사 사람들이나 배우들과 친분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 특히 2NE1은 카리스마 걸그룹이기 때문에 2NE1의 멤버가 다른 멤버들과 섞여있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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