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정해욱의 가요별점)돌아온 엑소, K팝의 현재와 미래
2014-05-07 08:57:21 2014-05-07 09:01:40
◇7일 두 번째 미니앨범 '중독'을 발매한 그룹 엑소. (사진=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그룹 엑소가 돌아왔습니다. 7일 두 번째 미니앨범을 냈는데요. 지난해 12월 겨울 스페셜 앨범을 낸 뒤 약 5개월만의 컴백입니다. 엑소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입니다. 자연스럽게 새 앨범 발매에 대해서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는데요. 엑소의 컴백 직후 각종 음원 차트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선 보고 갈까요?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실시간 차트입니다.
 
 
 
 이건 네이버 뮤직의 실시간 차트입니다.
 
 
 
그리고 벅스 뮤직입니다.
 
 
 
엑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그림들인데요. 이번 앨범은 한국어로 된 엑소-K 버전과 중국어로 된 엑소-M 버전 등 두 가지로 발매됐습니다. 두 앨범의 수록곡들이 모두 각종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점령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는데요. 최근 가요계가 한동안 침체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의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참 대단합니다. 요즘 대세 그룹이 맞긴 맞네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중독’입니다. 치명적이고 강렬한 사랑에 중독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곡인데요. R&B와 힙합을 기반으로 한 댄스곡입니다.
 
요즘 우리 음악이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죠? 외국에선 K팝이라고 부르는데요. 물론 이 K팝이란 말엔 국내 대중 가수들이 부르는 모든 장르의 음악이 포함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대부분의 가수들이 아이돌인 탓에 ‘K팝=아이돌 음악’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실제로 아이돌들은 우리 음악을 해외에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엑소의 ‘중독’은 해외팬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K팝의 특성이 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외국인이 “K팝이 뭐냐?”고 물어온다면, 저는 이 뮤직비디오를 보여줄 겁니다. ‘중독’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전작인 ‘으르렁’의 뮤직비디오와 마찬가지로 이번 뮤직비디오는 촬영을 끊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됐습니다. 엑소의 소속사 선배 그룹인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도 이와 같은 연출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요. 한 번 NG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하는 기법이 곳곳에 사용된 뮤직비디오에서 엑소의 멤버들은 완벽하게 짜여진 동선에 의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노래에 대한 감상평을 쓰고 별점을 매기는 이 코너에서 엑소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해외팬들이 우리 아이돌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래 실력과 함께 화려한 춤 실력을 보여준다는 거죠. 노래와 춤을 동시에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수년 동안 반복적인 연습을 해온 우리 아이돌들은 그걸 해냅니다.
 
엑소의 경우엔 이런 K팝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케이스입니다. 아이돌들은 기존의 '노래=멜로디+가사'란 공식에 춤을 더해 '노래=멜로디+가사+춤'이란 새 공식을 만들어냈죠. 아이돌들의 노래를 감상하고 평가할 땐 춤이란 요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엑소는 여기에 카메라 워크까지 더해 '노래=멜로디+가사+춤+카메라'란 K팝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카메라 워크를 노래와 무대 퍼포먼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셈이죠. 물론 엑소가 국내 가수 중 최초로 뮤직비디오에 원테이크 기법을 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엑소는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 등에서도 이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제 원테이크 촬영은 엑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습니다.
 
엑소는 카메라 워크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콘텐츠를 유튜브 동영상과 TV 등을 통해 국내외 팬들에게 선보입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짜여진 최상의 완성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엑소의 장점이자 무기이고, 엑소의 신곡 ‘중독’에 이런 점이 잘 드러납니다. 현재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고, 동시에 K팝의 업그레이드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엑소를 'K팝의 현재와 미래'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엑소의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이라면 지금까지 발표된 엑소의 노래 중 '늑대와 미녀'나 '으르렁' 같은 타이틀곡들만 들어봤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엑소를 그냥 그런 댄스 그룹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엑소는 데뷔 앨범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였습니다. 댄스, 발라드, R&B, 힙합 등 또래의 가수들이 다루고 있는 거의 모든 장르의 곡들이 앨범에 수록돼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번 트랙의 ‘월광’은 느린 템포의 정통 R&B곡입니다. 지난달 열렸던 엑소의 컴백쇼에서 멤버 디오가 직접 했던 말을 빌리자면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그 여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해서 느끼게 되는 아픈 마음을 애절한 느낌으로 표현한 노래’입니다.
 
'월광'은 엑소 멤버들의 보컬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입니다. 엑소는 '보컬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오는 비슷한 또래의 다른 그룹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보컬을 선보입니다.
 
3번 트랙은 ‘Thunder'입니다. 천둥이란 뜻인데요, "넌 번개처럼 잠깐 빛났다. 잠시 세상을 밝혔다. 온 세상을 마치 내 것처럼, 나에게 보여주곤 떠났다. 천둥처럼 늦었다, 나는 이제야 널 찾는다"와 같은 가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사이를 그렸습니다. 장르는 R&B 댄스인데요, 멤버들이 세련된 멜로디를 리듬감 있게 표현해 냈습니다.
 
4번 트랙의 'Run'은 경쾌한 팝 장르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엔 신비로운 매력의 소녀에게별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로 함께 가자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엑소를 좋아하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할 만한 노래인 것 같습니다. "날 따라 뛰어봐 Run, 처음부터 Hello Hello, E-yo, 이대로 너와 나 Run, 이 손을 놓지 말아요, E-yo"란 가사로 된 후렴구의 멜로디가 대중적이고, 따라부르기도 쉽습니다.
 
마지막 트랙의 'Love, Love, Love'는 실험적인 느낌을 풍기는 하프와 피아노, 기타가 어우러진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아라비아풍의 음악을 샘플링한 이 곡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 몽환적인 멜로디 위에 더해지는 랩이 묘한 조화를 만들어내네요. 사랑하는 여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이 곡에 담겼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앨범이 나온 것 같습니다. 컴백쇼에서 멤버 백현이 팬들에게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올 한해 저희가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좋은 앨범을 냈고, 오는 24일과 25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까지 여니 팬들로선 행복한 한 해가 될 듯하네요.
 
< 엑소 미니 2집 '중독'(Overdose)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What is Kpop?"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