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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의 '정색'..'개과천선' 1회에서 그 이유를 찾다
2014-05-01 14:01:03 2014-05-01 14:05:14
◇김명민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사실 배우들이 그런 말을 듣기 싫어한다. 내 목소리가 성우가 아닌 이상 만화 캐릭터를 연기하듯이 목소리를 바꾸지 못한다. 결국 내 성대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그런 상황에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것은 행동이나 눈빛, 대사 톤으로 다른 느낌을 주고, 순간적인 느낌이나 어미를 바꾸는 거다. 하이라이트 영상만 보면 전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긋이 보다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지난달 29일 '개과천선' 제작발표회 현장.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하던 김명민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다소 화가 난 듯 기분이 상해보였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니 '하얀거탑'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는 한 기자의 질문을 들은 뒤였다.
 
아마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취재진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영상만 봤을 때 전문직 직업을 가진 변호사 김석주(김명민 분)는 장준혁과 강마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잘 하는 것을 또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강했다. 대부분이 느끼고 있는 면을 한 기자가 질문했다는 분위기였다.
 
이에 정색하듯 답한 김명민이 좀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뚜껑을 연 '개과천선' 첫 방송은 왜 김명민이 지난 작품의 캐릭터와 똑같다는 말에 서운함을 느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1화에서 보여진 김석주는 '하얀거탑'에서 가난한 의사지만 엄청난 수술능력이 있으면서 야심이 큰 장준혁의 자신감과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잔정이 있으면서 예술가적 기질이 있어 팀원들을 늘 비아냥거리고 냉소적으로 대했던 강마에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항일전쟁 중 불합리하게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기업을 변호하는 김석주는 목표가 있고, 정이 있었던 장준혁, 강마에가 선악이 공존했던 것과 달리 악에 더욱 치우친 캐릭터였다.
 
"눈빛과 표정 순간적인 느낌으로 다른 캐릭터를 완성시킨다"는 김명민의 말이 1회 초반 첫 법정신에서 증명됐다. 특히 승리를 앞두고 입을 꾹 다무는 표정은 잔인하기까지 했다. 김명민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후 엘레베이터 안에서 터무니 없는 답을 내놓는 후배 변호사에게 "다른 팀으로 보내"라고 하는 모습에서는 김석주만의 냉철함이 드러났고, 자신에게 실수를 한 이지윤(박민영 분)을 상대할 때 차가운 이미지는 더욱 강하게 두드러졌다.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 누나를 대할 때도 자신의 심기가 틀어지면 곧바로 기분나쁜 말을 팩하고 뱉으며 남의 성질을 돋구는 부분 역시 이제껏 김명민이 맡은 역할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김명민은 "나는 악마도 변호하는 변호사니까"라는 문구가 어울리는 극초반 김석주의 모습을 새롭게 구현했다. 
 
'개과천선'은 정의보다는 돈을 더 쫓는 변호사 김석주가 우연한 사고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기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이지윤을 통해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소속했던 거대로펌과 맞대결을 펼치며 정의에 대해 설명하는 작품이다.
 
1회 만에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김명민은 3회부터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새로운 김석주로 탄생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앞서 김명민은 "기억상실증에 걸려도 사람이 완전히 변화하지는 않는다. 사고는 바뀌지만 행동과 말투는 비슷할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보일 것다. 처음 김석주와 변화하는 김석주의 중간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 김명민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대로 이 말을 할 때는 자신감도 드러났다. 그 자신감처럼 1회부터 김석주를 완벽하게 살려낸 김명민의 연기력은 '개과천선'의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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