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법원이 한센인에게 낙태와 단종을 강제한 국가정책의 폭력성을 인정하고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센인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와 그에 대한 금전적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2부(재판장 유영근)는 한센병을 앓고 완치한 강모씨(78) 등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3000만~40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동의없이 이뤄진 임신중절수술과 정관절제수술은 불법으로서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는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가 동거하고 자녀를 갖는 것은 인간 본연의 욕구이자 천부적인 권리이며, 결코 죄악시될 수 없는 행복추구권"이라며 "국가는 원고들에게 출산을 금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국가는 원고들을 비롯한 한센인들에게 인간 본연의 욕구와 권리인 부부동거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정관절제수술을 받고록 하고, 국가가 마땅히 보호해야 할 대상에 대해 임신 중절수술을 받도록 하는 것은, 강요된 행위 또는 반사회적인 조건이 붙은 동의 내지 승낙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십수년이 지나서 소송을 내는 것은 무효라는 것이다. 민법은 불법행위가 발생한 것을 안 때로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지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은 진상규명위원회가 피해자 결정 통지를 하기 전까지 불법행위가 발생한 사실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강씨 등은 1950년부터 1978년 국립소록도병원 등에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았으나 국가가 배상을 하지 않자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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