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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애도·자숙..구호지원도 조심스럽게
2014-04-23 11:08:24 2014-04-23 11:12:41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도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일단은 자숙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신제품 마케팅 행사나 이벤트를 대부분 취소하는 한편, 보도자료 배포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통에 빠져 있을 국민정서를 건드릴 경우 되레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걱정도 커졌다.
 
일부 기업과 경제단체 등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음주회식 및 골프운동을 자제하라는 내부 권고를 내렸다. 또 진도 사고현장에 대한 구호지원이 자칫 기업 홍보로 비춰질까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각 기업별로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구조작업에 필요한 최신 설비와 인력 지원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와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은 진도 사고현장으로 해상 크레인을 보내 구조 및 인양 지원에 나섰다. SK텔레콤 등 각 이동통신사들도 침몰사고 현장의 원활한 통신제공을 위해 이동기지국을 설치했으며 휴대폰 AS센터, 무료충전소, 임대폰 등도 지원하고 있다.
 
CJ그룹은 임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하는 한편 식자재와 급식차량 등을 지원했다. 또 CJ헬스케어를 통해 의료지원에도 나섰다. 급한대로 식염수와 수액제, 상비약 등을 현장에 내려보냈다. CJ그룹 관계자는 "기업 특성상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서 지원한 것"이라며 "이마저도 애도 분위기에 해가 될까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구호성금 지원은 실종자의 구조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들은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에 대한 대규모 구호성금 지원에 대해 내부 검토에 돌입했다. 다만 실종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우선인 만큼, 마무리될 때까지 발표 시점을 보류 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실종자 구조가 먼저"라며 "지금은 실종자들이 무사 귀환하는 데 집중할 시기로, 기업이 나서서 무엇을 지원하고 도와준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호성금 보내는 방안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삼성 사회봉사단 관계자도 "구조작업이 가장 우선"이라며 "부상자나 유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이 뭔지 검토하고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들도 구조작업 완료 이후로 성금 등 각종 지원책을 미뤘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수색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사진=뉴스토마토)
 
다른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그룹과 한화그룹도 "지원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구조 작업이 끝난 뒤 기업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은 모두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전국민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기업 홍보성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경우 반기업 정서가 일어날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구호성금 지원 시기는 구조작업이 마무리된 한 달 후쯤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이벤트성 행사도 자제하고 있다. 국내 마케팅 행사·이벤트 등은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상태며, 보도자료도 부득이하게 자료를 내야할 사항을 빼고는 내보내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추모 분위기에 맞지 않는 자사 광고 역시 전면 중단했다. 
 
오는 25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의 '열정락서' 행사는 무기한 연기됐고, 삼성에버랜드도 지난 18일 봄맞이 행사인 벚꽃 축제를 취소했다. 지난 21일 문을 연 삼성전자(005930)의 삼성이노베이션박물관(SIM) 개관식도 애초 일정을 연기하려 했으나 국내외 거래선 등의 방문이 이미 잡혀 있어 최대한 차분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LG전자(066570)가 후원하는 손연재의 리듬체조 갈라쇼 '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는 당초 26∼27일로 예정됐으나 2014'도 하반기로 연기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활동도 자제하고 있고 뒤로 미룰 수 있는 보도자료는 연기하고 있다"며 자숙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 19일 예정됐던 포스코센터 음악회를 취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내부 체육행사를 취소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세월호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대규모 회식과 골프 운동 등을 자제할 것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24일 전략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2' 공개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했다. 팬택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 팬택 임직원들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 미디어 데이는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8일째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에 따르면 현재 세월호 사고 사망자는 140명, 실종자는 162명으로 집계됐다. 합동구조팀은 탑승자가 모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체 3,4층을 중심으로 구조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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