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판 연비측정 믿을 수 있나..정부 "규제 없다"
2014-04-22 18:08:06 2014-04-22 18:12:26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연비다.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입하기 전 연비와 가격, 내연기관의 종류 등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연간 소모되는 비용을 비교하며 차량 구입을 결정한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회사들의 고민은 더욱 늘었다. 우수한 연비를 구현하는 내연기관을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고, 구매자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대규모 시승행사 등을 기획한다. 가히 마케팅 전쟁이다.
 
각종 시승행사 직후에는 언론과 블로그 등에 트립 컴퓨터가 자체 집계했던 연비 결과가 시승기를 통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정부가 공인하는 표시연비보다 높은 수준의 결과다. 그러나 트립 컴퓨터가 표시하는 연비 측정 결과는 자동차 회사가 자체 적용한 매커니즘에 의해 계산된 것일 뿐, 공신력이 없어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공인 연비 측정 방법, 트립컴퓨터 측정 방법과 큰 차이
 
정부는 지난해부터 신연비 제도를 도입했다. 연비측정 방법은 2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로 주행저항 실험을 하는데 실제 도로에서 일어나는 공기의 저항, 노면 마찰 등을 평균화해 마찰 계수를 뽑아 낸다. 이후 실내에서 도심과 고속도로의 환경을 가정해 마찰계수를 대입한 뒤 가상 주행 실험을 한다.
 
주행 중 연료의 소모량은 배출 가스를 포집해서 무게를 측정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이 때 탄소 계열(CO, CO2, CH) 배출가스만 세밀하게 포집해 무게를 측정한 뒤 실제 연료 소모량을 계산한다. 연료가 대부분 탄소 계열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연료 소모량이 계산되면 마찰계수를 적용한 주행거리와 대비해 공인연비를 구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22일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비 측정 방식은 굉장히 정교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국토부의 연비 측정 실험이 실연비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측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트립 컴퓨터의 연비 측정 방식은 정부의 방식보다 정교함이 떨어진다. 국내 완성차 회사의 한 관계자는 "트립 컴퓨터는 차량 내부의 VSS(Vehicle Speed Sensor)가 제공하는 속도와 거리 정보, 인젝터에서 분사된 연료의 양을 계산해 연비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마찰 계수와 배출되는 탄소 가스까지 계산해 공인 연비를 결정하는 정부 방식과 달리, 트립 컴퓨터는 정확도를 확신할 수 없는 주행거리와 분사된 연료량을 단순 대비해 연비를 계산한다. 일부러 연비 수준을 높게 보여주기 위한 자동차 회사의 꼼수가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공신력 없는 트립 컴퓨터 표시 연비, 신차 구입에 결정적
 
문제는 이 같은 공신력 없는 연비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차량 구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한 자동차 회사의 신차 미디어 시승행사 직후 각종 보도를 통해 쏟아져 나온 자체 측정 연비를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정부가 공인하는 표시연비보다 리터당 많게는 5km 이상 과다하게 측정되면서 실연비가 좋다는 자동차 전문 기자들의 평가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모델의 판매량은 예상치를 상회하며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숨에 가장 핫한 신차로 떠올랐다. 정부가 공인한 표시연비보다 트립 컴퓨터의 측정치가 '실연비'가 돼 소비자들의 구매를 독려했다는 전문가들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차량 구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트립 컴퓨터 측정 연비에 대해 정부의 규제나 관리는 전무하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현재 트립 컴퓨터가 정확하게 연비를 측정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함께 차량 표시연비를 관리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협력과 관계자 역시 "별도로 관리하고 규제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용석 국민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트립 컴퓨터의 연료 측정 시스템은 인젝터의 연료분사 신호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모든 차종이 트립 컴퓨터의 연비 측정 시스템을 적용하게 된다면 소비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규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출시되는 신차들을 중심으로 트립 컴퓨터에서 자체 연비를 측정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사진=쉐보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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