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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기는 물가..전세계 중앙은행 고민 깊어져
미국·유럽·신흥국 등 전세계적으로 低인플레 현상 나타나
"유럽서 디플레이션 발생시 주변국들도 모두 위험"
2014-04-10 15:22:57 2014-04-10 15:27:05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인플레이션율이 낮게 유지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진만큼 앞으로 물가 관련 요소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연방준비제도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낮은 인플레이션율에 대한 연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의 수요 부진과 중국 등 신흥국의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저(低)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 상무부에서 발표한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지수는 0.9% 오르는데 그쳤고, 노동부에서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 상승했다. 모두 연준이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로 잡고 있는 2%에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달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은 0.5%를 기록하며 4년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르스 캐스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역시 낮은 인플레이션율에 시달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터키와 인도 등이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물가가 상승하지 않고 정체하고 있는 것.
 
캐스먼은 "지금부터 6개월후 신흥국 시장에서는 우리가 1년전에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 운영위원회 회의 모습(사진=연준 공식 유투브 캡쳐)
 
낮은 물가상승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요와 투자, 고용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으면 임금인상률이 정체되고, 이는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국 수요 감소와 공급 초과 등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기업의 투자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지역에서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 리스크까지도 생각하볼 수 있다"며 "만약 디플레이션이 시작된다면 유럽은 물론 그 주변국들까지도 모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경고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에 기대치 만큼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연준 인사들은 용인가능한 최저수준의 인플레이션율을 제시해 물가를 끌어올리려는 연준의 노력을 보여줘야한다고 주장했으나 다수의 의원이 반대하며 무산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IMF로부터 저(低)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을 받았으나 올해에도 물가상승 요인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루 크랜달 링스턴ICAP LL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율을 높일만한 도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율을 소수점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을지 조차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상승하려면 소비시장에서 수요가 회복되야 하는데 이 또한 불확실하다.
 
미국의 생활용품 회사 프록터앤갬블과 화학회사 조지아퍼시픽 등은 정체된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할인쿠폰을 뿌리고 있다. 세계 최대 럭셔리 크루즈선사인 카니발그룹 역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어 부유층의 소비 또한 침체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IMF는 최근 이같은 점을 반영해 올해 전세계의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를 1.5%에서 1.4%로 낮췄다. 이번주 IMF 총회차 미국 워싱턴에 모이는 주요 20개국(G20)의 중앙은행장과 재무장관들도 낮은 인플레이션율 문제를 주요 의제로 선정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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