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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법률서비스 적자 7억4백만 달러..역대 '최대'
7500억 넘는 국부 유출..외국로펌과 격차 갈수록 커져
기업들 해외진출 늘며 외국로펌의 타깃..대책 마련 시급
2014-03-26 16:40:34 2014-03-26 17:02:0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법률서비스 산업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법률서비스 적자금액은 7억4백만 2000달러로 200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폭의 적자를 냈다.
 
우리 돈으로 무려 7566억 6290만원의 국부가 유출된 것이다.
 
◇최근 8년간 법률서비스 수입 및 지급 추이(자료제공=한국은행)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국내 및 해외 법률분쟁에서 외국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뒤 지급한 금액은 총 14억7710만 달러였다. 우리 돈으로는 1조5871억4395만 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로펌이 외국 기업 등의 법률 분쟁을 수임해 벌어들인 금액은 7억7290만 달러(우리 돈 8304억 8105만원)에 그쳤다. 벌어들인 돈보다 퍼다 준 금액이 더 크다.
 
물론 2006년에 비해 우리나라 로펌들이 외국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입은 꾸준한 증가추세다. 2006년에는 4억7020만이던 법률서비스 수입은 2011년 6억8240만 달러, 2012년 7억2910만 달러로 늘었다.
 
문제는 외국로펌에 갖다 주는 법률서비스 지급액이 훨씬 많으며 그 격차가 해가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우린나라의 법률서비스 지급액은 2006년 6억9740만 달러에서 2009년 10억6080만 달러로 10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이어 2011년 11억 8450만 달러, 2012년 13억 6030만 달러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법률서비스 적자도 2006년 2억2720만 달러에서 2009년 4억7960만 달러, 2010년 4억7340만 달러, 2011년 5억210만 달러, 2012년 6억3120만 달러, 2013년 7억420만 달러로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다.
 
◇법률시장이 개방된 2012년 1분기부터 현재까지의 법률섭비스 수입 및 지급 추이(자료제공=한국은행)
 
이같이 외국로펌과의 수익 격차가 나고 있는 이유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 증가와 국제소송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무법인 광장의 홍승진 변호사는 “우리 기업들이 외국진출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딜(deal)하는 건수가 점차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국제화되면서 외국로펌이 일을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건 피해자를 대리해 국제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작년 유독 적자가 많이 났던 데에는 삼성-애플 등 우리 기업들의 국제소송이 많았던 점도 한 이유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사간 미국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는 퀸 엠마누엘(Queen Emmanuel)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코오롱은 듀폰과의 소송에서 미국의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를 대리인으로 선임했으며, 대한항공과 LG디스플레리의 담합소송도 이 로펌이 맡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진출과 국제소송에서 외국로펌을 선호하는 이유로 우선 해당국가의 정부규제를 잘 알고 필요할 경우 인맥을 동원해 일을 성사시켜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모 대기업 법무팀장은 “우리는 미국과 유럽 쪽 공장 설립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니 부동산이나 환경 문제로 그 나라 정부대리인과 많이 부딪히게 되고 자연히 그나라 로펌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로펌이 외국에서도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역량이 크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부 당국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역시 현지 로펌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 법률시장개방과 함께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차 통상산업포럼에서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법률서비스 심각한 적자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아직 완전한 개방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서비스 적자는 상당히 심각하다”며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2017년부터는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관심과 관련 정책의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대한변협에 등록을 하고 국내에 외국법자문사 사무실을 낸 외국로펌은 3월 현재 모두 19개 로펌이다.
 
반면, 2010년대 초반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던 국내로펌의 해외 진출은 최근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몇몇 대형로펌들은 중국과 아시아 등에 세웠던 출장소를 철수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내 로펌들은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기업이 외국로펌과 우리로펌을 함께 선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변협 등에 따르면 국내 16대 로펌 업무집행변호사들은 지난 5일 대한변협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법률서비스의 특성상 무작정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기업들이 해외진출이나 소송시 우리 로펌과 외국로펌을 같이 선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한변협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사항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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