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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는 임원 연봉..회장님 보수 공개는 제각각
2014-03-25 11:58:14 2014-03-25 15:56:38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그룹 총수들도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일 경우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재벌그룹 총수들이 대상에서 제외돼 제도의 실효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  
 
500대 기업 가운데 연봉 공개 대상은 170곳을 넘지만 대주주가 등기이사로 선임된 기업은 절반에 불과한 실정으로, 연봉 공개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대주주가 등기이사 자리에 올라있어 올해 연봉공개 의무가 있는 대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진그룹, GS그룹, 한화그룹 등이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이 대상이다.
 
◇오너 등기이사 사퇴.."제도취지 무색"
 
범 삼성가(家) 가운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한 오너가 대부분은 미등기 임원이라서 구체적인 연봉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은 배당금 외에 회사로부터 따로 받는 연봉은 전혀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문경영인인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의 세부 연봉은 확인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으로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낙점된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가 아니다.
 
신세계그룹도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신세계와 이마트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이명희 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정유경 부사장 등 총수 일가 대부분이 미등기 임원인 상황.
 
SK, 한화그룹은 대주주가 등기이사를 맡아 왔으나 실형 선고 등을 계기로 올해 정기주주 총회에서 대거 등기이사직을 사퇴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다.
 
총수들이 등기이사직에 물러나는 외형적인 이유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책임경영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25일 "미등기 임원이라도 대주주면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경영 전반을 관장하고 좌우한다"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미등기 임원일 경우 책임경영에 반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등기 이사는 연봉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상 허점을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 공개 결정은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적정한지 여부를 주주들이 판단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오너들이 미등기 이사로 빠지면서 투명경영을 위한 제도의 실효성이 없어졌다"며 "연봉공개 대상자를 실질적 지배주주로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4대그룹 사옥 1)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사진=삼성), 2)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현대차), 3)서울 서린동 SK그룹 사옥(사진=SK그룹), 5)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사진=LG전자).
 
◇연봉공개 시작..임원 연봉은 얼마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 중 등기임원 개별 연봉을 공개한 기업은 GS건설, LG디스플레이, 한라비스테온공조, S&T중공업 등이다.
 
10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임원 연봉을 먼저 공개한 곳은 LG디스플레이로, 한상범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11억5200만원이었다. 근로소득 9억4500만원과 상여금 2억700만원이다. GS건설 등기이사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GS건설에서 급여 15억9500만원, 상여금 1억3200만원 등 연봉 17억2700만원을 받았다. 
 
또 박용환 한라비스테온공조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12억2800만원이었다. 급여는 5억5000만원으로, 장단기 성과급이 6억5800만원, 기타 지급분이 2000만원이었다. 지난 7일 사임한 박재석 전 S&T중공업 사장은 7억3530만원을 지난해 연봉으로 받았다. 급여와 상여가 각각 4억5165만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이 2억8365만원이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부회장 등 등기임원 4명에게 지난해 모두 339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혀, 평균 84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삼성전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실적에 따라 이들 연봉에 대한 셈법도 각각 달라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상장사들은 이번달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4분기 사업보고서 등에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등기임원 전체에게 지급되는 보수 총액과 평균 액수만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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