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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美고용시장 회복 갈길 멀다.."질적 개선 필요"
장기실업자의 90% 노동시장 진입 실패
"주당 근무시간 감소 고려시 실질고용 감소"
2014-03-21 15:30:09 2014-03-21 15:34:47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의 경기회복이 진행되며 고용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의 질적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을 제시하며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고용동향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인 실업률은 6.7% 수준으로 내려왔다. 지난달 고용자 증가폭도 최근 한파에 따른 부진을 딛고 예상치를 웃돌았다. 연방준비제도는 고용시장에 대해 "지표는 혼조세를 보였지만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추가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장기실업자들이 계속 노동시장에서 낙오되고 있고 직종별 임금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노동시장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인상을 6.5%라는 실업률 하나에 연계시키지 않고 장기실업자 비율, 성인 구직자 비율, 비정규직과 정규직 비율 등 모두를 보겠다고 밝힌 것도 고용시장의 질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장기실업자 노동시장 진입 실패
 
현재 미국 고용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장기실업 상태에 놓였던 사람들이 제대로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장기 실업자가 1년 이상 풀타임 근무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비율은 1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실업자들이 취업 15개월 이후 해고될 확률은 정착할 확률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미국에서 6개월(26주) 이상 실업상태에 놓여있는 장기실업자는 지난달 기준 380만명으로 금융위기 이전(190만명) 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의 비중도 19.8%에서 37%로 뛰었다.
 
◇지난 1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잡페어(사진=로이터통신)
 
크루거 전 위원장은 "장기실업자의 숫자가 최근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더디다"며 "장기실업자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국가적이고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이 유럽스타일의 청년층 중심의 장기 고용침체 상황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크루거 전 위원장은 "미국의 장기실업자들은 유럽과 비교했을 때 나이가 더 많았고 교육수준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임금격차 심화..저임금 업종의 고용 확대
 
직종간 임금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반적인 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정체돼있는 가운데 일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임금이 치솟으며 고용시장의 어두운 측면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배관공이나 트럭운전자 등 숙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이들의 임금은 지난해 10% 이상 상승했다. 미국의 정유회사인 RPC는 직원들의 소도시 지역의 근무를 유인하기 위해 임금을 15~20% 올렸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임금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인력감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6~2011년 사이 건설업계의 일자리는 절반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복세가 더딘 업종의 임금은 정체상태다. 소매업계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 1년동안 1.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기간 전체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2.2%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할 경우 실질 임금인상폭은 1.1%에 그친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시애틀에서 집회를 열었다.(사진=로이터통신)
 
문제는 최근의 고용회복세가 소매업이나 음식료업 같은 저임금 업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는 다시 이들 업종 종사자들의 임금 인상을 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엘런 젠트너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실업률이 낮아진다면 결국 넓은 범위에서 임금인상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며 "하지만 고통스러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당근무시간 감소.."실질 고용은 줄어"
 
일부에서는 최근의 주당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오히려 고용시장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고용지표를 보면 전달 11만3000개 증가하는데 그쳤던 일자리는 17만 5000개 늘어났으나, 평균 근로시간은 전달 34.3시간에서 34.2시간으로 0.1시간 줄어들었다. 지난 6개월동안 평균 근로시간은 0.3시간 감소했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평균 근무시간이 감소했다는 것은 파트타임 일자리, 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했다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풀타임 일자리는 그만큼 사라졌다는 뜻이다.
 
에드워드 P. 래지어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WSJ 기고를 통해 "지난달 주당 근로시간이 전달보다 0.1시간 줄었는데 이는 민간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34만개 사라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는 지난해 한해동안 월평균 늘어난 일자리수보다 80%나 많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또 "주당 근무시간 감소에 날씨가 끼친 영향도 뚜렷하다고 볼수 없다"며 "미국 서부와 중서부, 남부 일부 지역의 날씨는 평년보다 온화했고 근로일수가 줄어들만한 악천후도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부터 시행되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이 고용악화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규직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기업들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기 위해 근로시간을 적게 유지하는 편법을 택했을 수 있다는 것.
 
전미경제연구소(NBER)도 사업체 규모를 작게 유지하거나 근로시간을 적게 유지하면 직원 건강보험 의무적용을 피할 수 있는 건강보험개혁법의 특성상 미국 고용시장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래지어 연구원은 "최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라며 "지난 2분기 동안 미국 고용시장의 암울한 측면을 정확히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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