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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입체적인 악역을 만든 백진희, 아름다운 퇴장
2014-03-18 13:54:14 2014-03-18 13:58:31
◇백진희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백진희가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악역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잘할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명랑하고 밝은 역할이나 혹은 청순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에 그랬다. 또 곱상하고 착한 느낌의 외모가 악역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런 백진희가 지난 18일 방송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아름답게 퇴장했다. 극중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의 딸 타나실리를 맡은 백진희는 작품 내내 황태후(김서형 분)과 타환(지창욱 분), 기승냥(하지원 분) 등과 갈등을 일으키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애초 방송전 예상된 우려는 만족으로 바뀌었다. 나무랄데 없는 연기력이었다.
 
특히 이날 방송 후반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의 백진희의 연기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타환과 기승냥 등에게 분노하고 저주를 퍼부으며 독기를 뿜어냈고, 사약을 집어던지며 다른 후궁들에게 "나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냐"라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 황태후 앞에서 가짜아들 마하를 살려달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권력을 잃은 황후의 처연함을 드러냈고, 승냥으로부터 "너가 가짜아들을 만든 것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 너의 잘못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보인 실성한 표정은 동정심을 유발했다.
 
이날 타나실리는 결국 군중들의 원성 속에서 나무에 매달려 처형 당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나는 이 나라의 황후다"라며 성질을 부리는 등 악역으로서의 면모는 유지했다. 
 
약 20분에 걸친 백진희의 원맨쇼에 많은 시청자들은 "소름이 돋았다"며 그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백진희 (사진제공=MBC)
 
백진희는 극초반부부터 39회까지 타나실리를 통해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만들었다. 초반부에는 소위 '공주병'에 걸려 "내가 제일 예뻐"라고 말하며 콧대 높으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보였고, 타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슬퍼하며 동정심을 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황태후와 승냥 앞에서는 자신의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안하무인한 태도는 감추지 않았다. 황후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가짜 아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였던 악랄한 모습은 여느 악역 못지 않게 지독했다.
 
이후 왕유(주진모 분)를 연모하는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 모습은 초반부의 타나실리에서 볼 수 없었던 대목이었다. 지난 18일 방송분에서 왕유가 배신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장면은 타나실리가 불쌍히 여겨지기도 했다. 
 
이렇듯 백진희는 귀여우면서도 악랄한 타나실리를 통해 입체적인 악역을 만들었다. 행동은 잘못됐지만, 그 심정이나 행동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타나실리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낸 점 역시 호평받을 대목이다. 백진희로서는 첫 악역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셈이다
 
방송이 끝난 뒤 백진희는 "타나실리가 '기황후'에서 떠나게 됐다"며 "그동안 타나실리를 응원하고 아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막상 작품을 떠나려니 시원섭섭하다. 좋은 작품과 배우들을 만나 좋았고 감사했다"며 "물론 아쉬운 점이나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기황후'를 만나 행복했다"고 하차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된 백진희. 다음작품에서는 어떤 매력을 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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