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미쓰이시 고시엔 운영자 '개장 90년을 이어온 비결'
2014-03-11 13:33:01 2014-03-11 13:37:16
◇외국 언론 인터뷰에 최초로 응한 한신전철 고시엔스타디움 사업부의 미쓰이시 다카시(三石貴志)씨. (사진=이준혁 기자)
 
[니시노미야(일본)=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끝판왕' 오승환(32)의 한신 타이거즈 입단을 계기로 홈 야구장인 고시엔에 대한 야구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24년 개장한 고시엔은 90년의 역사를 이어온 일본야구의 상징이다. 일본 인기 팀인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이며 선발 고등학교 야구대회(약칭 '센바쓰')가 열리는 야구장으로 프로와 아마 모두에게 성지(聖地)와도 같다.
 
오랜 역사와 더불어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阪神·淡路大地震) 당시 외벽이 일부 무너진 것을 빼곤 구장의 구조 안전에 대한 사고가 없다는 점도 자랑거리의 하나다.
 
진도 7.2의 강진 발생으로 6300여명이 사망했고 14조엔(한화 약 150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고시엔은 약간의 복구작업만 거치면 곧바로 경기 진행도 가능했을 정도로 피해가 적었다. 고시엔이 얼마나 튼튼하게 지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뉴스토마토는 고시엔 야구장을 관리하는 고시엔스타디움의 운영담당 책임자인 미쓰이시 다카시(三石貴志)씨와 일본 외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고시엔스타디움의 취재 승인 허가를 얻어 어렵사리 이뤄진 이번 현장 인터뷰는 지난 7~9일 3일에 걸쳐 진행됐다.
 
고시엔의 내·외부 곳곳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미쓰이시씨는 친절한 설명과 위트를 곁들여가며 고시엔스타디움을 곳곳을 소개했다.
 
다음은 미쓰이시씨와의 인터뷰 전문.
 
◇오승환이 지난 8일 오후 진행된 니혼햄 파이터스 상대 시범경기 9회초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5개월만에 완공한 고시엔, 90년을 이어오다
 
-야구장 운영이 벌써 90년이 된다. 90년이나 야구장을 유지하는 데에는 구장 관리자의 적극적인 유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1924년 3월부터 7월까지 불과 5개월만에 구장을 건설하는 초유의 스피드를 보였다. 어떠한 노력으로 오랫동안 이 야구장을 유지할 수 있었나.
 
▲야구는 일본의 국기(國技)와도 같다. 한신이 아니더라도 일본의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신경을 쓴다. 더불어 다들 잘 아는 것처럼 고시엔은 고교 야구의 메카와 같은 장소이다.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고시엔은 국민의 관심과 운영 주체의 노력으로 오늘날까지 역사와 전통이 이어져왔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다. 고시엔은 오래된 구장인데 구조 안전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어떠한 사항들을 시행하고 있는가.
 
▲2007년 리뉴얼 공사 때 낡은 구조의 보수를 마무리했다. 더불어 원래부터도 구조적으로 튼튼한 야구장이다. 만약 지진이 일어날 경우, 모든 사람이 빠르게 그라운드로 내려오도록 마련한 장치가 많다. 관(官)에서 인정한 공식 피난장소가 그라운드다.
 
-대피 시간이 몇 분이라고 명시된 내용이 있나. 참고로 한국의 건축법은 화재가 났을 경우 8분 이내 모든 관객이 대피하게 짓도록 하고 있다.
 
▲법률상 특별히 정해진 수치는 없다. 다만 안전하게 피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다.
 
-담쟁이 넝쿨은 고시엔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구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어려움이 적잖을 것이다. 혹시 구조 안전 차원에 아무 영향 없나.
 
▲리뉴얼 전에는 담쟁이 넝쿨이 고시엔을 뒤덮고 있었다. 고시엔이 개장한 1924년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전통이다. 리뉴얼 이후 다시 자라고 있고 지금도 꾸준히 큰다. 알아서 크는 것이고 아주 뒤덮진 않는다. 벽면에 붙는 형태지만, 구조 안전에 영향은 없다고 봐도 된다.
 
◇지난 1924년 개장한 야구장인 고시엔은 올해 9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흙과 잔디의 선택에도 수차례 논의·실험 거쳐
 
-그라운드에 일본산 흙과 중국 복건성 모래를 섞어 쓰고 있다고 안다. 도입이 쉽지 않았을텐데 혹시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조합의 바닥이 선수의 플레이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가.
 
▲과거에는 복건성 모래를 썼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수입품의 통관 문제 때문이다. 지금은 일본 세토나이카이 지방 모래를 쓰고 있다. 우리는 이를 결정하며 수차례의 배합 실험을 거쳤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각 조합은 상성이 잘 맞다고 여기고 있다.
 
-상성이 맞다는 의미는.
 
▲고시엔은 돔과 달리 개방형 구장으로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비가 왔을 때를 고려해야하며 맑은 날에는 너무 바짝 마르지 않아 쿠션감을 유지해야 한다. 바운드가 튀지 않도록 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점을 중점 고려해 현재의 조합이 도출됐다.
 
-고시엔은 그라운드에 천연잔디를 쓰고 있다. 한신이 보기에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습한 일본의 특성과 해안에 접한 고시엔 구장 입지적 특성도 반영돼 있나.
 
▲지금 내가 답하는 것은 '천연잔디를 쓰는 이유'보다 '인조잔디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변이라고 하면 더 적합할 것 같다. 고시엔은 일본을 대표하는 구장이다. 전국 단위의 고교야구 대회도 매년 두차례 열린다. 선수들의 부상 우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잔디를 직접 키워서 쓰나. 그리고 잔디를 키우는 공간이 따로 있나. 한국은 일부 구장에 잔디를 키우는 공간이 있다.
 
▲잔디를 키우는 장소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시즌 중에 잔디가 필요할 경우 심는다. 잔디 구해오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 시즌 후에는 씨를 뿌려서 그라운드의 보강을 꾀한다.
 
-천연잔디면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겠다.
 
▲당연히 손이 많이 가고 관리도 적잖게 어렵다. 패이기도 하고 밀리기도 하며 다져지는 점도 있다. 게다가 외야는 잔디가 무성히 자라서 계속 깎아야 한다. 흙만큼 천연잔디도 만만치 않게 비용이 든다.
 
-혹시 비용이 얼마인지 대략적인 정도라도 공개가 가능한가.
 
▲그것은 좀 어렵다. 다만 흙을 관리하는 만큼의 비용이 든다는 정도로 답변을 대신한다.
 
◇고시엔을 운영하는 한신전철 고시엔스타디움 사업부는 그라운드 잔디와 흙의 선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일상적인 관리는 한신전철 산하 계열사인 '한신엔게'가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오후 니혼햄 파이터스 상대의 경기 5회 후 구장을 정비 중인 관리 담당자. (사진=이준혁 기자)
 
◇좋은 전광판·조명탑, 경기 진행에 큰 도움..광고도 늘어
 
-한국은 최근 전광판이 크게 화두가 되고 있다. 고시엔의 전광판은 어떠한가.
 
▲고시엔은 2012년 LED로 소재를 교체했다. 비용은 밝힐 수 없긴 하지만 규모를 살피면 중앙 전광판의 경우 '6.5m x 12.16m' 짜리 하나, '6.5m x 12m' 짜리 하나가 있다.
 
-교체하고 어떤 점이 좋아졌나.
 
▲고시엔도 한국 야구장처럼 선수 안내와 점수 표기가 주력이지만, 칼라 전광판이 되면서 광고에도 좋다. 선명한 동영상의 방영도 가능해졌다. 덕분에 광고가 늘었다.
 
-인터뷰 전 구장을 둘러보니 내야를 감싸는 띠전광판이 꽤 인상적이었다.
 
▲'1.2m x 249.6m' 짜리다. 확실히 이 전광판 덕택에 생동감있는 영상을 틀 수 있게 됐고, 응원도 광고도 역동적 영상으로 가능하다. 투자비가 많지만 효과를 보고 있다.
 
- 불펜이 실내에만 있다는 점에 대해 일부 한국 야구 팬들은 신기하게 여기고 있다. 한신은 당초 실외 불펜이 있었지만 구장의 확장 도중 실외 불펜을 없앴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했던 결정 이유가 궁금하다.
 
▲확장공사 이전부터 불펜이 실내에도 있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일본의 다수 프로야구단은 실외 불펜을 쓰지 않고 있다. 다만 고교야구팀은 실외 불펜을 쓰며 실내 불펜은 짐을 놓거나 몸을 푸는 장소로 쓰곤 한다. 현재 고시엔은 실외 불펜이 없으며 고교 대회 때는 임시로 가설 펜스 등을 사용해 실외에 불펜을 만든다.
  
-'개장 90주년 이벤트'를 하고 있다. 70주년, 80주년 이벤트도 있었을 것인데 어떠한 형태로 진행됐고 100주년 이벤트는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한국에는 아직 100주년이 되는 야구장이 없어 더욱 신기하다.
 
▲'90주년 이벤트' 관련해 '90'이라는 숫자를 중심으로 타올과 펜·컵 등의 이벤트 상품을 내놓았다. 오는 21일 개막하는 전국 고교야구대회 때는 연고지인 니시노미야시(효고현)와 협력해 키홀더나 컵을 줄까 계획하는 중이다. 또한 70주년 때과 80주년 때도 역시 이번처럼 니시노미야시와의 협력하에 각종 이벤트를 진행했다.
 
◇8일 야구장 개장 전 고시엔 내야 전경. (사진=이준혁 기자)
 
◇'야구하기 좋은 야구장' 고시엔, '야구 보기에도 좋은 야구장'으로
 
-보수 공사를 통해 야구장 좌석 간격을 넓힌 것으로 안다. 좌석도 줄였다. 어떤 형태로 보수를 했나.
 
▲2007년 리뉴얼 전에는 5만5456석이던 좌석이 리뉴얼 후에는 4만7541석으로 줄었다. 물론 이번 리뉴얼 전에도 좌석 수는 꾸준히 줄였다. 이번 뿐만 아니라 고시엔은 쾌적한 경기 관람을 위해서 계속 좌석을 감축하는 중이다. 좌석 감축을 통해 좌석 간격은 계속 확장된다.
 
-일본의 모든 야구단은 야구장을 지자체나 민간 기업의 임대를 받아 쓰고 있다. 구장의 소유가 지자체와 다른 민간기업인 곳이 적잖지만 한신 타이거즈는 현재 모기업이 구장을 소유하고 있다. 독자를 위해 한신타이거즈와 고시엔스타디움 간의 관계를 설명해달라.
 
▲널리 알려진 것처럼 한신 타이거즈는 한신전철의 자회사이며, 고시엔스타디움은 한신전철 소속 사업부다. 나(미쓰이시)도 한신전철 직원인 것이다. 고시엔은 한신전철 고시엔스타디움 사업부의 소유며, 역사관과 레스토랑 등도 당연히 고시엔스타디움 사업부 소속  영업장이다. 야구장 내 광고도 우리(고시엔스타디움)가 받는다. 다만 티켓 판매와 상품샵의 상품 판매는 한신 타이거즈 몫으로, 한신 타이거즈는 티켓·상품·중계권 등으로 돈을 번다. 그라운드는 한신전철의 자회사 '한신엔게'가 관리한다.
 
-오늘(9일) 요미우리전이라 그런지 많은 관객이 왔다. 안전조치는 어떻게 취하고 있나.
 
▲우리(고시엔스타디움)는 3만8000명의 관중을 넘길 경우 '과다'로 판단한다. 오늘이 시범경기라 자리가 빈 곳이 많이 보일 뿐 평소 요미우리전은 거의 매진이다. 관중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가 있다. 그럴 때는 최대의 경기운영 인원을 대기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그렇다면 최대 경기운영 인원은 몇 명 정돈가.
 
▲경비 인원이 200명이 넘으며, 녹색 점퍼를 입고 안내를 돕는 인원이 140명이다.
 
-내야와 외야의 연결 통로가 없다. 혹시 이유가 있나.
 
▲좌석별 가격이 다르며 고시엔은 모든 좌석이 지정석의 형태로 운영 중이다. 그렇기에 이동할 일이 거의 없고 더불어 가급적 이동이 많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관객들도 이와 관련된 불만은 없다. 앞으로도 내·외야 연결 통로의 설치 계획은 없다.
 
-수유실과 장애인용 시설이 구장에 있다면 보여달라.
 
▲수유실은 외야 2곳과 내야 1곳을 합쳐 3곳이 있고, 각 실마다 여러 칸이 있어 동시에 꽤 많은 인원이 이용이 가능하다. 지금은 경기 중이기에 이용객이 있어 출입은 어렵다. 장애인용 시설은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있고, 엘리베이터가 총 4개 있다.
 
-끝으로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한마디.
 
▲매년 한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오승환 선수의 입단을 통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고시엔을 방문해 감사하다. 야구라는 콘텐츠가 양국간의 감정을 풀고 가깝게 하는 하나의 매개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고시엔에 온다면 꼭 역사관을 방문해보기를 권장한다. 한국어 안내도 있다.
 
◇고시엔 역사관 입구 전경. 지난 1924년 개장 이래 한신 타이거즈는 물론 고교 야구 경기도 열린 고시엔의 흔적을 되짚어보는 장소다. (사진=이준혁 기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