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의료계 총파업 ‘강행’..참여율 낮아
2014-03-10 21:10:45 2014-03-11 08:21:51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앵커: 의사들이 결국 오늘 하루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맞게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습니다. 의사들 또한 결집력을 높이며 원격진료 도입과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등 현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야말로 강 대 강의 대치입니다.
 
일단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오늘 하루 파업을 한 뒤 24일부터 29일까지 추가적으로 전면 휴진에 들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조기자, 오늘 하루 의료 총파업이 이뤄졌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주요 대학병원부터 상황을 짚어주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이번 파업에 소극적이었던 전국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를 전격 선언하면서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를 키웠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울의 소위 빅5 대형병원 중 세브란스 병원만 전공의 파업 참여로 일부 차질을 겪었을 뿐, 나머지 대형병원들은 정상진료를 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다녀왔는데요,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교수진들도 파업이 없던 평소 월요일 아침처럼 회진을 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평소와 다른 것이 없었다”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사실 이번 의료 총파업은 대형병원들보다 동네 개원들의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이 역시 정상진료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총파업에는 동네 개원들의의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참여율이 역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재진이 오늘 오전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33곳의 동네 병의원을 찾은 결과, 단 4곳만 휴진하고 나머지는 정상진료 중이었습니다.
 
동네 병의원들과 환자들의 모습에 혼란의 흔적을 찾아내긴 힘들었습니다. 의료 총파업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동네 이비인후과 중 한곳을 찾은 50대 남성은 “큰 병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동네병원을 찾은 입장에서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예상과 달리 이렇게 총파업 참여율이 낮게 나타난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앞서 진행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70%대로 높았지만 투표율은 53.78%에 그쳤습니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의사들이 투표에조차 참여하지 않은 겁니다. 낮은 의료수가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은 팽배해 있지만 과도한 동력을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노환규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에 대한 불신도 한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또 정홍원 총리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며 강경 대응을 밝힌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철도파업 사례처럼 검찰과 경찰 등 사정당국이 사법처리를 강조하며 압박하고 나서자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앵커: 오늘 전국의 휴진율을 점검해 보죠. 30%에 못 미쳤네요.
 
기자: 보건복지부는 오늘 정오 기준으로 전국 2만352곳 의료기관 중 휴진 기관수는 8339곳으로, 29.1%의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가 49.4%로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인 반면 전라북도는 2.4%의 참여율로 가장 낮았습니다. 서울시는 19.7%의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복지부는 오늘 최종 휴진율 통계치를 조금 이후 저녁 7시쯤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아직 자체 집계치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 총파업의 ‘키’를 잡고 있던 전공의 참여율 역시 예상보다 낮게 나타났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8일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약 80% 이상의 전공위들이 이번 총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참여율은 42%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전공의 1만7000여명 중 719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 3160명, 부산·경남 1500명, 대구·경북 980명, 호남·제주 680명, 충청 500명, 강원 37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파업에 동참한 참여병원은 총 63곳입니다. 1000여명의 전공의들은 이날 용산구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 모여 향후 일정을 논의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송명제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들은 하루 20시간 노동을 하며 당직비 1만원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라며 "진짜 의료행위를 하고 싶어 휴진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노환규 회장은 정부가 거짓선동을 함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주장했죠?
 
기자: 노환규 회장은 이번 의료계 총파업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거짓말로 선동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며 투쟁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노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도입하려는 원격진료는 핸드폰 진료, 이메일 진료로 반드시 검증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마루타로 생각하지 말고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복지부는 원격진료에 대한 공식입장을 묻는 국회 질의서에 ‘원격진료는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난해 6월 공식 답변했다”며 “그랬던 복지부가 경제부처의 압박에 밀려 원격진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어제 정홍원 국무총리에 이어 오늘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의료계 총파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요? 
 
기자: 어제는 국무총리가, 오늘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료계 총파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비정상적인 집단이익 추구나 명분 없는 반대, 그리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변화에 저항하거나 사실관계까지 왜곡해 가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행동들은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서 국민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 피해를 끼치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총파업을 대하는 정부의 인식이 명확히 드러난 발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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