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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가 권리금 양성화..효율성은 '글쎄'
표준계약서도 확정일자 받을 수 있어야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 우려.."법안 신중히 검토해야"
2014-02-27 17:18:34 2014-02-27 17:22:33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한 중국집에 권리금 분쟁으로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오늘이 마지막 영업입니다.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했던 신모씨는 갑자기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고 가게를 비우라는 상가 주인과 몇 년 동안 지리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지난달에는 법원 집행원들과 몸싸움도 했고, 국회까지 방문해 권리금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국 신씨는 주인과 권리금 중 5000만원을 양도양수 보상금이란 명목으로 받고 가게를 비우는데 합의했다. 싸움은 일단락 됐지만 새로 옮기려는 곳들 역시 권리금이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권리금으로 인한 문제가 또 발생할까봐 두렵기만 하다.
 
권리금 문제는 용산참사 등 많은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다. 실제 임대인과 임차인간 권리금을 두고 마찰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장 큰 이유는 권리금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상가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는 권리금은 좋은 상권에 위치할수록 높게 형성돼 있으, 반대의 상권에서는 적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권리금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자릿세 개념인 '바닥권리금'과 매출에 따라 붙는 '영업권리금', 인테리어 등 시설에 투자된 '시설권리금'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바닥권리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상권에 위치가 좋은 곳이라면업종이 달라도 적용되는 권리금이다. 
 
상가 내부에 아무런 시설 없이 텅 비어 있어도 건물주가 요구하면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세입자로서는 큰 부담이 된다. 
 
상권이 형성되면 임대료가 점점 높아져 세입자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대폭 올리거나, 직접운영을 이유로 임차인을 쫓아 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권리금을 주고 영업을 해 왔던 세입자는 고스란히 손해를 보고 가게를 비워줘야 한다. 건물주는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또 받는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권리금 보호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법적 근거가 없는 권리금을 양성화시켜 임차인을 보호 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정부는 권리금 거래내역 등이 담긴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방침이다. 주인과 세입자 간 거래된 권리금을 명시하도록 해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더라도 세입자는 대항력을 갖을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환산보증금(보증금과 월세환산액(월세x100)을 합한 금액)이 서울의 경우 4억원 이하의 상가만 5년간 임대차기간이 보장됐지만 앞으로는 환산보증금 금액과 관계없이 5년간 대항력을 가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권리금으로 인한 분쟁·피해 발생 지자체와 정부는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이와 관련한 분쟁조정기구도 설치할 계획이다.
 
◇실효성 부족..임대료 상승 원인 될수도
 
하지만 권리금을 양성화시키기 위한 표준계약서의 경우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는 등 이번 제도안에 대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높은 권리금이 임대료로 전이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입자상인들의 모임인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권구백 맘상모 대표는 "권리금 중 비중이 큰 바닥권리금이 보호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화 되기를 바란다"며 "소유주의 재산권행사도 중요하겠지만 임차인 역시 많은 대가를 지불한 삶의 터전이므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란 부분이 다소 아쉽다"며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해 등록과 확정을 받도록 해야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권리금 법제화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현재 구체적인 안은 아니지만 예상해볼 수 있는 여러 부작용과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권리금 거래내역이 담긴 표준계약서도 확정일자를 받아 증빙서류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관이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양도하는 세입자의 경우 세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양수하는 세입자와의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권리금을 깎는 대신 계약서에 명시하지 말자는 등 법제화테두리 안에 이면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선 대표는 특히 "권리금 규모를 고려해보면 보증금보다 권리금이 더 큰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 소유주가 월세를 더 올려 받으려고 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천석 오메가리얼티 소장은 "임대인이 좋은 상권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변종 자릿세 개념으로 임대료를 더 올려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권리금에 대한 법적인 부분이 보다 신중하게 검토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권리금 표준계약서를 통해 현실화 할 경우 소유자의 재산권과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법적인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 적용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관련 담화문을 발표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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