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년, 전성기 맞은 사람들)①종북척결 전사들
2014-02-25 14:00:00 2014-02-25 14:00:0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5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사회 각방면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특히 역대 다른 정부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흐름들이 주목되고 있다. 제1야당과 전직 대통령이 종북으로 몰리고 있는 사회분위기, 국가를 위해 이름없는 헌신을 한다는 국가정보원이 나라 운영의 전면에 등장한 국정원 정국, 벌써 은퇴한 줄만 알았던 과거 올드보이들의 화려한 귀환, 게다가 일제 식민지 시대의 긍정성을 부각하려는 일부 우익 역사학계의 준동까지. 박근혜 정부를 지탱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들 세력과 흐름의 의미를 진단한다. [편집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바야흐로 '종북 척결' 시대의 막이 올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의혹을 시작으로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태 및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은 가히 종북으로 점철됐다.
 
◇盧 NLL 포기 의혹, 무차별 종북몰이 신호탄
 
지난 18대 대선 전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촉발된 '노무현 NLL 포기 의혹'은 여권의 무차별 종북몰이의 신호탄이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논란이 일자 국정원은 마치 사전에 약속한 것처럼 대화록을 공개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인사들의 말과 달리 공개된 대화록 어디에도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
 
이는 이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의 문서와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다.
 
결국 새누리당의 공세는 대선 불법 개입 의혹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정쟁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석기 내란 음모 중형,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심혈을 기울인 '노무현 NLL 포기 의혹'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이번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 음모를 획책했다는 사건이 터졌다.
 
이 의원이 RO라는 조직의 모임에서 통신망 등 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북한에 동조했다는 것으로, 법원은 1심에서 이를 인정해 이 의원에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이와 보조를 맞춰 정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이 의원의 소속 정당인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 공안 정국은 한층 더 심화됐다.
 
하지만 이 역시 대선 불법 개입 국면을 전환하려는 여권의 물타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의 RO 회합 강연이 상식에 반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를 처벌하려는 정권의 시도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또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이 의원 제명안 처리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야권에 종북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일환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공안 화룡점정?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안 정국 조성 움직임의 '화룡점정'이 될 전망이다.
 
유우성씨의 출입경 기록을 국정원 소속 요원이 조작해 간첩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이 확인되면 후폭풍은 일파만파로 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유씨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난해 8월을 전후해 야권이 국정원 직원으로 보고 있는 이인철 영사가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부임한 대목은, 유씨를 간첩으로 만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타격을 입히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이처럼 의혹이 증폭되자 새누리당은 간첩 증거조작이 아니라 중국의 방첩이 사건의 핵심이라 규정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강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이 앞다투어 공안 정국을 조성하면서 종북 척결에 심혈을 기울여온 지난 1년 덕분에 국면은 한동안 얼어붙을 양상이다.
 
◇과거 독재정권 비호하던 공안 정국의 부활
 
문제는 여권의 종북 척결 행보가 건강한 이념 대결이 아닌 분단된 현실의 안보 상황을 십분 활용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 시기에는 자취를 감췄던 종북몰이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대선이 관권선거였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정권의 정통성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전개되자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노무현 NLL 포기' 주장과,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이석기 내란 음모'·'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논란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은 시계를 과거로 돌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은 1975년 2차 인혁당 사건 피고인 8명에게 사형을 집행해 그야말로 공포통치의 전형을 보였다.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불리는 2차 인혁당 사건에 대해 2002년 9월 12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으로 결론을 내리며 이는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됐었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7월엔 강기훈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한 김기설씨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최근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행해졌던 종북몰이 공안 정국이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유혈사태만 생략된 채 또다시 부활한 셈이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 종북몰이 광풍, 초유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 국가기관이 공문서 위조로 증거조작을 하는 등 정부 여당이 앞장서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야당을 해산시키고 간첩을 조작하고 부림사건과 같이 민주인사들을 좌경용공으로 몰아 사형장과 감옥으로 보낸 70~80년대 공포정치가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미 지난 대선 전부터 여권은 종북=야권이라는 프레임을 확산시키려고 집요하게 노력해왔다"며 "박근혜 정부와 여권은 종북 프레임 같은 이념 갈등의 정치, 적대성의 정치로 진보적 야권 무력화에 성공해왔다"라고 박근혜 정부 1년을 평가했다.
 
고 교수는 "여권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대중의 나쁜 기억들을 끊임없이 불러내는 한편 진보진영의 딜레마인 통합진보당, 전교조, 전공노, 공기업 노조 등 취약지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함으로써 보수적 대중의 적대적 감정을 동원하여 위협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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