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러시아 소치 올림픽. 예년과 다를 것 없던 올림픽으로 보였지만 경기 관람 모습은 사뭇 달라졌다.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서둘러 TV 앞으로 달려갔던 대신 PC나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이 연결된 곳에 앉아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미국 방송국 NBC가 소치동계올림픽 중계에 비디오 플랫폼 제공 프로그램인 어도비 프라임타임(Adobe Primetime)을 도입하면서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App)을 통해 시청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33세 어도비 시스템즈..2명에서 1만2000명 거대기업으로
어도비 시스템즈(Adobe Systems)는 디지털 컨텐츠를 제작하는 툴(Tool)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PDF(Portable Document Format) 파일 뷰어, 포토샵, 플래시 플레이어 등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소프트웨어가 어도비의 작품이다.1982년 12월 창립돼 사람으로 따지면 이제 서른이 갓 넘은 청년이다.
제록스에서 근무하다 만난 어도비 공동 창업자 척 게쉬케(Chuck Geschke)와 존 워녹(Jone Warnock)이 컴퓨터 화면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아름답고 정확하게 인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설립했다.
어도비 포스트스크립트로 시장의 포문을 처음 연 이후 1993년에는 휴대용 문서 포맷인 PDF를 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증명서, 정부기관 문서, 기업 문서의 교환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는 형태다. PDF 문서를 볼 수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인 어도비 리더는 전세계적으로 5억건 이상 보급된 세계적인 인기 제품이다. 전세계 인구가 50억명이니 전세계 인구의 10%가 사용했다는 말이다. 이 밖에 디자인 전문가의 90% 이상이 사용중인 디자인 솔루션인 어도비 포토샵, 전자문서 솔루션 ‘아크로벳’ 등이 주요 제품이다.
서른 세 살이 되는 동안 회사의 규모도 커졌다. 2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는 작년 기준 종업원 수 1만2000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2007년 취임 이래 어도비를 성공적인 길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도 출신 산타누 나라옌 최고경영자(CEO)가 7년 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어도비는 최근 2년 간 클라우딩(Clouding)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의 사업영역은 포토샵 등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판매하는 디지털미디어(Digital Media)와 디지털마케팅(Digital Marketing), 출판(Print and Publishing)의 3가지로 나뉜다.
디지털 미디어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로, 디지털 마케팅은 마케팅 클라우드(Marketing cloud)로 불린다.
클라우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어도비가 2012년부터 전략적으로 박스 형태의 제품 판매가 아닌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 형식의 제품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영화, 사진, 음악 등 미디어 파일이나 문서, 주소록 등의 사용자 콘텐츠를 서버에 저장해두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를 포함한 어느 기기에서든 다운로드 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손에 잡히지 않듯, 실체 없는 공간에서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구름을 차용했다.
일명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라 불리는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은 9개가 넘는 제품군들(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자인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매월 49.99달러(약 5만3500원)만 내면 업데이트 버전의 추가 구매 없이 늘 최신 버전을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40%), 기업(25%), 교육(25%) 등이 주 고객이다.
빅데이터(Big data)관리가 성공의 성패가 된 시장에서 어도비의 마케팅 클라우드는 현재 전세계 탑 5 미디어 회사들이 마케팅 솔루션으로 이용하는 효자 상품이 됐다. 서비스의 본격 시작은 2년 전인 2012년이었지만 이미 2009년부터 웹 분석 서비스업체 옴니츄어를 인수하는 등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온 결과다.
(자료=어도비 IR자료, 뉴스토마토)
◇날개단 클라우드 '급성장'..매출은 오히려 줄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작년 회계연도 4분기(9~11월) 기준 유료가입자 수 143만9000명 돌파라는 신기록을 낳았다. 전 분기보다 40만2000명 증가한 것이다.
구독자 수 증가에 힘입어 작년 관련분야 매출은 19억1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65%가 여기에서 나왔다. 특히 1분기 2억3700만달러였던 매출이 4분기 7억6800만달러가 된 것이 눈에 띈다.
어도비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던 마케팅 클라우드는 작년 기준 처음으로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한 12억289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40억5520만달러의 약 30%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22%와 25%를 기록했다.
(자료=어도비 IR자료, 뉴스토마토)
사업 구조의 재편 속에 매출은 줄었다.
회계연도 2012년 44억360만달러에 달했던 매출액은 작년 40억5520만달러로 감소했고 순익도 8억3277만달러 수준에서 2억8998만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어도비는 작년 한 해 동안 연구개발비에만 8억2663만달러를 썼다. 전년도 7억4282만달러보다 10% 가량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마케팅 비용도 전년의 15억1615만달러에서 16억2045만달러로 늘었다.
클라우딩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서비스 방향을 튼 후 주가도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도비의 주가는 21일(현지시간) 기준 68.22달러로 마감했다. 52주 신고가다. 3년간 성장세는 97%에 달한다. 2008년(-13.92%), 2010년(-15.85%) 각각 연간 하락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것이다.
◇ 어도비 3년 주가차트(자료=CNN머니)
CNN머니 자료를 통해 살펴본 어도비의 현재 주가는 지난해 실적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121.8배에 달해 상대적으로 고평가 됐다. 다른 대형 IT 기업인 구글(33.4배), 마이크로소프트(14배), 애플(13배) 등과 비교하면 4~10배 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호전될 올해 실적에 대비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낮아진다.
◇매출 감소는 일시적..“지속 가능한 성장” 꿈꾼다
주요 증권사들은 어도비의 주가가 최근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스턴 애지(Sterne Agee)사는 앞선 4일 어도비에 대한 커버리지를 시작하며 목표주가 80달러에 ‘매수’ 등급을 부여했다. 아르고스(Argos) 애널리스트도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유’에서 ‘매수’로 투자등급을 한 단계 올렸다. 목표주가는 71달러를 제시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1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어도비 주식의 '매수'를 추천했다. BoA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매출 및 구독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꾸준한 수익을 낳을 수 있는 성장모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어도비가 사업모델을 판매에서 구독 중심의 클라우딩 서비스로 바꾸면서 감소했던 실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후퇴'일 뿐 연구·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리면서 앞으로의 성장판을 다지는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마케팅 클라우드에서 각각 20%에서, 25%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총 매출액도 20% 증가세를 내다봤다.
대기업 중심으로 어도비의 미디어·마케팅 서비스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딘 다코 말레이시아항공 매니저는 "어도비의 디지털 마케팅 도입을 통해 IT와 매출, 소비자, 상품 모두를 큰 틀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는 “올 한 해동안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미디어, 마케팅 클라우드에서 시장 선도를 이룰 것”이라면서 “특히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딩 분야에서 300만 가입자 확보와 함께 현재 7억6800만달러 수준인 ARR도 18억5000만달러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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