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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재벌총수 '처벌 완화' 기대에 법조계 '섣부른 판단'
2014-02-13 18:47:39 2014-02-13 18:51:3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앵커)김승연 한화 그룹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나란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재계가 고무된 상태입니다.
 
재벌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잣대가 내려간 것 아니냐는 분석 때문인데요.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게 알아봅니다. 법조팀 최기철 기자 나왔습니다.
 
최기자,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에 대한 석방 판결을 가지고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어요. 왜 그런가요?
 
기자)네. 우선 김 회장의 경우 재벌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잣대가 매우 엄격해졌음을 보여주는 첫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은 수천억대 횡령배임혐의로 2012년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당시 재계는 큰 충격에 빠졌는데요.
 
이후 SK최태원 회장 형제가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은 끝에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원 구속됐고, CJ 이재현 회장도 구형량이 무거워졌습니다. 검찰도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했고요.
 
하지만 재벌사건 수사에 대한 엄벌이 시작됐다는 신호탄 격인 김 회장이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나면서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예전에는 재벌들이 경제에 대한 공헌도가 법원에서 참작되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죠?
 
기자)그렇습니다. 이번에 김 회장의 재판부가 집행유예 참작사유로 피해액을 보전한 점, 경제건설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점, 건강상태가 악화된 점 등을 예시했는데요.
 
이 같은 참작사유는 과거 사법부가 ‘재벌 봐주기’ 판결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당시 판결문에 유행어처럼 쓰이던 것들입니다.
 
양형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과거 재벌들이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법원의 양형과 같습니다.
 
2009년 ‘삼성특검’을 받고 기소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불법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로 2007년 기소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수백억원의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2011년 구속 기소된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이 모두 하급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씩 받고 풀려났습니다.
 
앵커)재계는 이번 판결을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고 있지요? 전문가들은 사법부의 잣대가 진짜 내려갔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기자)그렇습니다. 총수가 풀려난 기업들은 물론이고 재판을 앞두고 있는 여러 재벌기업 역시 이런 기류를 감지하고 매우 고무됐지만 표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사법부의 잣대가 과거로 후퇴했다”는 진단에 대해서는 법조계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진단은 섣부르다, 오히려 착각이다 이런 분석이 다소 우세합니다.
 
사법부의 잣대가 낮아졌다고 보는 법조인들은 정권 초기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 때는 양형이 무겁더니 최근 사그러들면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분석하고 있고요.
 
재판부가 든 집행유예 참작사유도 예전 재벌봐주기 판결의 판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개별적인 사건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다른 재벌 사건들과 구별되어 집행유예를 참작할 만한 특징이 없고, 재판부 스스로도 판결문에서 과거 ‘재벌 봐주기’ 판결에서 채택했던 사유와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점 등이 그 징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반대 해석도 있지요?
 
기자)그렇습니다. 법원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부 잣대가 낮아졌다는 지적과 재계의 시각을 두고 “착각”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에서는 김 회장 사건은 배임액 산정이 잘못됐고 이것이 무죄로 판단된 것을 이번 판결의 특징적인 예로 들었고요. 구 회장의 경우 역시 구회장 대신 아들이 법정구속된 점을 반박의 예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특히 정권의 입맛대로 판결을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법원관계자는 횡령·배임 양형은 2009년에 상향조정됐고 김 회장이 법정구속된 것은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12년 8월임을 지적하면서 사법부가 정권에 따라 재벌들에 대한 양형을 달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앵커)내일 이재현 회장 선고가 있지요?
 
기자)그렇습니다. 내일 오후 2시에 이 회장에 대한 선고가 내려집니다. 사법부의 잣대 하향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검찰은 징역6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습니다. 이 회장 역시 현재 지병 때문에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로 징역형이 선고될 지 집행유예가 선고될지를 두고 재계는 물론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네. 최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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