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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대해부)①삼성그룹, 3세경영 윤곽
2014-01-07 11:40:29 2014-01-09 09:11:14
경영권 승계. 올 한 해를 관통할 재계의 최대 화두다. 이미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들이 지난해 사전정지 작업을 통해 본격화를 예고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배구조 재편과 맞물려 진행될 전망이다. 지분 이동과 사업 재편 등 복잡한 함수가 얽히면서 지배구조 변동성은 커졌다. 방점은 후계자로 낙점된 3세로의 경영권 이동이다.  
 
<뉴스토마토>는 신년기획으로 ‘지배구조 대해부’를 준비했다. 계열사 간 분할 및 합병 등 이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은 수면 위로 부상했다. 3세 경영을 위한 막바지 퍼즐 맞추기에 돌입한 가운데, 과연 이 퍼즐이 우리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점철되는 부조리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대해부’ 편은 총 10회로 나눠 구성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현황 기준을 참고로,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총액 상위 10위 이내 그룹을 선정했다. 해당그룹의 반기, 연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특히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이 펴낸 ‘2014 한국기업의 지배구조’를 토대로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재계의 시선이 삼성을 향하고 있다. '3세시대' 개막을 목표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한국형 재벌 순환출자, 금산융합의 상징적 존재나 다름없는 삼성그룹이 택할 시나리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적인 정지(整地) 작업에 돌입한 한 해였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삼성에버랜드부터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가 포착됐다.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3세 경영과 함께 진행될 삼성그룹 계열 분리에 대한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이건희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점도 중요한 시그널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올해 만 71세의 고령으로, 특히 지난 8월 폐렴 증상을 보이면서 입원, 그룹 안팎의 우려를 키웠다. 이와 맞물려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조짐이 이어지면서 경영권 승계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무엇보다 2014년 정기인사를 통해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승진, 이동하며 삼성의 3세 경영권 승계 구도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계는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에 이부진-이서현 자매를 포진시키면서 서로 간 협업과 견제를 유인토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점에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이번 승진으로 삼성에버랜드에서 경영전략 담당을 맡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8.37%의 지분을 보유, 동등한 위치에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은 무려 25.1%의 지분율을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최대 주주다. 이건희 회장은 3.72%로, 4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사진=삼성그룹)
 
이는 최근 삼성에버랜드가 사업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에버랜드는 지난 11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키로 한 데 이어 매출 비중 1위인 급식 및 식자재(FC) 사업부를 물적 분할키로 결정했다. 향후 이부진 사장이 있는 호텔신라로 매각키 위한 수순밟기다. 삼성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사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에버랜드 사업과 구조 재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정기인사에서 삼성그룹이 계열사 전반에 걸쳐 삼성전자의 성공 DNA 전파에 나섰다는 점도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에 앞서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부상시켰다. 이 부회장 중심의 후계 구도를 다지기 위해 글로벌 역량이 강한 삼성전자 출신을 각 계열사로 전파시켜 그룹 장악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란 게 이 같은 분석의 논거다. 
 
◇삼성그룹, 업종별 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들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동시에 결국 자녀들끼리 계열 분리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므로 향후 3~4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환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견해다.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성공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이 지난해 연말 작성한 '2014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를 지배하는 삼성전자홀딩스가 설립되면서 사업부문의 지주회사를 맡고, 삼성생명지주가 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방식의 업종별 지주회사 형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동양증권은 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삼성에버랜드가 지배구조 최상위에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전자가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며 계열사 대부분을 소유하는 수직-방사형 지배구조를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방대한 자산규모와 복잡한 소유구조를 고려할 때 지배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변화가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3세들의 보유지분 가치가 크지 않고, 계열분리 방향 및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향후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진행될 계열 분리 이후의 대략적인 사업구도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재용 부회장의 전자·금융, 이부진 사장의 레저·건설(호텔신라·삼성물산 등), 이서현 부사장의 패션·광고(에버랜드패션사업부·제일기획) 등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9월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영업 양수해 향후 캐시카우 및 성장성을 확보했다. 또 급식 및 식자재 부문을 '삼성웰스토리'로 물적 분할하고, 건물 관리 사업을 4800억원에 에스원으로 이관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지배구조 변환과정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생명도 최근 들어 제조 계열사의 삼성카드 지분을 적극 인수하고 나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업계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를 총 2641억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은 28.60%에서 34.41%로 높아졌다.
 
지배구조 개편의 또 다른 축이 될 삼성물산도 삼성SDI가 보유하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1%를 1131억원 인수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7.8%로 확대하며 제일모직 13.1%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간의 교차출자가 복잡하게 엮여있는 기존 구조가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 주요 순환출자 고리.(자료=키움증권)
 
◇속도 내는 3세 경영..최대 변수는?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삼성의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확실히 하면서 경제민주화 광풍에서도 삼성그룹은 '무풍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순환출자 금지는 금산분리 강화와 함께 경제민주화 법안의 양대 축으로, 애초 기존 순환출자 해소까지 요구하던 야당이 한발 물러서면서 삼성 입장에선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한때 3세 승계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됐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 소송에서도 이맹희 전 회장 측이 화해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일단락되는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물론 화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고 2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서 결말을 볼 수도 있지만, 삼성생명 1대 주주인 이건희 회장과 2대 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율 순위를 뒤바꾸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 한 그 여파는 극히 제한적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금산분리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돼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는 시나리오에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비금융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삼성생명은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삼성그룹 내 연관관계가 높은 기업끼리 소그룹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특히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현재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그룹 중간지주회사 설립시 출자구조 예상도.(자료=동양증권, 그래픽=뉴스토마토)
 
3세들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문제다. 순환출자를 이용해도 일부 계열사에 대한 관계사 지배력이 낮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7.91%, 호텔신라,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도 최대주주 지분율이 20% 이하다. 지분 확대를 위핸 실탄 확보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향후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사장은 본인들이 지분을 가진 비상장 계열사가 상장사로 전환되면 그 차익금을 통해 실탄을 마련한 뒤 각각 건설부문과 패션부문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등 3세들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 잇단 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 불리기'에 나선 점을 '기업가치 높이기'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정부가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해도 삼성그룹이 쉽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계열 분리에 따른 지분 정리 작업만으로도 수년이 소요되고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며 "삼성그룹이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적이 없는 만큼 이 또한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원(One) 삼성' 얘기가 비중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뜻이란 설명도 전해졌다. 그룹 분할로 인한 형제간 갈등과 아픔을 지켜본 이건희 회장이 용단을 내렸다는 전언도 흘러나왔다. 시장 예상과 달리 그룹 분할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를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한 틀에 넣는다는 것으로, 남매들 간 사전동의가 관건이다.
 
한편 외신들을 중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력에 대한 의문이 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삼성그룹의 숙제다. 절대 카리스마를 보이는 이건희 회장의 자리를 채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동양증권은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경영능력을 보였다고 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승계 과정에서 이들의 공적쌓기는 더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재용의 삼성'이 어떤 미래를 보이느냐에 따라 한국경제도 모습을 달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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