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세계경제)③일본, 성장에 날개를! 중국, 성장에 내실을!
2013-12-26 13:00:00 2013-12-26 20:01:23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난 2013년은 일본 경제에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경기 회복과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대 과제로 제시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강력한 의지 아래 20년 가까이 오를 생각을 않던 물가는 1%대에 근접했고 엔저를 발판으로 한 수출 개선은 경제성장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를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소비세 인상 등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들이 남아있고 기업들의 투자 확대나 임금 상승, 가계 지출 확대 등 실질적인 회복은 아직까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1.5% 안팍의 꾸준한 성장 속도를 유지해야 후유증 없는 회복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중국에게 지난 1년은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시진핑·리커창을 필두로 한 5세대 지도부가 정식 출범하며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이들은 오히려 개혁에 더 방점을 뒀다. 새로운 성장보다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고성장 시대를 달려온 일종의 성장통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7% 이상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 속의 성장을 기치로 경제 성장 동력을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집중하고 동시에 부동산 과열 해소, 산업 공급과잉 문제 해결, 민생 개선 유도 등 끊임없는 시험 과제에도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내년에도 역시 '아베노믹스'..1.5% 성장 전망
 
올해 일본 경제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아베노믹스'였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지내며 글로벌 경제에서 잊혀졌던 일본이 화려한 부활을 꿈꿀 수 있는 발판을 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시작을 알린 아베노믹스는 지난 한 해동안 엔화 가치를 20% 가량 끌어내렸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2월의 월례보고서에서 200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일본 주요 경제지표 변동 추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난 22일 일본 내각부는 내각회의를 통해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의 국내총생산(GDP)이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의 성장 전망치인 2.6% 증가보다는 다소 둔화된 수준이지만 소비세 인상의 부정적 여파가 고려됐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영향 등을 반영한 명목 GDP는 3.3% 증가한 500조4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정부가 500조엔대의 GDP 예상치를 내놓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10월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의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종전 전망치인 1.3%에서 상향 조정된 결과다.
 
이 밖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일본의 2014년 성장률을 1.5%, 국제통화기금(IMF)은 1.4%로 내다봤다.
 
<기관별 일본 201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아베 내각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엔화의 추가 절하 여지가 남아있는 점도 일본 경제의 밝은 내일을 기대토록 한다. BOJ가 본원통화 규모를 2014년까지 2012년의 두 배로 확대하기로 한 금융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인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도 엔화 약세를 뒷받침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만큼 급격한 움직임이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엔화가 내년 말 기준 달러 당 110엔까지 꾸준히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딧 아그리꼴은 달러 당 115엔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과감한 의견을 내놨다. 테이퍼링으로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전반적인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세 여파는 '미미'..지속적인 성장 여부가 관건
 
일본 경제 전망이 전반적으로는 밝다고는 하나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의 여파를 무사히 넘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현행 5%의 소비세율을 내년 4월에 8%로, 2015년 10월에 10%로 올리는 방안에 합의를 했다.
 
일본 내각부는 소비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가계소비가 0.21%, 실질 GDP가 0.1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내년 봄의 소비세 인상은 실질 GDP를 0.45%포인트 끌어내리게 될 것이다.
 
시티그룹은 이달 초 발표한 내년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올해보다 상당부분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비세 조정 결정 이전부터 이 같은 비관론이 팽배했던 탓에 일본 정부는 5조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으로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강현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제시한 경기 부양책은 5조엔 정도로 일본 명목GDP의 0.8% 수준"이라며 "대부분 국가들의 재정승수가 0.5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경기부양책이 GDP를 0.4%포인트 높여 소비세 인상의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책으로 소비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는 단기적 변수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일본의 장기 국채 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가 경제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본 10년만기 국채금리 추이(자료=investing.com)
일본 정부가 많은 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 양산된 막대한 규모의 국가 부채가 경제에 역풍을 가져올 수 있는 충분한 이유라는 것.
 
경제가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어가지 못했을 경우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 국가 신용도 하락과 경기 침체 등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테이퍼링 영향으로 시장의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고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면 일본 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감안한다면 금리 상승은 필연적인 결과이지만 예상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른다면 최악의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현구 연구원은 "금리 상승 시 국채 가격 하락으로 일본 국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의 손실이 확대되고 일본 정부의 이자비용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BOJ에 따르면 올해 일본 정부의 이자 비용은 9조9000억엔이다. 만일 시중의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추가로 1조6000억엔의 비용이 소모된다.
 
이 밖에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지난 1년간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로 수출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재미를 봤지만 실질적인 경쟁력이 나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경제 상황만큼 개선된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들의 기초체력 회복, 물가 개선 등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돌아갈 공산도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 新개혁개방의 시대.."안정 속 성장 이어가라"
 
지난해 13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8% 성장을 하회한 중국 경제는 올해에도 최근 몇 년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을 했다.
 
중국 국무원을 비롯해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가 7.6%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경기 하강기조, 미국 테이퍼링 이슈, 은행간 콜금리 급등 등 악재로 7.5%까지 밀렸던 성장률이 미니부양책 발표로 7.8%까지 반등하기는 했지만 4분기에도 7.5~7.7%로 부진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내년도 중국 경제는 올해와 비슷한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상고하저의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2분기가 경기 고점이 될 전망이다. 개혁과 구조조정이 하반기로 갈 수록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중국 국가정보센터(CICC)는 내년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7.5%로 제시했다. IMF는 2014년 중국의 성장 전망을 7.3%로 골드만삭스와 크레딧스위스는 7.7%, 7.6%로 다소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기관별 중국 201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국 정부는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을 해왔던 과거와 달리 내수를 통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경기 부양도 중요하지만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과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의 육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지난 11월 열렸던 중국 공산당 제18기 3차 전체회의(3중전회) 내용도 중국의 성장 방식 전환을 뒷받침한다. 당시 회의에서는 점진적 수준의 개혁 이행을 예고하는 한편 내수 부양과 친환경 이슈로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키로 했다. 중국인들의 전반적인 소득수준 향상을 이끌어내 내수 경기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로 성장 중심을 옮기기는 했지만 수출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중국의 원동력이다.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의 경기가 살아나며 수출 증가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등의 영향에 가공 무역이나 재수출은 부진할 수도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은 올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인 3.3%를 기록하겠지만 정부의 통제 목표치인 3.5%에는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기적으로 소비 경기가 과열됐다거나 물가 수준이 과도하게 오르는 시점은 아니기 때문에 식품 요인을 제외하면 목표치는 하회할 것"이라며 "정책 방향을 변화시킬 만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여전한 '시한폭탄' 부동산..환경오염·빈부격차 등도 위협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고 한다면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꼽을 수 있다. 이 세가지 이슈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올해에도 그림자 금융과 맞물린 유동성 경색 문제가 불거져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금융 부분의 문제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한 반면 실질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노무라증권은 부동산 시장과 인프라 투자가 위축될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를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월말과 분기말을 전후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정부가 위험성을 인지한 만큼 지난 6월의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전과 같은 유동성 위기는 없겠지만 기업 부채 문제는 경기 호전 없이 성과를 얻을 수 없다"며 "구조조정과 지방정부의 투자 규제 등 단계적인 개혁으로 건전한 방향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림자 금융의 시발점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따르지 않는다면 거품이 꺼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일본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부동산 경기 침체는 전체 경제 위축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주택 관련 선행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는 점은 내수와 투자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임을 시사한다. 또 아직까지는 지방 정부의 주요 재원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급격한 경기 위축의 가능성도 적다.
 
이 밖에 중국의 살인적인 스모그도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환경 오염 개선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높은만큼 정부도 이를 모른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경환 연구원은 "환경과 관련한 긴급성 조치가 나타날 경우 자동차 판매나 에너지원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정권 초기에 환경 규제가 강화된다면 실물 경기 둔화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도시·농촌 간 빈부 격차 문제 역시 중국 사회의 안정을 깨뜨릴 수도 있는 요인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형 도시화로 농촌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은 되지만 민생과 관련된 숙제들을 중국 정부가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가 앞으로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