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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한화 3사, 이라크 재건사업 경쟁대열 합류
2013-12-19 21:12:38 2013-12-19 21:16:23
◇아델 압둘 마흐디 전 이라크 부통령과 한병도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전쟁과 테러로 아물지 않은 상처의 땅! 이라크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한국 건설사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이라크가 대규모 전후 재건사업에 나서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앞다퉈 진출에 나서거나 타진을 모색하고 있다. 침체된 국내 건설 불황을 타계할 유일한 해법이 이라크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정부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오는 2017년까지 2750억달러(300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재건사업에 쏟아 부을 계획이어서 국내 건설사에게 더없이 좋은 희망의 땅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히는 아델 압둘 마흐디 하산(ADIL ABDUL MAHDI HASSAN) 전 이라크 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5시 보좌관과 언론인 등 23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첫 방한이다.
 
마흐디 전 부통령은 한국-이라크 우호재단(이사장 한병도)의 심장병 어린이 치료를 방한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국내 기업들의 이라크 투자와 진출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실제 일정 대부분을 국내 기업들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구성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한화건설 등 이라크에 진출했거나 모색하고 있는 국내 대표 건설사 경영진들과 차례로 미팅을 가졌다. 치열한 물밑 접촉이었다.
 
특히 마흐디 전 부통령은 과도정부와 현 말리키 정부에서 부통령을 역임한 인물로, 지난 4월20일 치러진 지방의회선거에서 제1당에 올라선 이슬람최고평의회의 2인자로 꼽힌다. 이라크 정가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로 그를 0순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이라크 정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은 이번 기회를 차기 총리와의 사전교감을 통해 향후 경제협력에 대한 기회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서로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부도 마흐디 전 부통령의 이번 방한을 총리급으로 격상하며,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  
 
여기에다 최근 불안한 정세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교분쟁이 사그라 지면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점차 안정을 찾는 등 국내 기업들의 진출을 꺼리게 만드는 위험요인도 감소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로서는 기회의 장이 마련된 셈이다.
 
마흐디 전 부통령 일행은 지난 17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를 방문한 뒤 삼성물산이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박의승 삼성물산 플랜트부문 부사장을 비롯해 김형 부사장, 강형규 전무, 김경준 전무 등 실무를 책임지는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해 이라크 재건사업과 현지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일단 삼성물산 측은 이라크 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만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삼성이 (이라크에) 함부로 진출하지 못하는 건 자칫 (인명사고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다. 신중히 접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음날인 18일 마흐디 전 부통령 일행은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1시간30분 동안 자동차 생산공정을 둘러본 뒤 서울 힐튼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는 마흐디 전 부통령의 수고를 덜기 위해 헬기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선보였다.
 
현대차가 준비한 만찬에는 정진행 사장과 공영운 전무,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등 총 4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마흐디 전 부통령은 현대차의 이라크공장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며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의 이라크 진출 타진도 이뤄졌다. 현대건설은 내년 상반기 총 4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이라크 정유시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접촉 면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차기 유력 총리 후보로 자리한 마흐디 전 부통령과의 인연은 진출을 결정짓는 중대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최근 현대건설은 플랜트와 토목환경, 전력, 건축을 기반으로 업계 최초 해외 누적 수주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와 리비야 등 중동에서의 대규모 플랜트 사업 수주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라크로 해외사업을 넓힘은 당연해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미 이라크 재건사업에 뛰어든 한화건설 역시 마흐디 전 부통령을 놓치지 않았다. 일정 마지막 날인 19일 비공개 조찬회동을 마련했다. 당초 계획에 없던 일정으로, 한화건설이 극비리에 타진해 마련됐다고 재단은 전했다.
 
이 자리에는 마흐디 전 부통령과 할릴 알-모사위 이라크 대사 등 이라크 고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전병철 상무보 등이 참석했다. 조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김현중 부회장은 조찬회동 직후 <뉴스토마토>와 만나 “(조찬 분위기는)좋았다. 한화가 이라크 신도시를 위해 열심히 건설하고 있다며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우리가 이라크에 요청한 건 따로 없었다”면서 “이라크에서 VIP(고위인사)가 오면 항상 한화를 만나기 때문에 별 다른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이후 ‘한-이라크의원연맹(회장 김태원)’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화가 이라크에 전방위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한병도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은 “이라크 정부는 전후 재건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특히 신도시와 신공항, 항만, 철도 분야에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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