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사회주의는 인간의 발전단계에서 포식의 단계를 극복하고 진보하려는 인간의 시도다."
누가 한 말일까?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이 '포식의 단계'라 지칭한 자본주의는 인간이 서로 포식자가 되기를 강요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이 인간 본성 깊숙이 자리 잡은 '탐욕'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탐욕'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찬양한 건 인류역사상 자본주의가 유일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보다 '고상한 가치'를 앞세우는 사회주의 공동체 이념은 자본주의 보다 결코 못할 게 없는데도 사회주의를 주장하면 대뜸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날아든다. 그런데 정말 현실사회주의는 지난 세기말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일까?
이 책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불어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모든 시장은, 사회주의 시장조차도 포식의 체계다. 그것을 극복하려고 했던 우리의 시도는 실패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옳은 생각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요컨대 이 책은 사회주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책이다. '어느 사회주의자의 유언'이란 부제가 말해주듯이, 마르크스주의에 '지적 양심'을 걸었던 노교수의 짤막한 논문을 책으로 옮긴 것이기도 하다.
책을 쓴 제럴드 앨런 코헨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주의 참모습을 평동과 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는 캠핑장에 빗대어 설명한다.
코헨이 생각하는 캠핌장의 평등은 상당히 동화 같은 방식으로 구현되는데, 그는 "결과의 차이는 단지 취향과 선택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자연적, 사회적 배경뿐 아니라 개인의 역량 차도 배격하자는 주장을 편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출발선이 다른 것은 물론이요, 타고난 재능으로 더 많이 가져가는 행위 역시 평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코헨은 '일이 먼저냐 휴식이 먼저냐'는 선호의 차이, 혹은 '조금 일하고 조금 쓰려는 태도와 많이 일하고 많이 쓰려는 태도의 차이'는 사과가 좋으냐 오렌지가 좋으냐는 차이와 다를 바 없다고 간단히 치부하기도 한다.
요컨대 '게으르게 살겠다고 선택한 결과'에만 어쩔 수 없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태도는, 게으를 권리마저 인정하지 않는 자본주의 세계와 달라도 한참 다른 세계다.
코헨은 "시장사회에서 생산적 행위의 직접적 동기는 가족의 이익을 위한 '탐욕'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발동되는 '공포'의 어떤 혼합물"이라며 이것은 "타인을 바라보는 가장 끔찍한 방식"이라고 질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캠핌장을 확대한 이상적 세계는 언제쯤 눈앞에 구현될 수 있을까? 코헨은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는다.
"우리는 캠핑에서 집단 소유와 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지만 왜 소비에트연방이나 그와 유사하게 조직된 국가에서는 그것을 구현하지 못했는지를 아직도 알지 못한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처럼 코헨의 주장은 사회주의 도래를 역사의 필연이라고 강조하는 교조주의를 엄격히 경계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회주의와도 결이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마냥 체념의 기조로 일관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이기적 성향과 관대한 성향이 두루 있는데 문제는 이기심을 비정상적으로 작동시켜 경제를 운영하는 법만 알고 관대함을 발전시켜 운영하는 법을 모른다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일관된 생각이다.
그는 "우리의 주된 문제는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아니라 우리에게 적절한 조직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이야기 한다. 그는 이런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실로 20세기 역사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앞서 말한 탐욕과 공포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고양돼 왔다. 그러나 우리는 탐욕과 공포가 혐오스러운 동기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코헨은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분석적 마르크스주의의 대가로, 분석적 마르크스주의는 사회주의의 역사적 필연성을 신봉하는 교조주의적 변증법적 유물론을 거부하고 미시적 사회분석을 통해 마르크스주의가 허황한 거대 담론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특징을 보인다고 책은 풀이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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