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1000여개에 이르는 국고보조사업의 재원을 중앙과 지역은 어떻게 분담하는 게 합리적인가?
국고보조사업은 중앙과 지자체가 재원을 '매칭'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는데 최근 복지재정 수요와 지출이 급증하면서 이 문제가 재차 떠오르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 국고보조금 가운데 복지관련 보조금은 49.9% 달할 만큼 비중이 높아진 상태.
하지만 복지서비스의 '높은 편익'에 뒤따르는 '높은 부담'이 지방정부에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 자료 등을 종합하면, 복지지출 비중의 증가율이 중앙정부는 2005년 23.7%에서 2013년 28.4%로 4.7%p 증가했고 같은 기간 지자체는 12.0%에서 24.2%로 12.2%p 증가했다.
자료제공: 배인명 서울여대 교수(행정학)
김상한 서울시 예산담당관은 14일 경실련이 주최한 '복지사업의 국고보조금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무상보육 시행, 기초연금 도입, 중증장애인연금 확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제도 개편 등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로 내년도 서울시의 지방비 부담이 4041억원 증가하게 됐다"며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가 과도하게 증가해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 대책은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영유아 보육료 지원 사업의 경우 소득하위 70%에만 지급하던 0~2세 보육료를 소득수준과 관계 없이 5세 이하에 전액 지원키로 하면서 지자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이 2012년 4914억원, 2013년 1조2756억원으로 늘어났고 이 문제를 놓고서 여권과 서울시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성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은 "영유아보육사업은 그 성격이 저출산대책 마련을 위한 국책사업이며 보편적서비스인데 재원분담은 사회적안전망 개념의 분담구조를 갖고 있어 국가 부담률 보다 지역의 부담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상황이 이러다 보니 매년 지속되는 사업임에도 지역에서는 추경 편성을 통해 그때그때 해결하는 식으로 때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사업의 국고기준보조율은 서울시가 20%, 여타 지자체는 50%로 정부는 지난 9월 '중앙 지방간 기능 및 재원 조정 방안'에서 현행 비율을 10%p씩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지자체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논란을 크게 빚은 기초연금 도입이 내년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갈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밝힌 기초연금 예산은 2014년 7조원, 2015년에는 10조3000억원, 2017년에는 11조4000억원인데 현재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국고보조율(평균 75%)을 적용해도 지자체가 당장 내년에 마련해야 하는 추가 예산은 7000억원 이상이다.
김성주 연구원은 "이 사업은 지방비를 추가적으로 많은 규모 매칭해야 하는 사업인데 이번 기초연금법 제정안 발표과정에서 협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이런 재원분담체계의 미흡함이 중앙과 지방간에 상당히 큰 갈등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한 예산담당관은 "경기침체로 지방세 규모는 정체된 상황에서 그동안은 시가 갖고 있는 부동산을 내다팔아 대처했지만 보다 안정적인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의 역할과 재원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배인명 서울여대 교수(행정학)
전문가들은 국고기준보조율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지방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배인명 서울여대 교수(행정학)는 "지자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제도가 지금의 틀을 갖춘 게 1986년"이라며 "당시엔 복지사업이 예외적 지출로서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복지사업의 성격은 물론 규모가 달라졌기 때문에 예전 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고기준보조율을 상향조정할 경우 중앙정부의 타격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원 필요성이 낮은 국고보조사업은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적정한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희준 청주대 교수(행정학)는 "다양한 복지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보조율을 설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또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논의가 생산적으로 이어질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손 교수는 "복지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복지재정이 큰 규모냐 하면 그건 아니다"라면서 "논의가 복지를 어떻게 축소할 거냐는 식으로 흐르는 건 위험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어떻게 재편할 거냐는 데 초점이 맞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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