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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 '콘텐츠마켓'의 꿈 사라지나
2013-10-22 08:00:00 2013-10-22 08:00:00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카카오페이지가 만화나 판타지 장르소설 등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개편 이후 꾸준히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100만명의 파트너를 육성하는 콘텐츠마켓’을 표방했던 카카오페이지가 단순한 ‘전자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페이지 론칭 8개월 만에 ‘콘텐츠 마켓’에서 사실상 ‘전자책’으로 
 
21일 앱랭커에 따르면 지난 10월 첫째주 카카오페이지의 1일 접속자수(DAU)는 14만2000명 수준으로 카카오페이지 론칭 초기였던 지난 5월에 비해 약 14배 가량 접속자수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 9월 카카오페이지에 대대적인 개편을 실시한 영향이 크다.
 
카카오페이지 바로가기 섹션을 카카오톡 내에 도입하고, 카카오페이지 내부에 만화, 엔터테인먼트, 교육, 어학 등 카테고리를 늘리며 결제 방식도 좀더 편하게 바꿨다.
 
◇카카오페이지가 지난 9월 개편이후 가파르게 이용자수를 늘려가고 있다(사진제공=앱랭커)
 
또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한 강연에서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에 이른다고 밝힌 장르소설 ‘달빛조각사’ 등 당장 손님을 모을 수 있는 만화, 장르소설을 기존의 출판사들의 작품이 카카오페이지에 출시되면서 이용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만화나 장르소설 같은 기성제작콘텐츠(RMC) 들을 중심으로 일단 대중에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서비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는 성공하는 모습이다.
 
◇콘텐츠 창작자 ”기존의 전자책 시장 나눠먹기 수준”..불만
 
하지만 정작 카카오페이지 출시 초기 8000건에 이르던 방대한 콘텐츠를 제공했던 소규모 콘텐츠 제작사나 1인 콘텐츠창작자들은 카카오가 당장의 ‘수익’을 위해 기존에 추구했던 ‘가치’를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4월 카카오페이지 론칭 당시 꿈꿨던 다른 100만명의 파트너가 만드는 새로운 형태에 모바일콘텐츠 마켓을 포기하고, 장르소설이나 만화 중심의 ‘전자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서비스 시작초기 카카오페이지 홍보화면(좌)와 만화·장르 소설만 찾아 볼 수 있는 최근 카카오페이지의 순위화면(우) (사진출처= 카카오페이지)
 
한 소형 출판사 대표는 “초기에 카카오페이지용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포토 스튜디오를 제작하고 인력도 더 뽑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돈으로 남의 서비스 베타서비스를 해준 것 같다”며 "우리에게는 콘텐츠만 팔지말고 이용자와 소통하는 '서비스'를 구축하라고 하더니 정작 카카오는 돈되는 콘텐츠만 신경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중소 전자책 업체 대표는“서비스 시작 전 만났던 카카오 관계자는 장르소설이나 만화는 카카오가 생각하는 확장력을 지닌 콘텐츠가 아니라고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카카오가 나서서 그런 콘텐츠들을 찾고 있다고 들었다”며 “새로운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만들었던 ‘카카오 게임’과는 다르게 현재 카카오페이지를 보면 단순히 전자책 시장을 나눠먹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소설 등도 다른 콘텐츠공급자(CP)처럼 자발적으로 카카오페이지에 들어온 것으로 카카오가 일부 상업적 콘텐츠만 신경을 쓴다는 지적은 오해”라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로 인해 카카오페이지 자체가 활성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나서서 콘텐츠 창작자 육성해야
 
지난해 11월 카카오페이지가 처음 공개될 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3년 내에 수익을 내는 100만 파트너를 마련해 상생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며 "카카오가 모바일 빅뱅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방향성을 가지고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말한 것처럼 새로운 방향을 위해 출범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지는 현재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전자책 수준을 벗어나 ‘방향성’이 있는 유료 콘텐츠 마켓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카카오가 직접 콘텐츠를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가 직접 나서서 ‘카카오페이지’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콘텐츠를 공급할 파트너에게 투자하고, 카카오페이지 홍보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형서점의 전자책사업 담당자는 "문제는 결국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급되는 콘텐츠들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카카오 스스로 콘텐츠 창작자와 소통하면서 카카오페이지의 방향성에 맞는 질높은 콘텐츠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지금은 '카카오 게임'처럼 통로만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카카오페이지 파트너 간담회 자료. 당시 카카오는 개인·소규모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사진출처=관련업계)
 
반대로 최근 다음앱에서 유료화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중인 모바일 전용 콘텐츠 ‘스토리볼’의 경우, 다음(035720)은 스토리볼에 소개할 작가 50여명을 섭외한 뒤 약 3~4개월간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공동 준비기간을 거쳤다.
 
현재 스토리볼은 순접속자수(DAU) 50만명을 기록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인 다음과 작가의 협업구조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의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 공급자와 이용자가 좀 더 편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개편했으며, 서비스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100만명의 수익을 내는 파트너를 만들겠다는 초기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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