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주총 전자투표제, 비용·부정적 인식이 '걸림돌'
2013-10-21 17:37:14 2013-10-21 17:41:02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오는 2015년부터 섀도우보팅(Shadow Voting)이 폐지됨에 따라 의무화되는 전자투표제(K-eVote)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새도우보팅은 주주총회 정족수 미달시 참석하지 않은 주주 대신 투표권을 행사하는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이다.
  
◇3년된 전자투표제, 여전히 걸음마 수준
 
2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전자투표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은 외국주식예탁증서(KDR)로 가입된 5개사를 포함해 총 45개사 뿐이다.
 
이 중 일반회사는 중국기업인 차이나킹(900120)이 유일하고 꽃피는아침마을과 디에이치패션, 경기방송 등은 비상장기업이다.
 
상장사 중에는 36개사가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선박투자회사이며, 이중 KSF선박금융이 총 19개로 가장 많다.
 
그나마 올 들어서는 단 한곳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투표제 업무프로세스>
(자료제공=한국예탁결제원)
 
지난 2010년 8월 처음 도입됐던 전자투표는 소액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들이 시·공간적 제약없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해 주주총회 활성화와 주주권리 보호나 편의를 돕겠다는 측면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전자투표제는 도입을 위해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적지않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때문에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은 전자투표제를 대신할 수 있는 섀보우보팅을 통해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고 굳이 전자투표제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
 
◇섀도우보팅, 기업부실 숨기는 데 악용돼
 
지난 1991년 도입된 섀도우보팅은 예탁원에 신청해 회사의 주주가 주총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에도,주주들이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른 주주의 투표비율과 같이 의안결의와 정족수를 정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전자투표제의 시스템을 마련하기보다 신청을 통해 손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섀도우보팅에 눈을 돌려왔다.
 
여기에 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운 소액주주나 주총에 관심없는 주주들의 불참으로 인해 의안결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에 편리한 섀도우보팅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일부 기업들이 경영부실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실제 최근 5년간 섀도우보팅을 활용한 상위기업 3곳 중 2곳이 상장 폐지를 당했거나 거래정지 당하면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함영대 예탁원 전자투표팀장은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활동 투명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전자투표제는 긍정적"이라며 "기업들은 일정부분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예탁원의 전자투표제를 활용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관을 통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제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않은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제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꾸준한 제도 설명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무화 앞둔 전자투표제, 갈길 멀어
 
업계에서는 전자투표제의 의무화를 놓고 여전이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기업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통해 업무상 절차가 간편해지고, 소액주주의 발언권이 강화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면을 기대했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분산된 비용에 대한 절감효과와 업무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 관계자들은 전자투표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기업 재무담당자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태여서 전자투표제 시스템 마련에도 회사내외부에서 정착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소액주주가 많은 회사의 경우, 모든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장시간이 소요되면 빠른 기업의 경영활동 측면에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주주를 다 커버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면 따로 주주총회를 개최할 의미가 없어져 실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회사가 적용하는데 오히려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주주총회 한번에 최대 500만원 정도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한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제도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해도 시스템 개편이나 제도 이용에 드는 비용은 현 상황에서 엄청난 부담"이라며 "무리한 의무화 도입보다 기업 스스로 적용에 나설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나 도입기업에 대한 세재혜택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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