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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중 구타로 사망, 軍 '은폐'..45년만에 억대 배상"
고법 "진실규명 노력 없었다" 1심 뒤집고 승소 판결
2013-10-17 06:00:00 2013-10-17 06:00:00
◇서울고법·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예비군 훈련을 받던 중 상급자의 폭행으로 숨진 남성의 사망 원인을 복막염으로 은폐한 군 당국에 대해 유족에게 억대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김용빈)는 예비군 훈련중 훈련 교관의 '구둣발 폭행'으로 숨진 최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과 달리 "국가가 1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가 예비군 훈련 교관으로부터 가슴과 배 부위를 폭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목격자의 진술 등에 비춰볼 때, 최씨의 사망 원인은 '복막염'이 아니라 폭행으로 인한 급성 출혈성 췌장염"이라며 "이와 같이 군대의 상급자가 하급자를 훈계하다가 도를 넘는 폭행을 행사해 사망을 야기한 경우, 국가는 유족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예비군 훈련중 최씨가 상급자의 폭행 탓에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사고 경위나 죽음에 이른 경위에 관해 어떠한 수사나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국가측 주장에 대해 "사망 당시 군 당국은 유족들에게 최씨가 단순히 훈련 도중 배가 아파 급성 복막염으로 사망했다는 취지로 통보했을 뿐"이라며 "또 가해자를 조사해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는 커녕 수사나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폭행 흔적이 남아 있을 최씨의 사체를 화장처리 하고 유족에게 단순히 병사인 것처럼 알려줘, 유족들의 권리 행사를 불가능하게 했으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해서는 "군 당국이 사망 원인을 유족들에게 숨겨 최씨의 죽음에 관해 의문을 가진 유족들의 심적 고통이 컸을 것으로 보이고, 최씨의 사망이 순직으로 처리되지 않아 군사원보호법상 유족 혜택을 받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훈련교관이 최씨를 폭행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말한 목격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병상일지에 '공복시 동통을 호소한 병력이 있다"며 "군 당국이 사망원인을 은폐, 병사로 구분해 처리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은 "'동통을 호소한 병력' 만으로는 아무런 외부적 충격 없이도 급성췌장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병력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1968년 6월15일 예비군 훈련에 소집된 최씨(당시 25세)는 훈련 기간인 17일 오후 9시경 응급후송돼 심한 통증을 호소하다가 다음날 '급성 출혈성 췌장염'으로 사망했다. 군 당국은 유족에게 "복막염으로 사망했다"고 통보하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 시신을 화장했다.
 
그로부터 40여년 후 최씨의 동생은 '최씨가 훈련 도중 구둣발로 배가 차여 쓰러져 죽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망 원인을 조사해 달라'는 취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
 
약 1년에 걸쳐 최씨 사건을 조사한 권익위는 '훈련 중 교관으로부터 훈계를 받던 중 폭행 당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고, 육군 참모총장에게 순직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육군측은 최씨의 사망원인 조사를 실시해 2010년 '병사'를 '순직'으로 인정했으며, 최씨의 유족들은 "상관의 폭행으로 사망한 사실을 은폐했다"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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