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으로 완성된 ‘상법’…재계, 경영권 방어 ‘사활’
강력한 주주환원책 ‘3차 상법’ 국회 통과
지배구조 개선 겨냥하는 행동주의 펀드
“이제는 한국식 K-지배구조를 논의할때”
2026-02-25 17:04:38 2026-02-25 17:48:45
[뉴스토마토 배덕훈·백아란 기자]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25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1, 2차 개정에 이어 이번 3차 개정까지 정부·여당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상법 3종 세트의 마지막 퍼즐이 끼워졌습니다. 3차례의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사상 첫 코스피 6000’ 시대에 진입하는 등 주가 상승에 탄력을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긴장의 분위기도 읽힙니다. 경영권 방어 수단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를 겨냥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목적을 어느정도 달성한 만큼, 이제는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 등 선진화된 K-지배구조를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개정안에는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로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 받는 경우는 예외로 두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다만,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의 소각 의무화를 예외로 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은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꼽힙니다. 기업들이 그동안 경영권 방어를 위해 취득했던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증시에서 유통되는 총 주식 수가 줄어들어 기존 주주들이 가진 주식 가치(EPS·주당 순이익)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여당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또한 기업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방어 또는 승계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도 담겼습니다.
 
완성된 상법 3종 세트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정부·여당이 역점 추진한 상법 3종 세트도 완성됐습니다. 윤석열정부 당시 국회 가결에도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개정안이 되살아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완결성을 띄게 된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 73일 국회를 통과한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후 한 달여 뒤인 825일에는 2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000을 돌파해 거래를 마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은 주주가치 제고를 핵심 목적으로 국내 증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스피 5000을 넘어 6000 시대에 진입한 주요 요인으로 상법 개정을 꼽는 시각도 많습니다. 여기에 이날 3차 상법 개정까지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향후 증시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지금까지 자본시장은 개인주주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보고 의결권도 별로 없는 등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은 이를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드는 등 기본적인 그라운드 룰을 정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영권 방어고민 깊어지는 재계
 
반면 재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인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게 되면 대체 가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다, 기업 경영을 겨냥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에서는 먼저 한번 시행해 보고 불합리한 것들이 있으면 고쳐보자는 생각으로 밀어붙인 것 같은데 너무 강제 사항이 많은 것이 걱정된다면서 금융자본의 경영권 획책 같은 것들이 심해질 확률도 크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생기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배당 확대 수준에 머물렀던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 사항은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경영진 보수 체계 개편,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기업 경영의 핵심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재계에선 경영권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소수주주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근심만 커지는 모습입니다.
 
다음달 31일 열리는 LG화학 주총에서는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펠리서캐피탈이 권고적 주주제안의 도입’, ‘선임독립이사 선임을 부의안건으로 올렸습니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주가 이사회에 안건을 권고하는 형태로 의견을 공식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이번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가결될 경우 펠릭서가 제안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확대 및 자기주식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보강안도 추가 상정되게 됩니다. LG화학은 이사회 차원에서 의결권 대리 행사와 반대를 권고하며 방어전에 나선 상황입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해 주총은 예년과 달리 개정 상법의 취지와 이사회 책임 강화에 대한 첫 번째 시험을 치르는 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 대표는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가 바뀌는 부분들에 대해 기업들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선임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집중투표제 등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기업들의 선제적 방어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필요성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 기반을 마련한 만큼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국 실정에 맞는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다국적 자본들이 경영권 취약 부분을 찾아낼 확률이 높기에 이에 대해 진짜 심도 높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며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이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 한국 실정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박 대표 역시 경영자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이제는 만들 필요가 있다한국의 산업 구조는 일본, 미국식이고 법은 미국의 상법을 따르고 있는데, 그동안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이제는 ‘K-지배구조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백아란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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