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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 인사 못푸는 기재부..`지원근무 명령` 속앓이
2013-08-01 08:15:00 2013-08-01 08:15: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최근 들어 기획재정부에 이상한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국장 밑에서 일하는 또 다른 국장들이 무더기로 생겨났고, 직제에도 없는 팀장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진=기획재정부)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지난달 9일자로 고위공무원 5명, 부이사관 7명, 서기관 1명을 각각 기획재정부 지원근무를 명하는 인사발령을 내렸다.
 
◇국장급 지원근무자 "딱히 할 일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파견됐던 최대용 국장과 국고국장에서 물러났던 신형철 국장은 기획조정실 지원근무를, 미래기획위원회에 파견됐던 이국형 국장은 예산실 지원근무를 하도록 인사가 났으며, 1급 상당 고위직인 미래기획위원회 단장으로 보임됐던 황문연 국장은 대외경제국 지원근무를 명받았다.
 
안세준, 이호승, 서철환, 안내형, 이준균, 김선병, 이재선 등 해외교육이나 파견근무 등에서 올초 복귀한 부이사관들도 과장이나 다른 직위가 아니라 종전 근무지였던 실·국별 지원근무를 하라는 인사조치가 내려졌다.
 
이들 상당수는 겉으로는 지원근무를 명받았지만 실제 해당 실국에서 하는 역할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이들을 위해 해당 실·국에 책상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집 근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거나 세종청사 한 귀퉁이에 실·국 구분도 없이, 부하직원도 없이 공용 책상만 마련돼 있다.
 
집 근처 스마트워크센터로 가끔 출퇴근 한다는 한 국장급은 "말이 지원근무이지 그냥 본부대기 발령"이라면서 "세종시에는 잘 가지 않는다. 딱히 뭐 하는 일은 없고, 무작정 다음 인사가 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장급에서도 이상한 인사가 속출했다.
 
지난 6월10일자 기재부 인사를 보면 부처 조직도에 없는 팀장급 보직인사가 무더기로 단행됐다.
 
◇조직도에 없는 팀장인사..심각한 인사적체
 
세제실에는 조세특례평가팀장과 조세개혁팀장이 생겨났고, 다른 실·국에도 서비스정책지원팀장, G20지원1팀장, G20지원2팀장, 공공기관개혁추진1팀장, 공공기관개혁추진2팀장, 국가계약개선팀장, 재정제도개혁1팀장, 재정제도개혁2팀장, 북방팀장 등 16명의 팀장급이 새로 보직을 받았다.
 
이들 팀장은 대부분 기존 기재부 직제에 없는 팀장이며, 팀원 1명도 없이 이번 인사를 통해 그냥 팀장 자리만 생겨났다. 해당 보직의 필요성도 딱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세특례평가팀장의 경우 임명된지 한 달 보름여 만인 지난달 29일 국무조정실 국정운영과장으로 파견됐지만 후임인사는 없는 상황이다.
 
해당 세제실 관계자는 "조세특례평가팀장은 임시로 마련된 자리로 후임을 구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면서 "그 자리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원근무나 팀장역할을 하지않으면서도 본부대기상태로 월급만 받거나 책상만 차지하고 있는 국·과장급 무보직 공무원들은 심각한 '인사적체' 때문에 생겨났다.
 
기재부의 경우 올초 정부조직개편이 늦어지고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현오석 부총리의 인사청문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서 조직 정기인사 전체가 사실상 멈췄다.
 
현 부총리 부임 이후 실·국장급 일부 인사와 과장급 인사가 진행됐지만 새 정부 첫해 새로 부임한 장관이 단행하는 첫 인사치고는 대단히 적은 규모였다.
 
◇'그 자리에서 1년 더`.."하루하루가 초조하다"
 
과장급의 경우 실 역사상 첫 여성과장을 배출한 예산실을 제외하고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나 물갈이 없이 상당수 과장들이 '그 자리에서 1년 더'를 명 받았다.
 
이러다 보니 외부로 파견을 갔거나 교육을 갔다가 복귀해야할 국·과장급들이 갈 곳을 잃었고, 이들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무보직 지원근무였다.
 
기재부 인사과 관계자는 무보직 지원근무자들과 관련해 "인사적체 때문에 올해 특히 대기인력이 많다"면서 "대기중인 인력들을 놀리는 것보다는 전문분야에서 지원형식으로 일을 할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부처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법률상 부처 내에서 대기인력을 지원근무 형식으로 인사조치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팀장들은 정식 직제에는 없는 인력들로 부처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보직으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급여만 챙긴다고 해서 이들이 마음 편히 있는 것만도 아니다.
 
상당수 무보직 국·과장들이 후속인사가 없으면서 자리 보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원근무를 배정받은 한 부이사관은 "간부 경력을 쌓아야 하는 기간인데 하루하루 그냥 시간만 가고 있어서 사실 초조하다"면서 "인사가 언제 날지도 알수 없다.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장급 대기인력의 경우 공공기관장 인사라도 노려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가장 최근에 결정된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경우 낙하산을 배제한다는 차원에서 내부승진자로 결정됐고, 이런 분위기는 모피아 낙하산 논란을 빚고 있는 기재부 산하기관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국장급 대기인력은 최근 여신금융협회장 등 기관장 인사에 하마평이 돌았지만, 아예 지원을 하지도 못했거나 발탁되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사적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새정부 출범할 때 정리가 되지 못하고 정체되다 보니 더 심각해졌다"면서 "당분간은 대기인력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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