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을 구하고자 지원책을 마련한 미 정부가 구체책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2단계 구제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금융위기가 당초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은 미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부실자산을 없애는 계획을 포함한 2단계 구제책의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관계자들은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와 협의를 통해 미 은행들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부실 투자와 대출을 사들이는 정부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또한, 은행들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들 자산에 대해 대규모로 추가 보증을 하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미 정부가 이같이 2단계 구제계획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금융권의 부실이 당초 정부의 구제책으로는 감당 되지 않을 정도로 확산하는데 따른 것으로 은행들은 위기를 초래했던 부동산 관련 투자뿐 아니라 이제 신용카드나 자동차 관련 대출을 비롯한 소비자 대출 부실로 시달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작년 4분기에 부실자산 상각 등으로 82억9천만달러의 순손실을 내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4분기에 18억달러의 손실로 17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내면서 정부로부터 200억달러의 자금을 추가 지원받기로 하는 등 금융기관의 부실 확산과 추가 자금 필요성에 대한 우려는 다시 커지고 있다.
결국, 정부가 지원한 돈은 금융기관 보유 자산의 가치 하락 속에 이미 거의 사라져버리고 다시 지원금이 필요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이 된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신용위기 이후 1조달러에 달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2조달러로 커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부실 확산의 우려는 시중 자금이 은행에 투자되지 않게 하는 한편 금융기관도 대출에 나서지 않도록 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새로운 계획은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에 되돌아오게 하는 것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FDIC의 셰일라 베어 총재는 "이 모든 구상은 궁극적으로 대출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들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을 위해 마련됐던 7천억달러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은 위기 해결에 시간이 걸리고 실행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 때문에 금융기관에 직접 자본 투자를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일단 금융기관의 몰락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은행들이 다시 대출에 나서도록 하는 데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는 것에 다시 나서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부실자산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해 금융권의 부실자산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한편, WSJ는 영국도 이른바 금융권의 부실자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배드 뱅크'를 설립하는 것을 포함한 새로운 금융 구제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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