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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수장학회 보도 한겨레 기자에 징역 1년 구형
2013-07-02 14:11:15 2013-07-02 14:14:24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사건을 보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최 기자는 최후 진술에서 재판부에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3인의 비공개 대화를 녹음한 것은 명백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라며 최 기자에 대해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상당성, 공개 이익의 초과, 긴급한 목적의 경우에만 보도 행위의 정당함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3인의 대화를 직접 녹음해 진술을 풀어서 보도한 것으로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기자는 "검찰은 제 보도행위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보고 저를 기소한 반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수장학회 처분 방안을 극비리에 진행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는 무혐의 처분한 게 검찰의 초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이는 도둑을 잡으려는 신고자를 처벌하는 꼴"이라며 "이 사건으로 법정에 나올 때마다 무엇이 정의인지, 대한민국에서 언론 자유의 가치가 숨쉴 곳은 어딘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아버지 박정희가 1962년 빼앗은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 의지를 밝히라 요구한 것"으로 "이는 특정 대선후보의 흠집내기가 아닌 헌정 중단 기간에 권력이 빼앗은 민간인의 재산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기자는 "대화록에서 최 이사장은 부산일보를 민주당 기관지로 언급하며 매각하겠다고 말하고, MBC의 특정 보도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며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은 언론을 바로세워 한국 현대사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소 당시 한국저널리스트클럽이 낸 성명을 내용 중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실보도를 안하면 저널리스트 자격없다'는 부분을 언급하며 "언론은 알권리를 보장하고, 언론에 주어진 의무를 외면한다면 언론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주장대로 전화를 끊고 수화기 넘어 어두운 진실에 눈감았다면 누가 나를 기자라 했겠는가.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최 기자의 변호인 측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MBC 사장의 대리인과 함께 방송문화진흥회의 동의 없이 정수장학회 지분 30%를 처분해 권력에 주려고 논의한 것은 삼척동자가 봐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일"이라며 "사회적 논의없이 방문진 모르게 추진한 정치적 의도를 취재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이사장 등은 대화가 이뤄진 시점에서 열흘 뒤인 2012년 10월19일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발표할 예정이었다"며 "이 기간 동안 지분을 처리하는 건 불가능했고, 그럼에도 지분 매각 방침을 발표하자고 논의한 것은 이를 대선에 이용하려는 목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는 기자의 의무로서 보도하지 않았더라면 기자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검찰의 기소는 헌법질서를 훼손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으며, 공영방송의 유지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자신들도 공개하려고 했던 것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건 헌법질서를 후퇴시키는 기소 남용"이라며 "정권이 바뀌고, 현재 대통령과 관련 있는 사안이라 기소된 사안으로 세월이 지나면 부끄러운 공소권 남용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기자의 선고공판은 다음달 20일 오후2시에 열린다.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10월 13일자 신문 1면에 '최필립의 비밀회동', 10월15일자 신문 1면에 'MBC 이진숙 "정치적 임책트 굉장히 큰사안" 정수장학회 최필립 "대선앞 잔꾀란 말 나올 것"'이란 제하의 최 기자 기명 기사를 각각 실었다.
 
검찰 수사결과 최 기자는 10월8일 최 이사장과 통화를 하다가 이 본부장과 이성욱 MBC 전략기획부장의 대화를 녹음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최 이사장은 최 기자와 통화를 하다가 이 본부장과 이 부장이 자신을 찾아오자 최 기자와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탁자 위에 놓아둔 채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이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치 않아 휴대폰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MBC 관계자들과 대화를 시작했고, 최 기자는 자신의 휴대폰 녹음 기능을 이용해 3인의 대화 내용을 약 1시간 동안 청취하고 녹음했다.
 
최 기자는 이들의 대화내용을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재원 등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13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보도했고, MBC는 최 기자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직접 청취하고 녹음한 후 기사화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최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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