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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3개구단 현·실·분·석)③SK, 'SUPEX'와 반대 행보 중
2013-06-26 17:22:54 2013-06-26 18:29:14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SK의 그룹 이념이자 경영의 개념은 '수펙스(SUPEX)다.
 
SK그룹을 실질적으로 성장시킨 고 최종현 회장이 주창한 수펙스는 'Super Excellent'의 약자로 SK그룹은 이를 '인간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뛰어난(Excellent) 경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목표를 훨씬 높게(Super Excellent)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그룹의 야구단인 SK 와이번스는 꽤 동떨어진 행보를 나타낸다. 스포츠 구단 특성상 순위를 오르내릴 수 있겠지만, 지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7년 연속 진출을 앞두고 7위로 급격히 내려왔다. 5월 29일 처음 7위 자리에 내려온 후 순위는 바뀔줄 모른다.
 
'신흥 명문구단'으로 2000년대 후반을 주릅잡던 SK가 창단 초창기보다 못한 하위권에 추락한 모습이다. 
 
◇낯설은 하위권…창단 초기 이후 가장 나쁜 성적 
 
25일 현재 SK의 승률은 4할5푼8리(27승1무32패)다. 창단 이듬해인 2001년 당시 성적과 동일하다. 이는 팀 창단 원년인 2000년 당시의 3할3푼8리(44승3무86패) 다음으로 가장 나쁜 성적이다.
 
SK는 LG와의 2연전을 모조리 패하면서 올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SK는 단 한 번도 5위보다 좋은 순위에 등재된 적이 없다. 4월10일, 5월7~11일, 5월15~22일에 5위를 했을 뿐 다른 날은 6위 이하에 머물렀다. 적어도 올시즌만 본다면 SK는 하위권 구단이다.
 
현재 5위인 롯데와의 경기차는 5.5게임이다.
 
롯데와의 격차는 뚜렷한 상승세에 있는 막내팀 NC와의 격차(4.5게임)보다 크다. SK가 하위권 팀이 명백한 이유다.
 
세부 데이터를 봐도 이제 SK는 하위권이 맞다. ▲팀 평균자책점 4위(4.30) ▲팀 피안타 2위(516) ▲팀 피홈런 6위(40) ▲팀 타율 8위(2할6푼1리) ▲팀 득점 8위(264) ▲팀 안타 9위(523) ▲팀 홈런 1위(52) ▲팀 루타 7위(782) ▲팀 타점 8위(251) ▲팀 도루 6위(63) 등 홈런을 비롯한 일부 양호한 수치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 데이터는 SK가 하위권 팀이란 점을 보여준다. 
 
다른 팀이 전반기를 잘 정리하고 후반기를 준비하지만 SK는 하위권 탈출을 우선 신경써야할 처지에 놓였다. '화무십일홍'이다.
 
◇최정 빼고는 여기저기 삐걱대는 선수단
 
SK의 문제는 최정 외에는 믿을만한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최정은 올시즌 SK그룹의 '수펙스'에 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25일까지 최정은 올시즌 57경기에 나와 타율 3할3푼8리, 68안타(16홈런), 8도루, 48타점, 44득점의 성적표를 받고 있다. 장타율(0.637), 출루율(0.459), OPS(1.096), 득점권타율(0.379)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율 1위, 안타 5위, 홈런 1위, 타점 3위, 득점 3위, 장타율 1위, 출루율 1위 등 최정은 '최정의 전매특허'로 불리는 몸에 맞는 볼 외에도 꽤 많은 타자 통계의 상위 선수로 랭크돼 있다.
 
하지만 최정 외에는 시원치않다. 홈런이 많긴 하지만 안타가 가장 적고 덕분에 타점과 득점 분야가 모조리 8위다.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최정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수의 평균자책점 수치는 세든과 레이예스가 안타를 적게 내줘 높지 않다. 하지만 두선수를 빼고 계산할 경우 수치는 치솟는다.
 
신예와 고참들의 엇박자 행보도 한몫 한다. 시즌 초반에 한동민과 이명기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팬들은 설레기도 했지만,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반면 최근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힘이 빠지거나 심지어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묘하게 시기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이만수 감독 취임 이후로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SK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다. 투타 엇박자, 신구 부조화, 불안한 불펜, 어설픈 수비 등 한꺼번에 너무 부정적으로 바뀐 SK의 야구스타일 비판 일색이다. 
 
 
◇6월25일 현재 SK 와이번스의 상대 전적.
 
◇꼴찌 한화에게만 절대 우세
 
SK가 절대 우세한 팀은 한 팀에 불과하다. 누구나 예상하듯 한화다. SK는 한화를 만나 9차례 겨뤄 6승1무2패를 기록했다.
 
가장 마지막 경기인 지난 9일 경기는 SK의 선발 세든이 7이닝 4안타 무실점 호투로 시즌 7승 째를 노렸지만, 불펜진이 잇따라 점수를 내주면서 8-4로 졌다. 0-4로 지던 한화는 SK의 불펜을 만나 4-4로 만들었고, 연장 11회에 가서 8-4로 역전극을 이뤄냈다. SK의 걱정인 불펜진 문제가 제대로 터진 경기였다.
 
한화 외에는 두산에 앞선다. SK는 두산에 5승4패 근소한 차로 앞선다. 1~2위를 다두던 두 구단이 6~7위를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SK가 올해 처음 1군에 오른 NC에 계속 루징시리즈(3연전 중 2패 이상)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배의 패턴은 항상 같다. 3연전 중 첫 경기를 승리한 후 두 경기는 연달아 패하는 것이다. 지난 3회의 3연전 모두 다 동일했다.
 
SK는 NC에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을 처음 내준 팀이다. SK와 두산이 1~2위를 겨루던 지난 시절 SK의 수석코치이던 이만수 현 감독과 두산의 감독이던 김경문 현 NC 감독의 두뇌 싸움은 현재 김 감독이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시 삼미·청보 시절로 되돌아가나?
 
인천 야구팬들에게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는 추억의 이름이자 아픔의 기억이다.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야구단이었지만 낮은 기량으로 언제나 하위권을 지켰기 때문이다.
 
상당수 SK 팬들은 60경기를 치른 25일 현재 최하위권 버금가는(한화로 인해 최하위 팀이 되기는 어렵지만) 팀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우려한다.
 
온갖 수치도 부정적 사인을 보내고 있고, 베테랑이 복귀한 이후에도 나쁜 성적은 여전하다. 모창민, 송은범, 이승호, 이진영, 이호준, 정대현(가나다순) 등 SK의 황금기인 지난 2007~2011시즌을 함께 지내왔던 선수 다수는 자의나 타의로 구단을 떠났다. 팬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찬스에 터지지 않는 방망이, 상대에 기회를 주는 실책, 외국인 선수가 아니면 흔들리는 마운드, 적시에 최선의 작전을 내지 못하는 벤치, SK는 점점 암울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올시즌 후반기, 과거 도원구장에서 보던 씁쓸한 표정이 재현될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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