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으로 가나
2009-01-14 18:32:09 2009-01-14 18:32:09
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미국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번 재협상 요구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정부가 한미 FTA에 손을 댈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 힐러리 "오바마 한미 FTA 반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14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 자료에서 한미 FTA 재협상 필요성을 지적했다.
   
힐러리는 "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가 협상했던 한미 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 입장"이라며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공정한 무역조건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고 쇠고기 수출에서도 우려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는 이대로 협정을 비준하면 한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해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지렛대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강조하고 한국이 재협상할 뜻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이 문제를 신중하게 살펴본다면 한미 FTA가 좋은 협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그러나 그동안 선거운동 차원으로 여겨졌던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제기됐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車.쇠고기.개성공단 거론
   
일단 미국이 최 우선적으로 요구할 재협상 대상은 자동차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측 일각에서는 한국산 자동차가 연간 70만대 이상 미국에서 팔리는데  미국산은 한국에서 5000대 밖에 팔리지 않으므로 '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면 우리측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70만대에는 현대차 등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수가 포함된 반면 한국에서 팔리는 5000대에는 GM의 자회사인 GM대우의 생산량이 빠져 있다며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협정문에서 한국은 8%인 자동차 관세를 발효 즉시 모두 철폐하고 미국산 차의 주종인 고배기량 차에 부담이 큰 자동차세와 개별소비세를 개편하는 등 미국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해 딱히 수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쇠고기, 쌀, 개성공단 등도 재협상 논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는 최근 배포한 '제111회 미 의회의 통상관련 이슈'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미 FTA에서 논란이 된 자동차 뿐 아니라 FTA와는 별개로 거론돼 온 쇠고기, FTA 협상에서 제외됐던 쌀, 일단락된 것으로 평가돼 왔던 개성공단 문제 등 4가지를 한미 FTA 심의 4대 쟁점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금지하면서 2004∼2007년 37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쌀은 FTA 협상에서 시장개방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성공단을 FTA의 영역에 추가하기 위한 어떠한 결정도 의회를 동의를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 협정문 손댈 수 있나
   
힐러리 미 국무장관 후보자와 같은 책임있는 인사가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한미 FTA가 어떤 식으로든 수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미 행정부가 경기 침체로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수백만 명의 고용이 달린 자국 자동차 산업을 외면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물론 재협상이 실제 이뤄질 경우 미국은 국제사회의 신뢰 손상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되지만 당장 자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국제사회의 신뢰라는 가치보다는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이후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형식상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 협상에서도 알 수 있듯 기존에 서명된 협정문을 그대로 놔두고 양측의 추가 합의내용을 담은 서한을 덧붙이는 형태로 얼마든지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 측도 농산물 개방, 투자자 정부 소송제, 자동차 협정위반시 관세를 원상회복하는 '스냅백' 조항 등 우리 쪽에 불리한 분야나 제도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본부장 등 외교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한미 FTA는 협정 내용이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타결.서명된 것"이라며 "특정분야로 인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에도 문제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현실적으로 재협상이 성사되기 쉽지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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