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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中-EU 고래싸움이 기회?..새우등 터질수 있다!
2013-06-11 15:24:01 2013-06-11 15:27:0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화가 태양광 산업을 둘러싸고 중국과 유럽(EU)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양측의 갈등을 십분 활용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세계 최대시장인 유럽은 한화큐셀의 브랜드파워를 앞세우는 한편 유럽 외 신흥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화솔라원을 내세우는 이원화 전략으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고래들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기는커녕 되레 커질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 지속과 중국 업체들의 수출 다변화 전략으로 자칫 새우 등이 터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이 같은 주장은 시장 현실적 측면에서 근거가 명학해 점점 설득력을 얻는 추세다.
 
한화는 최근 EU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11.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2개월 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평균 47.6%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한화솔라원은 중국 현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반면 유럽 기반의 한화큐셀은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11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화의 이날 입장 표명은 반덤핑 판정이 난 지 일주일여 만에 이뤄졌다. 태양광 사업이 중국과 EU의 첨예한 무역 갈등에 휩싸여 향후 실적 개선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긍정적 전망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매출 구성이 다변화된 포트폴리오와 태양광 업계 내 변화된 역학관계 등이 무역 마찰에 따른 역풍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실제 한화솔라원은 대(對)유럽 의존도가 높다고 진단하고, 지난해부터 수출 다각화를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1분기 52%에서 올해 1분기 22% 수준으로 절반 이상 낮춘 상태다.
 
대신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1분기 일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중이 각각 33%, 21%를 차지하는 등 유럽 외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 측은 태양광 업계 내 구조조정에 따른 변화된 역학관계도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에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유럽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에 지쳐왔던 한화이기에 이는 호재로 작용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화큐셀이 태양광 업계의 삼성전자로 통하는 만큼 가격 대신 브랜드 경쟁으로 방향이 전환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유럽 내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보쉬는 사업 철수를, 솔라월드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위상이 땅에 떨어진 점도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한화솔라원은 EU의 판정으로 향후 중국 내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에서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반덤핑 판정으로 중국 내에서 유럽 기업에 대한 정서가 악화되면서 한화솔라원의 기회 공간은 열렸다는 주장이다.
 
결국 한화솔라원은 유럽의 수출길은 막히겠지만 중국 내에서 일정 부분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역으로 한화큐셀은 유럽 시장 점유율이 확대돼 EU의 반덤핑 판정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원화 전략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거세다. 태양광 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구조조정이 일단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최대시장인 유럽은 여전히 재정위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실제 루마니아, 스페인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경기침체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재정부담을 필요로 하는 태양광 사업 역시 매출 개선의 동인을 쉽게 마련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일부 중국 기업들이 유럽 태양광 시장의 성장 정체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미국과 일본으로 눈을 돌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충분하다.
 
중국 내 업계 4위인 트리나의 경우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유럽지역의 비중을 지난해 1분기 20%까지 낮추는 등 시장 다변화 전략을 취하며 변화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의 르네솔라와 케네디언솔라는 각각 일본과 북미 진출에 적극 나서는 한편 태양광 셀과 모듈을 제조하는 차이나써너지는 터키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며 무역분쟁의 역풍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생산거점을 유럽과 중국으로 이원화하며 위험을 분산하긴 했지만, 중국 기업의 거센 도전은 여전히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연 평균 18%의 성장세가 전망되는 미국에서 올 1분기 판매 비중이 9%에 그친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큐셀과 솔라원을 통해 이원화 전략을 펼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생산거점이 무역 분쟁 지역 내 위치해 있는 만큼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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