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윤창중 범죄인 인도 요구할 가능성 커져
'징역 3년' 도피성 사법방해 해석 유력..인도 대상 해당
'경미한 성추행'에 이어 호텔서 '알몸'상태 성폭행 시도 의혹 불거져
2013-05-15 15:57:26 2013-05-15 16:00:1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성범죄를 저지른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요구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 내용, 미국에서의 사건 정황 등이 새로이 밝혀지면서다.
 
특히 성범죄 사건 발생 이후 윤 전 대변인이 급거 귀국한 것이 도피성 귀국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면서, 그간 논란이 되었던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의 정도'와는 별도로 사법방해죄 성립만으로도 미국 수사기관이 우리 정부에 윤 전 대변인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윤 전 대변인의 미국 인도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나온 것은 초점이 성추행 정도가 경미(Misdemeanor sexual abuse, 경죄 성추행)하다는 점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미 연방형사법이 적용되는 워싱턴DC에서는 '경죄 성추행'의 경우 '180일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정도의 양형이면 범죄인인도 대상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상 인도대상 범죄는 양국 법률에 의해 1년 이상의 자유형(금고 또는 징역)에 해당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이 워싱턴DC 수사기관의 체포나 미국 내 억류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미국 순방 중 인턴여성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사진=곽보연 기자)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귀국이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청와대를 끌어들임으로써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윤 전 대변인을 도피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왔다. 
 
더욱이 윤 전 대변인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외부와의 접촉을 거의 끊은 채 극소수 지인을 통해 여론 동향을 묻거나 일부 기자들을 상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성 귀국 의혹..사법방해죄 성립 가능성 커
 
윤 전 대변인의 이같은 행동이 결국 미국 수사기관의 체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미국변호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범죄인 본인이 수사기관의 체포나 기소를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경우 미국법은 사법방해죄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워싱턴DC에서 사법방해죄는 3년 이상 30년 미만의 징역형 또는 1만달러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가장 적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형이 3년이므로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됨은 물론이다.
 
미국에서의 사법방해죄는 우리 형법상 범인 본인이 도주하는 '도주죄'와 범인의 체포를 면하게 하거나 기소되지 않게 숨겨주는 '범인은닉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미국 경찰의 수사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귀국지시를 했다면 이 수석 역시 사법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같은 지시가 청와대에서 조직적인 보고체계를 통해 내려왔다면 미국 수사기관은 청와대 관련자들을 상대로도 사법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물론, 이 수석에 대해서는 사법방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미국변호사와 미국법학자들을 비롯한 법률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무엇보다도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시기가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한지 하루가 지난 시점으로, 체계적인 보고나 처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수석이 귀국지시를 했더라도 수사방해라기보다는 외교 순방중인 공무원으로서 사태수습 차원의 판단으로, 고의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범행 죄질도 무거워질 듯
 
윤 전 대변인에게 사법방해죄를 적용하지 않고 '성추행' 건만 보더라도 범죄인인도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최초 경미한 정도의 성추행이었지만, 최근에는 오전 6시쯤 피해 여성인 인턴 A씨(21)에게 전화해 욕설을 하면서 자기 방으로 불렀고 A씨가 방에 도착하자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워싱턴DC에서는 '상당한 힘이나 위협을 사용한 성적접촉' 시도로 5개 급 중 3급 정도의 중한 성범죄로 보고 있어 범죄인인도대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3급 정도의 성범죄는 징역 10년이하 또는 벌금 10만달러의 형이 선고된다.
 
최근 미국에서의 수사가 경찰의 단독수사에서 연방검찰의 지휘를 받게 된 것도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한 미국변호사는 "연방검찰의 지휘가 시작됐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중해졌음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며 "수사에 의미가 있는 진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법연수원 수료후 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도 "경찰이 수사하다가 검찰이 나섰다는 것은 사안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기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美 연방검사가 직접 사건 지휘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워싱턴DC 경찰 대변인도 언론을 통해 "수사에 따라 범죄 성질이 중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밝혀 최초 알려진 정도의 범죄보다 더 커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이에 대해서는 수사 진전에 대한 의미보다는 한-미 두 나라의 외교적 여건을 염두에 둔 정책적 고려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법과 미국 형사절차에 정통한 한 국제대학원 교수는 "연방검찰이 수사를 지휘하기 시작한 것이 반드시 기소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그보다는 한국 정부와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외교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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