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정유업계의 신사업인 윤활유와 석유화학 분야가 엇갈린 성과를 내고 있다.
2011년 3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윤활유 사업은 최근 글로벌 경기불황과 중국 수요 급감으로 지난 1분기 정유사별로 영업이익률이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파라자일렌(PX)을 중심으로 한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은 10년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에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면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기불황 직격탄 맞은 윤활유 사업
정유업계는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률 급락의 원인을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중국 및 유럽 등 주요 수출국 수요 감소에서 찾았다. 여기에다 국내 정유사들이 대부분 생산하고 있는 윤활유 종류가 고품질의 그룹3란 점도 한몫했다.
고품질의 그룹3 윤활유는 윤활유 시장이 급성장했던 지난 2011년까지 높은 부가가치를 바탕으로 정유사들의 알짜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S-Oil(010950) 등 국내 정유 3사는 세계시장에서 비중이 큰 그룹1·2의 저가 제품들 대신 고부가 제품인 그룹3에 집중했다.
다만 상황이 좋질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자 고부가 윤활유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수요급감은 실적으로 이어져 알짜사업이었던 정유사들의 윤활기유 사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 급감으로 윤활유 가격이 인하됐고, 이는 제품 판매 마진 폭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자료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부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직전 분기였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 0.3%보다 소폭 상승한 1.2%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발생한 반짝 효과였다.
SK루브리컨츠는 올 1분기 매출액 6284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액 6688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이었다. 윤활유 사업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11년 3분기 영업이익 1985억원과 비교하면 올 1분기와 지난해 4분기 각각 96%, 99% 급감한 것이다.
S-Oil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1분기 에쓰오일 윤활유 부문 매출액은 4328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3분기 31.6%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 5.5%, 올 1분기 3.3% 수준으로 급락했다.
정유업계는 1분기 기업설명회를 통해 2분기 이후 경기 회복에 따른 산업·차량용 윤활유 수요가 증가되고 휴가 시즌을 맞아 윤활유 완제품이 성수기로 진입하면서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일종의 기대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유업계 실적이 좋지 않은 원인으로 1%대에 머물고 있는 정유사업 부문 문제도 지적되지만 알짜사업이었던 윤활유 사업 부진도 원인 중 하나"라며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차지하던 윤활유 사업이 부진하면서 정유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호재로 상승추세 탄 'PX'..과열 우려도
2011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는 윤활유 사업부문과 달리 정유업계의 다른 알짜사업인 석유화학 분야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2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9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10년만에 최대 손실을 기록했지만 석유화학 사업만큼은 SK이노베이션이 16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올 1분기 매출액 3조2846억원, 영업이익 2461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8.5% 상승했다. S-Oil은 같은 기간 5% 영업이익이 하락했지만 매분기 2000억원 정도를 꾸준히 기록하며 실적의 근간이 되고 있다.
◇S-Oil 공장 전경(자료제공=S-Oil)
석유화학 부문의 상승세에는 파라자일렌(PX)이 중심에 있다. PX는 페트병과 합성섬유, 필름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석유화학 기초재료다. 가격은 톤(t)당 1450~1500달러로 다른 석유화학 제품보다 톤당 200달러 더 비싸다.
PX 판매가격이 다른 석유화학 제품들보다 비싼 원인으로는 화학섬유 재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의 중국 생산력 급증이 첫 손에 꼽힌다. PTA는 PX를 원료로 하는 화학섬유 재료로 중국의 PTA 생산량은 연간 2528만톤 규모다. 중국은 PTA 생산량 세계 1위며 증설 계획도 수립돼 있는 등 PX의 중국 수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이 PX 생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PX 총 생산량은 약 560톤이며, 정유업체가 이중 500톤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S-OIL이 170만톤, SK이노베이션이 152만톤, GS칼텍스가 135톤 규모를 갖췄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연 130만톤 구모의 PX 공장을 신설 중이고, GS칼텍스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전남 여수공장의 PX 100만톤 규모의 생산시설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총 8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S-Oil은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PX공장 증설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지난 1일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를 통해 정유업계 지원에 나섰다. 국가산업단지에 공장을 증설하고자 하는 업체에 대해 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일각에서는 정유업계의 석유화학 부문이 PX 일변도 투자를 보이면서 우려를 나타냈다.제품군의 획일화는 업황이 좋을 때 생산설비 신·증설을 통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업황 침체기가 오면 폴리실리콘이나 윤활유와 같이 한번에 영업이익이 추락해 실적 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PX를 중심으로 한동안 호황을 누릴 것"이라며 "호황일 때 제품군 다변화나 수출지역 다변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PX 신·증설로 인해 결국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